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천지편(天地篇)에 한 우화가 있다.
“황제가 적수(赤水) 북쪽에 유람하다가 곤륜산으로 올라가 남쪽을 바라보고 돌아왔다.
그때 현주(玄珠)를 잃어 버렸다.
그래서 지(知)를 시켜 찾게 했으나 찾아오지를 못했고,
이주(離朱)를 시켜 찾게 했으나 그도 찾지 못했으며
끽후(喫詬)를 시켜 찾아오라 하였더니 그도 찾지 못했고
상강(象岡)이 찾아 왔다.
황제는 말하였다.
이상도 하다!
상강(象岡)이 찾아오다니!”
「莊子」, 天地; 黃帝遊乎亦水之北 登乎崑崙山之丘 而南望還歸 遺其玄珠使知索之而不得 使離朱索之而不得 使喫詬索之而不得也 乃使象岡 象岡得之 黃帝 曰, 異哉 象岡乃可鎰之乎.
이 우화 중에서 ‘현주(玄珠)’는 도·진(道·眞)을 상징한다. ‘
지(知)’는 사려·이지(思慮·理智)를 상징한다.
‘이주(離珠)’는 전설적인 황제에 시력이 가장 좋은 사람으로 시각(示覺)을 상징한다.
‘끽후(喫詬)’는 ‘언변(言辯)’을 상징한다.
우화의 의미는 이지(理智)·사려(思慮)를 사용하여 도에 도달하지 못하고,
시각(視覺)을 사용하여 도에 미치지 못하고,
언변(言辯)을 사용하여도 도에 도달(到達)하지 못하였지만,
상강(象岡)을 사용하니 도리어 도에 도달(到達)하였다는 말이다.
상강(象岡)은 유형과 무형, 허와 실의 결합을 상징한다.
여혜경(呂惠卿)은 주(注)하여 말하기를
“상(象)은 곧 무(無)가 아니고, 강(岡)은 곧 유(有)가 아니니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것이 현주(玄珠)를 얻을 수 있는 이유다.”
呂惠鄕,「莊子義」참고.
황제에게는 ‘현주’라는 보배로운 검은 구슬이 있었다.
이것은 서양 점쟁이들의 수정 구슬처럼 세상만사를 꿰뚫어 보여 주는 신비한 구슬이었다.
황제가 애지중지 그것을 아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황제는 이 구슬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신하들과 함께 적수라는 강으로 놀러갔다가 궁궐로 돌아와 보니 구슬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황제는 우선 가장 지혜로운 ‘지’라는 신으로 하여금 구슬을 찾아보게 했다.
그러나 그의 머리로도 잃어버린 장소를 기억해 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눈이 밝다는 ‘이주’라는 신으로 하여금 찾아보게 했다.
이주는 백 걸음 앞의 바늘구멍도 볼 수 있는 시력의 소유자였지만 그도 발견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힘세고 끈기 있는 ‘끽구’라는 신을 시켜 샅샅이 찾아보게 했으나 그도 실패하고 말았다.
황제가 포기 상태에 빠져 있을 때 ‘상망’이라는 신이 찾아보겠다고 나섰다.
이 신은 좀 멍청해서 항상 흐리멍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런 신이었다.
황제는 별로 미덥지 않았으나 별 도리가 없었으므로 마음대로 찾아보라고 했다.
그런데 ‘상망’은 몇 번 어슬렁거리고 다니더니 쉽게 구슬을 찾아가지고 오는 것이 아닌가?
황제가 뜻밖의 성공에 놀라고 기뻐했음은 물론이다.
이 일화는 깊은 동양의 진리를 함축하고 있다.
즉 이 이야기에서 황제가 찾고자 하는 현주라는 구슬은 득도의 최고의 진리를 상징한다.
이 이야기는 결국 진리란 지, 이주, 끽구 등이 의미하는 것과 같이
지혜나 지식,
집중력이나 판단력,
목표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등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버린 순수한 비움의 마음가짐에서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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