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는 ‘도시디자이너’ 역할을 한다. 별 볼일 없던 상가와 주택에 생명을 불어넣고, 숨죽였던 도시에 활력을 더한다. 사람들은 모으는 힘이 있다.
원래 칠곡 강북지역은 남북을 가로지르는 칠곡로가 중심이었다.
현재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들어서는 동천, 칠곡역 일대는 사람들의 왕래가 상대적으로 뜸했던 도심 속 ‘외진 곳’이다. 하지만 도시철도의 골격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많은 변화를 동시에 가져왔다.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동천·칠곡역 인근은 원룸 매물이 달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칠곡지구의 중심이 될 거동역은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상권은 움직인다
거동역이 들어서는 칠곡3지구는 주위의 주택지보다 중심상업 면적이 지나치게 넓은 ‘기형’을 띠고 있다. 상가의 공실이 많은 ‘어정쩡한’ 상권인 셈이다.
하지만 이곳은 도시철도 3호선의 가장 큰 수혜지역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접근성이 좋아짐에 따라 인근의 유동인구를 끌어당길 수 있는 데다 중심상업지역 북쪽의 동호, 학정역이 개발될 경우 3천700여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상권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당초 칠곡3지구의 중심상권은 학정로를 따라 형성됐다. 일명 ‘은행가’였다.
대구은행, 하나은행, 신안은행, 국민은행, 농협 등이 들어섰다. 은행이 들어선다는 것은 그 지역의 중심상권임을 증명한다.
최근에는 중심상권이 좌측으로 다소 이동했다. 세븐밸리와 롯데시네마 등 쇼핑, 영화 등 볼거리를 찾아 움직이는 고객들이 늘어난데 따른 현상이다.
그러나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완공되는 내년 말쯤에는 거동역 인근으로 또다시 중심상권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영남공인중개사 박금선 소장은 “상권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칠곡3지구의 중심상권이 왼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도시철도 3호선 개통이 다가오면서 거동역 인근의 건물 부지를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철도 역명 싸움 치열할 듯
도시철도 역명 사용의 홍보효과는 얼마?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도시철도 2호선 차량 내 노선도 기재와 안내방송 등으로 연간 2천500만원을 쓰고 있다. 이용승객수 등이 고려되지만 각 역의 계약금액은 평균 2천만원 안팎이고, 기간은 3년이다.
도시철도 3호선의 경우 벌써부터 역명을 선점하기 위한 물밑 싸움이 치열하다.
대구시도시철도건설본부가 역명 선정을 위해 지난 3월20일부터 5월20일까지 3개월간 시·구·군 및 산하단체, 시 교육청, 공사·공단, 시민을 대상으로 의견접수를 수렴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관, 학교 등의 홍보문구와 당위성 등으로 게시판이 도배하다시피 된 적도 있었다.
시민 의견이 역명 제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다수 의견일수록 반영될 확률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역명에 이해관계자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역명은 한번 정해지면 영구적으로 사용된다는 점과 홍보효과는 물론 건물가격이나 지가 상승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구시도시철도건설본부측은 8월말 예정된 ‘공공용물 명칭 제ㆍ개정 심의위원회’에 상정하기 위해 현재 내부검토 과정을 거치고 있다. 현재 28개 역명(환승역 2개 제외)에 1천200여건이 신청을 한 상태다.
역명이 제정되고 나면 끝이 아니다. 부기역명 선정 절차가 남아 있다.
부기역명은 무료인 병기역명과 유료인 역명부기로 나뉜다. 병기역명은 역사주변 여건, 역사와의 거리, 시민의 인지도, 통행인구 등이 고려된다. 공공기관이 이에 해당된다. 반면 역명부기는 학교, 의료기관, 백화점, 기업체 등 다중이용시설이 자신들의 홍보를 위해 신청한다.
부기역명(병기역명)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곳은 칠곡3지구 중심상업지역내 거동역.
항구적인 홍보효과 때문인지 거동역을 사이에 두고 자리잡고 있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동북지방통계청과 간에는 역명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두 기관은 역명 선정을 필요성을 담은 공문을 도시철도건설본부와 북구청에 보낸 상태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로비’와 ‘압박’ 전술을 펴고 있다는 것.
난감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도시철도건설본부 측은 “타 시도의 사례 수집과 함께 민원 방문인수 등 객관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상태다”고 답변했다.
학교의 생사가 걸린 대구보건대학과 대구과학대학도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새롭게 태어나는 팔거천
도시철도 3호선이 외형을 갖추면서 인근의 팔거천도 생태하천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말 완공되는 거동교~대동교 1.13㎞ 구간은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곳에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진다. 물길을 따라 징검다리도 놓인다. 하천 가장자리에는 나무가 빽빽하게 심겨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파고라도 곳곳에 생긴다.
대구시 허주영 하천정비 담당은 “팔거천 일부 구간에 징검여울을 만들어 겨울철 썰매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며 “도시철도 3호선이 통과하는 구간은 도심정비와도 맞물려 있다. 팔거천을 특화된 생태하천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동천역, 칠곡역 일대는 최근 인기 상종가다. 도시철도에 의한 접근성과 팔거천의 쾌적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주위 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안정적인 월세 소득원인 원룸 부지를 찾는 이가 많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매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가격만 뛰었다”고 말했다.
윤용태 기자 yyt@idaegu.com
※ 상권의 크기
상권의 크기는 크지도, 적지도 않아야 한다. 이 말은 배후세대에 걸맞게 조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택지개발사업의 경우 상업지역은 전체면적의 4~5%를 차지하는게 통상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칠곡3지구는 '문제아'로 분류된다. 전체 면적 222만7천㎡에 중심상업지역은 30만9천㎡로, 상업지역이 전체의 약 14%에 달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곳의 중심상권은 배후세대에 비해 상가면적이 훨씬 넓다. 즉 상업지역이 과도하게 지정된 셈이다.
이곳 상인들은 당시 사업자가 수익을 쫓기 위해 상가면적을 터무니 없이 크게 개발한 탓에 공실률이 많아 전체 상권이 동반 침체되는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동호역, 학정역 개발계획 중 전체면적의 6%를 차지하고 있는 상업지역 면적을 줄여달라는 민원을 대구시에 제기하기도 했다. 그래야만 칠곡지구 전체의 상가가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논리다.
최근 대구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동호역, 학정역 개발계획 중 상업지역 면적을 6%에서 4.2%로 줄였다.
윤용태 기자 yyt@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