순수 ,그 아름다운날들!(내마음

아버님 유품정리를 하며..

우리옹달샘 2006. 12. 25.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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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가신지 벌써 2주일째를 맞는 일요일이다.

그동안 쌓인피로는 어느정도 풀어졌지만,도무지 아직도 움직일 수 없을정도로

마음의 병은 시간이 흘러도 쌓이기만 하는데, 아버님은 이 모든 힘든 사연들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그나마 날씨가 포근하니 산속에 혼자 누워계서도

산새들 소리에 나무잎을 흔드는 바람결소리에 한번씩 오가는 멧돼지가족들

발자국소리에 조용히 명상하듯 얼마나 호젓한 소풍길일까

내일이면 당신 평생 삶에 커다란힘으로 지탱해주시던 군대동기분들이 들리러

오신다는 기별이 있었으니 240여명 동기생중에 이제 살아계신분들은 열두어분정도라는

 소식과 같이 둘째동서 시집오던날 마당이 비좁아 비닐하우스에 한가득자리하시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 네아들과 딸하나 출가시키고 그리고 또 손자 손녀들이

하나씩 태어나면서 자라고 학교가고 큰손주가 벌써 고1인데 마냥 어린애같던

아이들이 엄마손을 놓고 다닌지 몇해되기도전에 그렇게 쉽게 가실줄이야...

남편은 텅빈 시골집에 들러 아버님가신자리를 정리하기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오는데 일요일 할일없이 무기력한 정신을 깨우기위해 파마하고 저녁식사시간에

맞춰오니 벌써 통닭에 짜장면을 시켜두고 장부정리가 끝나는 모양이다.

엊저녁 그렇게 단호하게 있는속 없는속을 다 터지게 하며 고지식하게 굴던 그 기세는

어디가고 포항고모네 어머님 (엄마)얼굴 보고오더니 안색이 활짝펴져서 언제 그랬냐는듯

차 사준다며 엊저녁 차안사주고 10년은 넘게 패차할차를 끌고 다니겠다며 으름장놓던

큰소리와는 180도가 달라진데,시골집에 들러서 아버님이 남겨주신 재산을 차곡 차곡

정리하며 등기필증과 재산세 영수증 공시지가 통지문등을 주민등록등본부터 호적등본까지

아버님 자동차세와 그동안 사과농사에 필요한 농약이며 사과판 금액등등을 지푸라기하나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서 정리해 놓으신 아버님성품에 새삼 다시한번 고개 숙여진다.

당신 평생에 얽힌 애잔한 삶의 전체를 3~40년된 등기필증을 보면서 그동안 이곳 온천동네로

이사온이레 새벽부터 남들보다 일찍일어나 쇠똥걸음주우며 비료걸음값 아껴서 모은 돈으로

논 밭을 하나 둘씩 사들여 놓으신 귀중한 삶의 자체인 그 수고를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그중에 늘 아끼시던책이 동가필습인가 한문책이 한권 딸려있는데 할아버지대부터 갖고계신

책인가보다 고1인 우리딸은 책을 보더니 해석을 하면서 적어도 100년에서 200년은 되었는것

같다며 낡아닳은흔적이 금방이라도 헤어질것같아서 그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아련한 느낌이

드는 책인걸 금방 알 수가 있다.갓시집올때부터 아버님은 늘 새벽이면 4시에 일어나셔서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우리 민요 판소리나 불경을 틀어놓으며 신선한 아침을 맞이하셨던

그 내면의 한가로움과 힘찬발걸음을 두루 두루 갖추신 분이신걸 아끼시던 책을 보면서

새삼 지난 추억들이 아버님의 자상하신 사랑과 배려에 가슴아픈 순간을 지나며

이리 저리 남편은 술한잔에 나머지 등기와 지번등등 맞춰보라며 공인중개사 공부한

마누라 실력을 오늘만 인정해주는지 그래도 공시법은 하나밖에 안틀렸다고 매일 자랑을해서

믿고 맡기고 금방 천하태평으로 코를 골며 오랫만에 거실을 빌려주고 안방으로 줄행랑이다.

늘 일을 보고는 잠못자는 내 성격에 내일낮에 조용히 검토해보라는 명령도 무시하고

단숨에 문서들을 나열해놓고 30년이 된 한문등기필증을 보면서 이리 저리 맞추고 있는데

도무지 알아볼수 없는 한문도 있고 내일 당장 한문공부해야지 벌써 조바심을 치다가

컴퓨터에 인터넷들어가면 대법원싸이트에가서 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는걸 세월이

좋긴 좋구나 한시름놓고 나머지 몇몇 영수증들을 보면서 엉뚱한것은 연세 칠순에 평생

하고싶은것 한번 못하고 사시다가 운전을 군에있을때 해보고 정비도 해보셨는데 맏이라고

도시에나와 정비공장정도하실 생각이셨는데 맏이란 막중한 책임아래 시골에서 어른모시며

농사일로 단념하셨던 운전대를 자동차를 장만하시면서 그 연세에 눈도 색맹이나 마찬가지인데

필기시험을 농사지으시며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고 짬나는데로 이론공부에 칠전팔기로 여섯번

만에 합격하셨는데 점수도 고득점이라 면허시험장에서 박수를 받았다며 좋아하시던 그 차를

몰고 바쁜 농사철에 경운기몰고 다니며 위험한 길을 나서지않아도 좋고 시간낭비도 줄이고

잔치집에가도 약주를 하지 않고오시니 좋고 시간낭비 안하고 어머님 조금만 편찮으시면

뒤에 태우고 병원에 마실 다니듯 다녀오시며 티격태격 늘 잔소리에 부부싸움이지만,

애지중지 자동차를 얼마나 급한 마음처럼 세게 몰고다니셨는지 속도위반으로 벌금낸

영수증이 끼여있어서 아이들과 같이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리며, 그래도 할아버지가

감시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그런거라며 막내보고 옆에 타고있었으면 할아버지한테

감시카메라가 여기에 늘 고정돼 있으니 이곳에오면 속도를 항상 느추라고 귀뜸해줄걸 ..

옆에서 누가 가르쳐주지않았나보다고 얼버무리고 마는데..

그차를 얼마전 둘째집에 이전해주었는데 그동안 동서가 가까이서 고생이 많았다며 그리고

앞으로도 가까이에 있기에 아무레도 이 형님보다 한번이라도 더 들리지 않겠냐며 이 형님이

큰맘먹고 차가 없어 일을 못하고 동동거리는걸 참고서 그동안의 동서에게 섭섭하게 한점 등등

보상겸 준 차를 어머님은 내심 아버님이 아끼시던차라서 섭섭하신눈치를 보이신것 같다.

아버님이 남기신 유산을 하나 하나 살피며 정리하다보니 그동안 철없이 시골땅 그거 얼마된다고

큰소리치며 별거아니라며 대수롭잖게 여기던 마음이 부끄러워 고개를 절로 숙이게 되는데,

한평생 살면서 몇천억을 소유하며 부를 상속해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상속이란 작으면 작은데로

많으면 많은데로 돌아가신분의 정신이 깃든 귀중한 보물인것을 요즘처럼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정신적인 가치를 경시하는 풍조를 최첨단을 달리는 나 자신부터 반성을 해야할 부분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란 질문에서 늘 마음속으로는 정신적인힘으로 예의염치를 중시하면서

사는것이라며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며 도도하게 정신력을 잃지않으려고

하던 나날들이었는데, 어느새 세월따라 풍전등화같은 이 마음도 이젠 조금씩 흔들리며 지내는데

가슴속에 내심의 소리를 듣지못하여 어느날부터 머리로만 계산적으로만 사는 이 모양새를

훗날 저승갈 준비를 할때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날이 가면 갈수록 무거워지는 어깨의 힘을 가누지못해 쓰러지듯 하소연하듯 이렇게 편한 세상을

왜 그리 답답하게 살아야하나 조화롭지못한 삶을 단숨에 정리하며 마감하고 싶은날들이

수없이 오락가락한 나날들이다가 또다시 한번 고개돌려 뒤돌아보면 내 삶의 무게를 그리고

내가 살아야할 길인것을 그리고 가야할 길인것을 해묵은 살림처럼 버리지못할 인생인것을

큰 한숨 토해내며 오늘 하루도 무사히 행복한 이 밤을 마감할수 있음에 감사한다.

때늦은 설겆이를 끝내고 오늘도 식탁에 시원한 물한잔을 올려놓으며 행여나 할아버지드실물을

아이들이 밤에 자다가 마실까봐 미리 경고해놓고 할아버지 49재동안은 마실물을 떠놓아야

한다며 아침에 일어나서 마시라고 타일러놓는다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인것같다.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데 이 엄마가 할아버지 제대로 못모셔서 죄책감에 그냥 마음으로

정성으로 하는건데 그 말에는 세아이 모두 아무 반응도 없이 엄마말을 잘 들어주는 눈치다.

요즘은 있는집은 49재를 올려주면 자식들이 잘된다고 무턱대고 따라하듯이 49재를 올리는게

기백만원씩을 투자아닌 투자를 하는데,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요즘 세태를 알수가 없다.

마음과 정성으로 극락왕생하길 바라는게 49재가 아닌가 싶은데 고인을 위한 49재가 아니고

고인의 명복과 같이 나도 한술 끼워서 편하게 잘살고 보자는 마음인가? 요즘표현 그대로

윈윈하는 그런 축원인가 보다 .

아버님 이제 날이 추워지기 시작할테인데, 걱정입니다.부디 편히 쉬시고 제가 마지막으로

아버님께 드린 고단하실텐데 주무세요란 말이 지금 이 순간에 똑같은 말을 하게 됩니다.

아버님 이제 고단한 삶의 끈을 놓으시고 편안하게 소풍다니시며 쉬세요 고히 잠드세요 아버님

 

2006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으며

작고하신 아버님 유산을 정리하면서

맏며느리 올림

 

장기동에서 세아이엄마 올림 ㅡdud3080ㅡ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