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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경제 어디로…한은 총재 ‘입’ 주목하라

우리옹달샘 2009. 4. 6.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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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경제 어디로…한은 총재 ‘입’ 주목하라

한겨레 | 입력 2009.04.05 19:10 | 누가 봤을까? 40대 남성, 울산  

[한겨레] [열려라 경제] 한국경제 분수령 '2분기' 진단 & 전망


금통위, 이달 1분기 GDP·경제전망 수정치 발표예정


경기 바닥론 힘실릴지 관심…해빙기때 몸조심해야

다시 그의 '입'에 눈길을 붙들어둘 때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오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4월 통화정책 운용 방향을 정한다. 이번 금통위에 쏠리는 관심은 기준금리 변경 여부보다는 오히려 금통위 직후 그가 최근의 경제동향과 관련한 배경 설명에 어떤 문구를 담아낼 것인가로 자연스레 모아진다. 무엇보다 4월 금통위는 오는 24일 예정된 1분기 국내총생산(GDP)(속보치) 공식 발표를 앞두고 한은 내부의 '경기상황 판단'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다. 다음날인 10일, 한은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09년도 경제전망'의 수정치를 내놓는다.

최근 들어 솔솔 피어나는 '경기 바닥론'이야말로 이 총재의 '입'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시장의 렌즈라 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2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광공업생산지수가 전달에 견줘 6.8%나 오른데다,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마저 15개월만에 처음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급속히 추락하던 경기가 이제 바닥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차츰 커지고 있는 탓이다. 최소한 전기 대비 성장률이 5.1%나 떨어졌던 지난해 4분기의 급락세는 이제 한풀 꺾였다는 판단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특히 '증시' 쪽 반응은 한걸음 앞선 편이다. 지난주 마지막 개장일(3일) 장중 한때 1300 고지 턱밑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이제 상승세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매서운 겨울이 지나고보니 '곰'(약세장을 뜻하는 증시 용어로, 비관론자를 일컫는다)들이 어디론가 다 사라져버렸더라는 씁쓸한 우스갯소리마저 나도는 판이다.

하지만 성급한 낙관론을 한꺼풀만 벗겨보더라도, 곳곳에 여전히 장애물 투성이다.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좀더 주의깊게 봐야할 대목이다. 이번에 경기선행지수가 개선된데는 경기선행지수의 구성항목 가운데 재고순환지표(전월차)가 1월보다 6.2%포인트나 뛰어오른 영향이 무척 컸다. 특히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및 부품, 화학제품, 자동차 등의 재고가 수치상 크게 감소하면서 재고순환지표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재고가 줄어든 것을 두고 정상적인 의미의 생산조정 과정으로 보기 힘들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실제로 불안한 금융시장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에 목숨을 걸고 있는 기업들로서는 당장 손에 잡히는 재고부터 현금화하려는 움직임도 거셌다.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재고 감소가 앞으로 더 큰 생산 위축을 암시하는 징후일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경기회복이란 먼 과제일 뿐이다. 최근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애초 0.9%에서 -1.7%로 수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30개 회원국의 올해 성장률이 -4.3%로, 50년만의 최악의 침체상황을 맞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당장 미국의 3월 실업률은 8.5%로, 1983년 이래 2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원-달러 환율이 1300선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원화 기준 수출증가율이 하반기에는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눈여겨봐야 하는 건 이런 사정 때문이다. 마치 고층 빌딩에서 떨어진 공의 운명처럼, 급속한 추락에 이은 일시적 반등은 가능할지언정, 다시금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경우라고나 할까.

결국, 올해 우리 경제 운명을 쥔 진정한 분수령은 '2분기'가 될 공산이 크다. 경기가 마침내 바닥을 치고 상승 기조를 계속 이어가느냐 아니냐의 갈림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일단 1분기를 지나 2분기쯤에는 전기 대비 기준으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여지는 꽤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특히나 이 대목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건 이즈음 취임 100일째를 맞이하게 될 '2기 경제팀'이 자칫 경기 바닥론에 도취돼 아예 대세 상승의 불씨를 지피겠다며 무리수를 들고 나오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를 '띄워' 경기를 살리겠다는 식의 설익은 정책이 대표적이다.

한 경제 분석가는 언젠가 이런 비유를 들려준 적이 있다. '혹한기에는 물에 빠져 죽지 않는다. 얼음이 꽁꽁 얼어붙어있기 때문이다. 방심하다 물에 빠져 죽는 건 바로 해빙기 때다.' 어느덧 미약하나마 해빙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에도 우리 경제는 혹한기를 힘겹게 이겨낸 뒤 되레 해빙기에 물에 빠져 목숨을 잃을뻔한 적이 많다. 카드사태로 경기가 바닥으로 더욱 곤두박질친 것은 바로 2001년 9·11 사태 이후 어렵사리 찾아온 해빙기에 몸가짐을 잘못 놀린 탓이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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