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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남의 영혼 훔치는 자 .. 고통 감내해야"

우리옹달샘 2013. 8. 31.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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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남의 영혼 훔치는 자 .. 고통 감내해야"출판계 베스트셀러 휩쓰는
신·구 작가 정유정·조정래
세계일보 | 입력 2013.08.30 21:06 | 수정 2013.08.3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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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센터 이동 올여름 한국 소설 베스트셀러를 휩쓰는 두 작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예스24가 주관하는 '네티츤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 추천에서 '한국의 대표작가'(2005년)와 '한국의 젊은 작가'(2013)로 뽑힌 조정래(70)씨와 정유정(47)씨가 그들이다. 경륜과 생물학적 나이로만 보면 현격한 차이가 나지만 문학의 힘을 믿는 '진격의 소설가'들이라는 점은 같다.

    조정래씨는 '정글만리'(해냄) 전 3권이 나란히 베스트셀러 종합 1, 2, 3위를 차지하는 한국 출판 사상 초유의 대기록을 세우고 있다. 정유정의 장편 '28'(은행나무)도 한국 소설에 돌풍을 일으키며 역시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이 30일 인터넷서점 예스24가 10년째 독자들을 초청해 진행하고 있는 여름문학캠프 현장에서 만났다. 전남 벌교 태백산맥문학관에서 이루어진 이 만남은 원로급 작가의 젊은 세대에 대한 간곡한 당부와 패기 넘치는 젊은 작가의 화답으로 이어졌다.

    조정래씨는 "작가가 치열한 역사의식을 가져야 하는 건 기본"이라며 "특히 우리처럼 수난을 많이 당한 불행한 역사를 지닌 민족일수록 역사의식에 더 투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작가란 세월이 흘러 상처에 앉은 딱지를 찢어 생살에 소금을 뿌리는 역할을 하는 자이며, 작가는 그런 아픔을 먼저 겪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소설가 조정래(오른쪽)씨와 정유정씨가 전남 보성 벌교 태백산맥문학관 여름문학캠프 현장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술로 세월을 허비할 수 없고 골방에 들어앉아 고독하게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내 세대의 문인들이 수백명 나왔지만 지금은 거의 살아남은 작가가 없다"면서 "작가는 남의 영혼을 문자로 훔치는 자인데 그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극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태도를 전제하지 않고 소설이 안 팔린다고 하소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배작가의 이야기를 경청한 정유정씨도 전날 저녁 독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학이 죽었다지만 작가가 진실을 말하는 한 소설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정씨는 "모든 상황을 이야기로 해석하는 인간에게 이야기는 삶의 기본적 도구"라며 "제 소설이 이야기성이 강하고 힘이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염두에 두고 소설을 쓴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럴 여유와 여력이 없다"면서 "소설과 영화의 보여주기 문법은 너무 다르다"고 덧붙였다.

    조정래씨는 "광복절에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서 일본 작가의 작품을 끌어내려 기분이 좋았다"면서 "이틀 후에 맞은 최고의 생일 선물이었다"고 웃었다. 정유정씨도 "벽에 머리를 찧으며 집필의 고통을 견디는 쓸쓸한 순간이 다시 와도 이 자리를 떠올리며 극복하겠다"면서 열혈독자들이 모인 문학캠프에 한국문학의 낙관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정유정씨는 29일 밤 지리산에서 문학평론가 허희, 소설가 김혜나씨와 함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200명의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조정래씨는 30일 벌교에서 조국 서울대 교수와 함께 독자들을 만났다.

    보성=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