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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시장 끝물에 모인 개미들의 '환 상'을 먹고 사는 브로커, 수수료 높이려 고가 입찰 유도도… "일반 주택 경매에는 희망 이 없다"는 이들의 속내, 최근엔 NPL 공동투자 권하지만 이마저도 위험해
지난해 5월 서울 서부지방법원 경매장이 소란해졌다. 서울 마포에 있는 한 다가구주택 입찰에 나선 사람들이 무려 36명 . 입찰자를 호명하는 데만도 시간이 한참 흘렀다. 그중에는 아기를 업은 여성도 끼어 있었다. 2억원대에 경매를 시작한 이 주택은 4억원이 조금 못 되는 금액에 낙찰됐다. 2위와 격 차가 1억원 가까이 나는 전형적인 고액 입찰이다. 경기도 분 당에 사는 낙찰자는 법원에 나오지 않았고 중개업자로 보이 는 사람이 대리입찰을 했다. 인근 부동산에 비슷한 규모의 주 택이 4억원에 나온 사실을 고려하면 왜 이 주택을 비싼 값에 낙찰받았는지 궁금해진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메트로컨설팅 의 윤재호 대표는 "값비싼 주택을 턱없이 비싼 가격에 낙찰 받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서울 노원구의 소형 아파트를 시세 보다 비싸게 경매로 사는 사람은 많다"며 "가진 돈이 적은 사 람일수록 경매로 집을 싸게 산다고 믿고 싶어 한다"고 말했 다.
"솔직히 바지를 세워본 적 있다"
'남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환상을 좇아 경매시장으로 몰리 는 이들을 환영하는 사람은 경매 브로커다. 오랫동안 경매를 대행해온 이아무개씨는 "솔직히 말하면 바지를 세워본 일이 있다"고 고백한다. 브로커에게 대리입찰과 명도를 맡기면 낙 찰자는 감정가의 1%나 최저 매각가의 1.5% 정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보통 전국에서 한 달에 20만 건 정도의 경매 가 진행되는데 그중 3만 명 정도의 낙찰자를 잡아 수수료를 받는 치열한 시장이다. 낙찰을 받아야 수수료를 받기에 고가 입찰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후 가격이 공개되면 낙찰 자의 항의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고가 입찰을 권유하는 한편 으로 아는 사람을 그보다 조금 낮은 가격으로 입찰시키는 것 을 '바지'라고 한다. 낙찰자 처지에서는 비싼 값에 주택을 사 는데다 수수료도 늘어나는 셈이다.
경매시장은 갈수록 증권시장을 닮는다. 낙찰가율은 평균 70 %. 주택 시세가 크게 하락하는 상황에서 그다지 저렴한 가격 도 아닌데다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택에는 사람들이 몰려 시세보다 높은 낙찰도 비일비재하다. 한 경매정보 사이 트에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일반 주택 경매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나는 여럿이 돈을 모아 공동투자를 하거나 유치권 등 사람들이 꺼리는 특수 경매 쪽으로 일찌감치 돌아 섰다"고 말했다. 경매 컨설팅업체와 경매 교육이 난립하며 일게 된 공동투자 붐은 경매시장의 주력 트렌드다.
그러나 공동투자의 위험성 또한 진작부터 알려져 있다. 201 0년 '경매의 달인'으로 알려졌던 김길태 지앤비 회장이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 회장은 경매 교육을 받겠다며 찾아 온 수강생들을 상대로 "수익률이 높은 물건이 있으니 투자하 라"며 차용증을 써주고 5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 김씨가 투자금을 유치하려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고 소가 잇따랐다. 그는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 소에서 복역 중이다. 그러나 그가 쓴 <경매로 500억 번 비결 > 등 경매투자서는 지금도 버젓이 인터넷 서점 등에서 팔리 고 있었다. 윤재호 대표는 공동투자의 위험성을 이렇게 경고 했다. "일부 업자는 유치권·지상권 성립 여지가 있는 건물을 골라 수십 명의 투자자에게서 2천만~3천만원씩을 모은다. 또 교육생을 기반으로 투자동호회를 결성해 수십억~수백억 원짜리 대형 건물에 투자하도록 한다. 실은 기획부동산의 전 형이며 불법 유사수신행위다. 공동투자는 가능하면 피해야 할 함정이다."
유행처럼 번지는 공동투자의 함정
최근 인터넷 경매 카페와 경매학원을 중심으로 부동산 부실 채권(NPL) 구입을 위한 공동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금 경매 컨설팅업체를 찾아 "경매하러 왔다"고 하면 "경매 보단 NPL을 하라"고 권할 확률이 높다. 일부 경매학원 강사 들도 NPL 투자를 적극 권유한다고 한다. 관심이 높아지자 부 동산태인과 지지옥션 등 주요 경매정보 사이트들에서도 NP L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NPL(부실채권·Non Performing Loan)이란 금융권에서 돌려받지 못한 채권을 말한다. 은행 에서 주택 담보로 설정했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한 저당권 수 십 개를 자산유동화회사에 싼값에 판다. NPL 투자는 개인투 자자들이 자산유동화회사에서 근저당권을 산다는 뜻이다. 주택이 비싼 값에 낙찰되면 채권만큼 배당을 받거나 직접 낙 찰을 받아 수익을 거둔다는 논리다. 부동산태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NPL 낙찰 물건이 경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은 2009년 4486건(4.77%)에서 2011년 8283건(11.02%)으 로 크게 늘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채권을 액면가 보다 싸게 사므로 경매시장보다는 상대적으로 대중화가 덜 된 NPL 시장이 아직은 괜찮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컨설팅사인 이웰에셋 이영진 부사장의 판단은 이렇다. "투자 방법 자체가 변질됐 다. 일반인들이 주도할 수 있는 NPL이 많지 않고, 대형 자산 유동화회사들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형국이다. 자산유동화 회사가 금융권에서 사들인 가격보다 비싸게 개인에게 파는 데다 가치 있는 부동산은 경매까지 내놓지 않는다. 자산유동 화회사가 쥐고 있는 채권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한 일반인이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윤 대표도 "NPL 투자는 비싼 채권을 개인투자자들이 떠안을 수 있다"며 "오히려 위험한 공동투자 만 키운다"고 했다.
교육·경매대행 말고도 경매시장 수수료로 먹고사는 이는 많 다. 낙찰을 받아 법원을 나서면 대출알선업체와 등기대행사 의 광고지가 쏟아진다. 낙찰자는 경매대행업체, 대출알선업 체, 법무사 등에 수수료를 지급하게 된다. 같은 은행이라 하 더라도 모든 은행에서 경매잔금을 대출해주는 것은 아니다. 보통 여신이 풍부하거나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은행 지점들 이 모집원을 통해 경매잔금 대출 수요를 찾는다. 시중은행에 물어보니 "5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한다고 했을 때 최대한 2억 원 정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대출모집 인은 "5억원 주택을 구입한다면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2곳에 서 90%를 대출할 수 있다"고 했다. "입찰금 10%도 서울보증 보험에서 빌릴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율은 주택담보 대출보다 0.5~1% 정도 높았다. 은행 처지에서는 채권을 일 부 회수하면서 경매자금 대출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이 경 매시장이다. 물론 큰 빚을 지고 부동산을 제값에 팔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경매 전문가들은 "제 돈 한 푼 없이 경매한다는 환상은 투자가 아닌 투기를, 도박을 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지난해 5월 서울 서부지방법원 경매장이 소란해졌다. 서울 마포에 있는 한 다가구주택 입찰에 나선 사람들이 무려 36명 . 입찰자를 호명하는 데만도 시간이 한참 흘렀다. 그중에는 아기를 업은 여성도 끼어 있었다. 2억원대에 경매를 시작한 이 주택은 4억원이 조금 못 되는 금액에 낙찰됐다. 2위와 격 차가 1억원 가까이 나는 전형적인 고액 입찰이다. 경기도 분 당에 사는 낙찰자는 법원에 나오지 않았고 중개업자로 보이 는 사람이 대리입찰을 했다. 인근 부동산에 비슷한 규모의 주 택이 4억원에 나온 사실을 고려하면 왜 이 주택을 비싼 값에 낙찰받았는지 궁금해진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메트로컨설팅 의 윤재호 대표는 "값비싼 주택을 턱없이 비싼 가격에 낙찰 받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서울 노원구의 소형 아파트를 시세 보다 비싸게 경매로 사는 사람은 많다"며 "가진 돈이 적은 사 람일수록 경매로 집을 싸게 산다고 믿고 싶어 한다"고 말했 다.
"솔직히 바지를 세워본 적 있다"
'남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환상을 좇아 경매시장으로 몰리 는 이들을 환영하는 사람은 경매 브로커다. 오랫동안 경매를 대행해온 이아무개씨는 "솔직히 말하면 바지를 세워본 일이 있다"고 고백한다. 브로커에게 대리입찰과 명도를 맡기면 낙 찰자는 감정가의 1%나 최저 매각가의 1.5% 정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보통 전국에서 한 달에 20만 건 정도의 경매 가 진행되는데 그중 3만 명 정도의 낙찰자를 잡아 수수료를 받는 치열한 시장이다. 낙찰을 받아야 수수료를 받기에 고가 입찰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후 가격이 공개되면 낙찰 자의 항의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고가 입찰을 권유하는 한편 으로 아는 사람을 그보다 조금 낮은 가격으로 입찰시키는 것 을 '바지'라고 한다. 낙찰자 처지에서는 비싼 값에 주택을 사 는데다 수수료도 늘어나는 셈이다.
경매시장은 갈수록 증권시장을 닮는다. 낙찰가율은 평균 70 %. 주택 시세가 크게 하락하는 상황에서 그다지 저렴한 가격 도 아닌데다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택에는 사람들이 몰려 시세보다 높은 낙찰도 비일비재하다. 한 경매정보 사이 트에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일반 주택 경매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나는 여럿이 돈을 모아 공동투자를 하거나 유치권 등 사람들이 꺼리는 특수 경매 쪽으로 일찌감치 돌아 섰다"고 말했다. 경매 컨설팅업체와 경매 교육이 난립하며 일게 된 공동투자 붐은 경매시장의 주력 트렌드다.
그러나 공동투자의 위험성 또한 진작부터 알려져 있다. 201 0년 '경매의 달인'으로 알려졌던 김길태 지앤비 회장이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 회장은 경매 교육을 받겠다며 찾아 온 수강생들을 상대로 "수익률이 높은 물건이 있으니 투자하 라"며 차용증을 써주고 5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 김씨가 투자금을 유치하려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고 소가 잇따랐다. 그는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 소에서 복역 중이다. 그러나 그가 쓴 <경매로 500억 번 비결 > 등 경매투자서는 지금도 버젓이 인터넷 서점 등에서 팔리 고 있었다. 윤재호 대표는 공동투자의 위험성을 이렇게 경고 했다. "일부 업자는 유치권·지상권 성립 여지가 있는 건물을 골라 수십 명의 투자자에게서 2천만~3천만원씩을 모은다. 또 교육생을 기반으로 투자동호회를 결성해 수십억~수백억 원짜리 대형 건물에 투자하도록 한다. 실은 기획부동산의 전 형이며 불법 유사수신행위다. 공동투자는 가능하면 피해야 할 함정이다."
유행처럼 번지는 공동투자의 함정
최근 인터넷 경매 카페와 경매학원을 중심으로 부동산 부실 채권(NPL) 구입을 위한 공동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금 경매 컨설팅업체를 찾아 "경매하러 왔다"고 하면 "경매 보단 NPL을 하라"고 권할 확률이 높다. 일부 경매학원 강사 들도 NPL 투자를 적극 권유한다고 한다. 관심이 높아지자 부 동산태인과 지지옥션 등 주요 경매정보 사이트들에서도 NP L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NPL(부실채권·Non Performing Loan)이란 금융권에서 돌려받지 못한 채권을 말한다. 은행 에서 주택 담보로 설정했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한 저당권 수 십 개를 자산유동화회사에 싼값에 판다. NPL 투자는 개인투 자자들이 자산유동화회사에서 근저당권을 산다는 뜻이다. 주택이 비싼 값에 낙찰되면 채권만큼 배당을 받거나 직접 낙 찰을 받아 수익을 거둔다는 논리다. 부동산태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NPL 낙찰 물건이 경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은 2009년 4486건(4.77%)에서 2011년 8283건(11.02%)으 로 크게 늘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채권을 액면가 보다 싸게 사므로 경매시장보다는 상대적으로 대중화가 덜 된 NPL 시장이 아직은 괜찮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컨설팅사인 이웰에셋 이영진 부사장의 판단은 이렇다. "투자 방법 자체가 변질됐 다. 일반인들이 주도할 수 있는 NPL이 많지 않고, 대형 자산 유동화회사들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형국이다. 자산유동화 회사가 금융권에서 사들인 가격보다 비싸게 개인에게 파는 데다 가치 있는 부동산은 경매까지 내놓지 않는다. 자산유동 화회사가 쥐고 있는 채권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한 일반인이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윤 대표도 "NPL 투자는 비싼 채권을 개인투자자들이 떠안을 수 있다"며 "오히려 위험한 공동투자 만 키운다"고 했다.
교육·경매대행 말고도 경매시장 수수료로 먹고사는 이는 많 다. 낙찰을 받아 법원을 나서면 대출알선업체와 등기대행사 의 광고지가 쏟아진다. 낙찰자는 경매대행업체, 대출알선업 체, 법무사 등에 수수료를 지급하게 된다. 같은 은행이라 하 더라도 모든 은행에서 경매잔금을 대출해주는 것은 아니다. 보통 여신이 풍부하거나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은행 지점들 이 모집원을 통해 경매잔금 대출 수요를 찾는다. 시중은행에 물어보니 "5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한다고 했을 때 최대한 2억 원 정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대출모집 인은 "5억원 주택을 구입한다면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2곳에 서 90%를 대출할 수 있다"고 했다. "입찰금 10%도 서울보증 보험에서 빌릴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율은 주택담보 대출보다 0.5~1% 정도 높았다. 은행 처지에서는 채권을 일 부 회수하면서 경매자금 대출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이 경 매시장이다. 물론 큰 빚을 지고 부동산을 제값에 팔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경매 전문가들은 "제 돈 한 푼 없이 경매한다는 환상은 투자가 아닌 투기를, 도박을 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출처 : 윤용태기자의 부동산이야기
글쓴이 : 금총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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