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도시철도는 많은 영향을 끼친다. 도시철도가 지나가는 낙후 지역은 신도심으로 변한다. 꾀죄죄한 농촌 총각이 마치 양복을 갈아 입은 듯 말쑥해 진다. 주택지와 상권이 형성되고 사람들은 활기가 넘친다.
팔거천 위에 세워지는 도시철도 3호선 매천역은 옛 복합화물터미널 부지에 개발의 생기를 불어넣을 것 같다. 또 팔달역은 ‘외딴 섬’으로 불리던 금호택지개발지구에 천군만마 격이다.
이 뿐만 아니다. 도시철도 3호선이 완공되면 수성구 지산·범물동에 사는 주민들은 매천·팔달역을 이용해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이전되기 전까지 새로운 환경 변화다.
◆최고의 장소, 개발 날개 단다
대구 북구 칠곡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북쪽의 옛 복합화물터미널 부지는 개발 측면에서 가장 변화가 기대되는 곳 가운데 하나다. 11만3천300㎡ 규모인 이 지역은 그동안 개발이 미뤄지면서 도로변 일부 상가건물을 제외한 대부분이 폐차장, 고물상 등으로 활용돼 왔다.
‘도심 속 낙후지역’인 이곳은 올 2월 말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체계적인 개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앞으로 3년 이내에 공원, 도로, 공공기관 등의 구체적인 내부개발계획이 확정되는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다.
무분별한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북구청은 4월 개발행위허가제한을 고시한 바 있다.
북구청 오대흥 도시관리과장은 “조만간 타당성 검토를 통한 기본구상이 수립되면 슬럼화 방지와 체계적인 개발을 위한 적절한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곳의 토지 용도는 3종 일반주거지역인데다 북쪽에 매천택지개발지구가 맞닿아 있어 공동주택 위주의 개발이 예상된다.
이런 장밋빛 전망이 가능한 것은 계획구역 동쪽(팔거천 위)에 대구도시철도 3호선 매천역이 들어서, 교통여건이 한결 좋아지기 때문이다.
최고의 장소지만 난관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침체된 주택경기다. 호경기 일때에는 건설업체가 수주전에 경쟁적으로 나서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사업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땅값도 개발사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현재 이곳은 △도심 위치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도시철도 3호선 매천역 건설 등의 호재가 부각되면서 일부 지주는 3.3㎡ 당 1천만원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것.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시공사 입장에선 땅값 비용 상승은 곧바로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전가, 미분양 사태를 빚을 수 있기 때문에 공사를 꺼리게 된다”며 “지주들의 기대심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개발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이곳 부지의 원활한 사업을 위해선 90여명 지주들이 조합을 구성, 자체적으로 사업에 나서는 방법만이 가장 합리적이자 지름길이다”고 조언했다.
◆농수산물 도매시장 이전
농수산물 도매시장 이전도 이 지역 발전의 변수다. 대구시는 올 2월 개장 25년을 맞은 농수산물도매시장의 현대화를 위해 용역을 추진했다. 사실상 이전을 염두에 둔 용역이라 할 수 있다.
시는 현재의 농수산물도매시장(16만6천716㎡) 공간이 좁아 물류 상·하차 시스템, 냉장 및 냉동창고 등의 시설추가 건립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수년전부터 부지 이전을 추진해 왔다.
이전 후보지는 대구 외곽과 달성군지역 등 총 4곳으로 압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면적은 현재보다 약 1.5배 늘어나고 이전 시점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이다.
이런 수순을 밟을 경우 이전 후적지는 주위 여건상 주거지역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매천택지개발과 옛 복합화물터미널 부지,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주거지역으로 이어져 3천500~4천세대 규모의 신도심 벨트를 형성하게 된다.
◆금호택지개발지구도 도시철도 혜택
팔달교 북측에 건설되고 있는 팔달역. 수요가 있을까? 언뜻 보기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인근의 두산위브2001 아파트와 인근의 조그마한 취락지구 뿐이어서 타고 내리는 승객이 많지 않아 보인다.
좀 더 시야를 넓히자 의문이 풀린다. 도시철도건설본부 전배운 건설1과장은 “2만3천명이 입주하는 금호택지개발지구를 고려해 설계가 됐다. 버스를 타고와 이곳에서 지하철로 갈아타면 시내 어디로든 마음대로 갈수가 있다”며 “앞으로는 농수산물 도매시장 직원과 관련 업체 직원들도 팔달역 이용이 늘어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곳 팔달역 인근 주거지역에는 최근들어 창고용 건물이 여기저기 들어서고 있다. 농수산물 도매시장 연관 업체들이다.
1999년에 지어진 두산위브2001 아파트(1천108세대)는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구 24평형은 1억5천~6천만원, 32평형의 경우 1억8천~9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3년전 도시철도 3호선 공사가 첫발을 띨 때 가격은 어땠을까.
24평형은 당시 8천500만원~9천만원에 불과했다. 현재는 6천만~6천500만원이 오른 셈이다. 32평형의 당시 시세는 1억2천~3천만원이었다.
강산공인중개사 안덕수 대표는 “도시철도 3호선 호재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돼서인지 아파트가 가격이 뛰었다. 하지만 팔려고 내놓은 매물은 없다”며 “매천, 팔달역 인근 땅값도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용태 기자 yyt@idaegu.com
“틀에 찍은 듯 똑같은 역사 고민한 흔적 찾을 수 없어”
지역 특색 없는 30개 역…시민들 “이건 아닌데”
“도시철도 3호선 역은 ‘영혼’이 없는 것 같아요. 틀에 찍은 듯 외형이 똑같잖아요”
도시철도 3호선이 서서히 외형을 갖추면서 역 외관을 두고 “이건 아닌데…”라며 ‘불만(?)’을 제기하는 시민들이 꽤 있다.
도무지 분별이 어렵다. 외관만 놓고 보면 총 30개 역은 마치 쌍둥이처럼 닮았다. 무엇보다 ‘문화도시 대구’를 표현하기엔 소극적이다.
역은 누가, 어떻게 설계했을까. 1공구에서 8공구로 나눠 시공되고 있다. 포스코건설, GS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대림산업, SK건설, 화성산업, 태영건설 등 8개 업체가 건축설계전문업체와 공동으로 참여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가 구간별로 참여했다는 것이 도시철도건설본부측의 설명이다.
설계는 승객편의와 도시미관의 조화를 고려해 하천형, 도심형, 동대구로형 등으로 건설되는데, 도심 특성을 한껏 살린다는 것.
하지만 시민들의 눈에는 역 외관이 고만고만한 것이 문제다. 주거 및 공단지역, 재래시장 등 장소적 특성은 고사하고 동물 문양, 문화재, 대표 먹거리 등의 인문적 특성도 전혀 고려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고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성용 대구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역은 장소의 특징과 유래, 문화 등을 감안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며 “역이 그 지역의 문화가 되고, 랜드마크로 인식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윤용태 기자 yyt@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