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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사라지고, 도심주택 반사이익 보려나? |
분양가상한제ㆍ원가공개 확대따라 지각변동 예상 |
주택건설업계가 초비상 상태다. 분양가상한제(원가연동제) 민간택지 확대와 수도권 및 지방 투기과열지구 등 일부 지역의 원가공개 충격 때문이다. 업체들은 11일부터 잇따라 비상대책회의를 열며 대책을 세우느라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원가가 공개되고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됨에 따라 주택시장과 주택건설업계의 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제도는 원가연동제가 시행된 1989년으로 되돌아갔지만 상황은 그때와 정반대다. 당시는 분양가 가이드라인을 둔 직접적인 가격 통제로 공급이 위축되자 업체들의 이윤을 늘려 공급을 활성화하려고 도입한 게 원가연동제였다. 업체들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었고 시장논리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도입되는 분양가상한제는 그때와 반대로 가는 제도여서 업체들의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다. 과거에는 없던 원가공개마저 겹쳤다. 감정가론 사업 못한다? 업체들은 분양가상한제 확대,원가 공개 자체에 반대하면서도 특히 감정가로 택지비를 책정하는 데 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에 따라 분양가를 매길 때 택지비를 감정가로 책정하게 하고 원가공개 때도 감정가격 기준 택지비를 제시하도록 했다. 감정가는 시세에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입한 가격에 금융비용 등 ‘실비’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게 업체들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업체들이 땅을 구입하는 데는 보이지 않는 돈도 많이 들어간다. 양도세 등 지주들의 세금을 업체들이 보전해주기도 해 구입가격 외에 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돈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감정가 입장에 변함이 없다. 땅 구입 시기가 천차만별이고 구입가격도 크게 다른 상황에서 실비 인정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한다. 감정가격은 택지비 산정에서 편리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감정가격은 분양 시점의 감정가격으로 매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감정가가 업체들에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업계 일부에서 나온다. 감정평가사들이 업체들에 불리하게, 가격을 낮춰 감정가격을 매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감정가격을 통해 분양가를 누르기 위한 것이 아닌 만큼 업체들이 손해 볼 정도로 책정되지는 않을 것이란 것이다. 브랜드가 사라진다? 분양가자율화로 나타난 대표적인 게 브랜드다. 가격 제한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업체들은 품질 향상을 밀어붙였고 품질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태어났다. 분양가에는 무형의 브랜드 가치가 반영됐다. 분양가상한제는 가격 통제로 인해 브랜드가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다. 건축비가 일정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제품을 차별화할 게 별로 없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브랜드 가치를 분양가에 매기기도 힘들다. 브랜드가 쉽게 사라지진 않더라도 브랜드가 갖는 품질 차별화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도심 공급 줄고 외곽 는다? 과거 원가연동제 전 분양가를 일정한 선에서 제한한 행정지도 가격 시절 나타난 부작용이 공급이 싼 땅에 몰렸다는 것이다. 가격제한으로 비싼 땅값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히 싼 땅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번에도 이런 일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감정가가 시세에 준하게 매겨진다 하더라도 도심 등 땅이 부족한 곳에서는 지주들이 높은 가격을 부를 것이다. 감정가격으론 사업이 안 되는 것이다. 자투리 땅 등 도심 땅을 활용한 사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수도권 외곽, 지방 등에 공급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택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 지원을 위해 민간과의 공동사업을 대책으로 내놓았는데 이 사업 역시 외곽지역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심 기존 주택 반사이익?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품질이 나빠지는 데다 싼 주택들이 외곽에 몰리면 자연 도심 주택은 반사이익을 보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온다. 비싼 땅값 때문에 공급이 어려운 인기지역에서, 그것도 분양가자율화 이후 지어져 품질이 좋은 주택들이 인기를 끌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주택이 얻을 반사이익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기존 주택 값이 올라가려면 구매력이 뒤따라 줘야 하는데 집값이 너무 비싸 현재 가격도 부담스런 상황에서 수요가 계속 붙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소득 중심으로 대출도 억제되고 있어 구매력이 계속 늘어날 수만은 없다. 분양가상한제에 따라 저렴한 주택과 반값 아파트 등 싼 주택들이 분양되면서 청약과열은 더욱 심해지고 기존 주택시장은 침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자격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기존 주택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계속 전세로 살려고 해 전세난과 전셋값 상승이 우려된다. 가장 큰 타격은 중소형 서민이다. 이와 함께 집 내부를 고치는 대수선이나 단지 전체를 고치는 리모델링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주택자 등은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어렵고 새 아파트 품질도 떨어지기 때문에 기존 집을 고치려한다는 것이다. 시행사가 사라진다? 민간택지의 주된 주택공급 방식은 시행과 시공 분리 구조다. 시행사는 땅값을 통해 이윤을 남겼다. 그러나 땅값이 감정가로 매겨지면 땅값으로 챙길 게 없어진다. 상한제로 이윤도 줄어들기 때문에 시행사와 시공사가 나눠 먹을 몫이 별로 없다. 시행사가 타격을 받고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중소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주택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기 때문에 중견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대형업체들 역시 전체 파이가 줄어들어 타격을 받게 되지만 그나마 낫다. 대형 업체들은 그동안 주로 시공만 맡은 도급공사를 주로 해왔는데 앞으로는 자체 사업이 늘어날 수도 있다. 지주들이 대형 업체와 직접 땅 거래를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는 공공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보다 훨씬 큰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들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올 12월 이전 분양승인까지 밀어붙여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는 것 외에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올 한해 새 아파트가 예정된 물량보다 훨씬 많이 쏟아질 수 있는 것이다. 대신 업체들에게 내년은 없다. 벌써 신규 택지 확보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가 절망만 할 일은 아니다. 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분양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이야 잇단 공급,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싼 가격에 내놓아도 분양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수도권에선 무난히 분양될 것이다. 수도권에선 '펜스만 치면 된다'는 옛말이 다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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