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09년부터 추진해온 '분양가 상한제' 폐지 가 결국 좌절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이에 "(여야간) 거의 합의가 됐다"고 발언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신뢰도는 추락하게 됐다. 특히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온 부동산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27일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9월 정부가 제출한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결국 상정도 되지 못했다. 현재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과 건축법 등을 논의 중이며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담은 정부발의 법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상태다. 상한제 폐지 법안이 이번 회기에 처리되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은 분양가 상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보금자리주택 ▲보금자리주택 지구에서 공급되는 주택 ▲주택가격 급등 우려 지역의 주택에 한해서만 상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토록 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소위가 열리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분양가상한제' 폐지 반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미경 민주당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분양가상한제는 민주통합당의 당론이며 부동산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절 실시됐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 이 제도 때문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과거와 같은 (건설사의)폭리와 높은 분양가 책정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이 제도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양가상한제는 공공택지 내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 주상복합 등을 포함한 민간주택 등도 원가에 적정 수익률을 더해 분양가를 정하는 제도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목표로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5년 1월 주택법을 개정, 3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주택 가격 급등기에 도입된 제도여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현 상황에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불필요한 규제는 시장참여자들의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제36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금융, 사회 문제로 번져나가고 있어 위기관리차원에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면서 "분양가 상한제 철폐 문제는 여야간 합의가 거의 됐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야가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규제 완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돼 있었다. 하지만 결국 취득세 감면 등 부동산 대책이 말만 무성한 채 통과되지 않으면서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3년 이상을 끌어온 대책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데 다른 부동산 대책은 제대로 통과시킬 수 있을지 수요자들은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과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분양가 폭등을 걱정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양가상한제가 거래 활성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수요침체 속에 공급주체 역시 위축되며 공급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주택건설에는 최소한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왜곡을 부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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