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해저터널 시추공사 현장 공개>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한일 해저터널이 완공돼 양국 간 우정이 돈독해지면 좋겠습니다" 이달 중순 일본 규슈(九州) 북단 히가시마쓰우라(東松浦)반도 가라쓰(唐津)의 지하 44m 갱도에서 만난 후지하시 겐지(藤橋建次.60)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한·일간을 바다 속으로 연결하는 한일해저터널 탐사용 갱도의 최북단 해저 지역이다. 공사장 입구에서 547m가량이나 땅속을 걸어 들어와야 하는 곳이다.
이 공사를 주도하는 국제하이웨이 건설사업단이라는 단체가 지난 14일 주일 한국특파원단에 현장을 공개했다. 한일 해저터널 건설의 타당성을 놓고는 현재 한일 양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다 양국 정부 간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정부 차원은 아니지만 이미 이처럼 시추공사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단은 한일 해저터널이 일본과 한반도는 물론, 중국을 건너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 평화의 터널의 기능을 하게 될 경우 한일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1982년부터 탐사갱도 시추 작업에 나섰다.
사업단은 3가지 노선을 놓고 다각적으로 검토한 끝에 가라쓰에서 일본의 이키섬, 쓰시마를 거쳐 거제도와 부산을 잇는 노선이 최적이라는 판단을 얻었다.
이를 위해 사업단은 쓰시마, 거제도 등지에 시추하기 위한 땅도 구입하는 등 활발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사유지를 벗어난 해저에서 시추하기 위해서는 양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만큼 일단 가라쓰 지역의 시추는 중단된 상태다.
사업단 측은 한국과 일본 내에서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돼 양국 정부가 해저터널 건립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에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가라쓰의 탐사 갱도 사업을 진두지휘해 온 코다기술주식회사의 대표인 후지하라 건설사업소장은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지면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보면 10년 정도면 한일 해저터널을 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여년간 현장을 누빈 경험으로 볼 때 건설 비용은 현 단계에서 10조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지만 주최 측은 이 터널의 예상 물동량 등을 토대로 분석할 때 완공 후 15년이면 건설비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터널이 완성되면 한국과 후쿠오카가 2시간 내에 철도나 자동차로 연결된다. 일본 측은 터널이 개통되면 한국을 거쳐 중국은 물론 유럽까지 철도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보다 이 사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는 일본~중국~유럽을 잇는 철도망이 완성되면 통과료 수입만으로도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볼 것이라는 찬성론과 함께 터널이 일본의 대륙 진출을 도와주는 역할에 그치면서 오히려 한국의 물류 기지로서의 역할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반대론도 강한 상태다.
다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특히 시추 갱도가 마련돼 있는 가라쓰 지역은 과거 임진왜란 때 일본의 30만 대군이 집결해 한반도 점령을 위한 함선 출정식을 한 장소이기도 하다. 경제적 논리와 함께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한국측이 계획에 찬성하기 어려운 대목이기도 하다. choinal@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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