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전환기 부동산시장 신풍속도 10..8.31태풍피해 틈새찾자
[심층취재] 전환기 부동산시장 신풍속도 10..8.31태풍피해 틈새찾자 |
[한경비즈니스 2005-11-13 23:51] |
‘8·31태풍 피해 틈새 찾자’ Go Go
1. 부동산재테크 책 ‘도통 안 팔리네’ “8ㆍ31대책 발표 후엔 거의 안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대형서점 판매대도 주식 책에 밀린 지 오래입니다.”(경제경영 전문 출판사 기획자 L씨)“책 낸 지 한 달 만에 8ㆍ31대책이 발표돼 아예 기대를 접었습니다. 재판 인쇄는커녕 출판사에서 도통 연락이 없어 몇 부나 나갔는지도 모르겠어요.”(부동산 관련 책 저자 K씨)
8ㆍ31부동산대책 발표 후 출판가와 서점가에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땅’, ‘아파트’ 등의 제목이 달린 부동산 책이 점령하던 서점 판매대는 주식 관련 책으로 싹 바뀌었다. 또 신간목록도 주식이나 펀드 관련 책으로 채워지고,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부동산 관련 책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8ㆍ31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에 불어닥친 한파가 출판 서점가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 베스트셀러 집계에 따르면 30위권에서 부동산 관련 책은 최근 출간된 <한국의 디벨로퍼들>이 유일하다. 불과 1년여 전 경제ㆍ경영 파트 10위권에 2~3권 이상 오르내리던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그나마 ‘좀 팔리는’ 부동산 책은 경매입문서나 공인중개사 시험교재가 고작이다. 반면 주식 관련 서적은 한 달에 수십종이 쏟아지면서 달라진 시장환경을 대변하고 있다. 김병희 예스24 팀장은 “수년간 재테크서적 수위는 부동산 관련서들이 차지했었지만 8ㆍ31대책 발표 이후에는 독자들의 관심이 주식으로 옮아가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런 흐름에 맞춰 최근 주식도서 기획전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책의 출간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몇몇 출판사는 ‘내년 봄 시즌’을 겨냥한 부동산 관련 책 기획에 돌입한 상태다. K출판사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책이 경기를 많이 타기는 하지만 꾸준히 팔리는 주제임에 틀림없다”면서 “침체기 이후에 대비해 많은 출판사들이 새 기획에 돌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 인터넷 커뮤니티는 지금 ‘작전회의 중’
“미국 FRB 기준금리가 7.5%까지 인상된다는 설이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 시중금리는 두 자릿수까지 오르게 된다.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 뼈를 깎는 고통이 시작될 것이다.”(부동산뱅크 커뮤니티 ‘HOT 토론’ 중)“정부, 언론은 뒷북치기 선수다. 전문가들은 내집마련 적기가 올 연말, 내년 상반기라고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내집마련 적기는 바로 지금이다.”(다음카페 ‘이재국의 부동산이야기’ 게시판 중)
요즘 인터넷에선 부동산에 일가견 있는 ‘개미’들이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부동산시세정보사이트의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다음카페 등에서는 매일 수천명의 회원이 글을 주고받으면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거래시장에서 사라진 투자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암중모색’을 하고 있는 셈이다.
회원수 수천, 수만명을 자랑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10여개에 달한다. 다음카페 ‘아파트값 내리기 모임(아내모)’과 조인스랜드 ‘아기곰동호회’ 등은 2만명이 넘는 회원수를 자랑하는 대표 커뮤니티. 이들은 인터넷 활동을 넘어서 오프라인 세미나를 개최해 정보를 교환하는가 하면 정부정책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제안에도 적극적이다.
‘아내모’의 경우 분양원가공개, 분양권전매전면금지 실시 등을 요구하면서 ‘아파트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아기곰동호회는 ‘재야고수’들의 칼럼이 많은 커뮤니티로 이름을 날리면서 재테크지식 교류와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남다른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또 부동산뱅크 커뮤니티는 2주에 한번씩 특정주제를 놓고 토론장을 개설, 여러 의견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2,100여개 동호회를 보유한 닥터아파트의 경우 특정 아파트 입주민의 힘을 모으는 장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8ㆍ31대책 발표 이후 향후 시장전망에 대한 의견이 다양한 관점에서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부동산시장 구성원의 생각이 그대로 투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의견 개진이 활발하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8ㆍ31대책과 콜금리 인상 이후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지만, 일부 충성회원들은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면서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3. 모델하우스 ‘사은품 손님’ 북적북적
얼마 전 몇몇 일간지 부동산면에는 ‘주말 모델하우스 북적인다’는 내용의 기사가 사진과 함께 실렸다. ‘8ㆍ31대책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방 분양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는 요지였다. 실제로 수원, 화성 봉담 등지의 모델하우스에는 주말이면 수천의 인파가 몰리고 있다. 방문객 상당수는 가족나들이를 겸해 모델하우스 구경을 나온 가족단위. 일부 모델하우스는 발 디딜 틈 없이 성황을 이뤄 ‘불황’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게다가 업계 통념상 분양아파트의 방문객수는 분양실적의 바로미터로 보는 까닭에 분양호조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청약이 실시되고 난 뒤 분위기가 반전되는 곳이 적잖다. 10월 중순에 개관한 수원의 한 모델하우스의 경우, 주말에만 1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해당업체 직원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정작 청약성적은 바닥을 헤맸다. 490가구 분양에 청약접수한 인원은 50명 남짓이어서 대거 미분양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분양성공에 대한 기대가 한순간 거품으로 꺼지고 말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 이유를 “경품, 사은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품이벤트와 사은품 증정을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 방문객이 성황을 이뤘지만 그걸로 ‘끝’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돈 안 드는 구경거리가 있는데다 어려운 경기에 사은품 증정에 경품이벤트까지 하니 고객 입장에서는 일석이조”라며 “문제는 이런 고객몰이가 청약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요즘 분양시장의 현주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빈강정’이 따로 없다. 너나없이 아파트 전속모델, 가수를 불러 이벤트를 벌이고 고가의 PDP-TV 등 경품을 내걸어 고객을 불러 모으지만 정작 실적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지방에서 두드러진다. 사은품을 받기 위해 동네주민들이 짝을 이뤄 수차례씩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11월 분양을 예정했던 업체들이 내년 봄으로 일정을 연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일단 모으고 보자’식 개관 이벤트를 다시 검토하는 업체들도 적잖다는 후문이다.
4. ‘대책에 대한 대책 세우자’ 강연회 러시
“정부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강연회 요청이 쇄도합니다. 시장이 불확실할수록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8ㆍ31대책 이후엔 소화를 못할 정도로 강연요청이 밀리고 있습니다.”인기강사로 이름 높은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8ㆍ31대책 발표 후 스케줄이 더 바빠졌다. 그렇지 않아도 TV, 신문, 잡지 등 각종 미디어에 매일같이 등장하는데다 각급 기관, 단체에서 여는 강연회 강사 요청이 몰려 눈코 뜰 새 없다는 것. 그는 “새 정책을 감안, 자신의 부동산 자산을 조정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졌다”면서 “세금, 대체투자처에 대한 질문도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2002년부터 러시를 이루던 부동산 관련 강연회, 세미나의 내용이 확 바뀌었다. 종전까지는 내집마련, 청약통장 활용, 투자전략 등을 중심으로 강의가 진행됐지만 최근 강연회들은 ‘8ㆍ31대책에 대한 대책’을 주요 주제로 삼는 모습이다. 특히 세금에 대한 관심은 실로 대단하다. 김종필 세무사는 “처분과 증여 사이에서 고민하는 다주택자들이 강좌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면서 “종전까지는 취득시 세금에 대한 강의를 많이 했지만 요즘은 처분, 증여, 상속 등 상황별 세금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세정보업체나 금융사, 언론사 등 강의 주최측의 프로그램 기획도 세금 중심으로 흘러가는 추세다. 이경미 부동산114 대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세금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전략세미나를 열고 있다”며 “대체투자처에 대한 관심도 높아서 해외부동산 등에 대한 강의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5. 또 다른 기회의 땅 찾아 ‘GO GO’
어떤 상황에서도 틈새는 있기 마련이다. 특히 부동산 불패신화를 굳게 믿는 이들은 최근의 침체기가 별 문제 아닌 듯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개중에는 투기지역 거래규제와 세금폭탄을 피해 또 다른 ‘기회의 땅’으로 떠난 이가 적잖다. 지방토지나 해외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다. 이에 따라 토지시장에서는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를 받지 않는 곳이 각광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업도시, 혁신클러스터,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대규모 국책사업 영향권 아래 있는 곳들은 단연 ‘0순위’로 꼽힌다.
충북 음성, 진천군의 경우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에 따른 기대감이 커지면서 땅값이 내릴 기미가 없다. 음성군 금왕읍 일대는 전답 모두 평당 1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도로에 인접한 곳은 평당 2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금왕공인 관계자는 “연초보다 두 배씩 뛴 상태”라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울 수도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연말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대한 토지보상이 예정돼 있어 인근 지역으로까지 이상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대단하다. 개인의 해외부동산 구입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투자한도가 높아지고 유학생 자녀를 위한 부동산 구입도 허용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1년까지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외환거래자유화 일정도 앞당겨질 전망이어서 관심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류승진 부동산투자자클럽 대표는 “올 상반기 해외부동산 직접투자는 226만달러로 국내자금으로 환산하면 약 92억5,000만원 정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8%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미개발지역의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부 투자자는 삼삼오오 팀을 만들어 현지답사를 통해 투자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류대표는 “해외부동산이 새로운 투자처임에 틀림없지만 세계시황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면서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6. 건설사ㆍ디벨로퍼 ‘울고 싶어라’
분양시장의 위축은 건설사들과 시행사들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중과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중도금 납부마저 지연되는 모습이다. 지난해만 해도 적지 않았던 제1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은 이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나 찾아봐야 할 정도다.
그나마 아파트는 상황이 낫다. 상가, 오피스텔은 제2금융권에서도 자금지원을 꺼려하고 있다. 생보부동산신탁의 한 관계자는 “후분양제를 명시한 ‘건축물분양에관한법률’이 시행된 이후 상가에 대한 PF 자금대출은 사실상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 온다고 해도 연간 이자율이 두 자릿수를 넘어서는 실정이다.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제2금융권은 PF 대출 취급수수료만 12%, 연간 이자는 9%대로 첫해에는 무려 대출금의 21%를 이자로 내야 할 판”이라며 “분양마저 여의치 않게 되면 건설사로선 자금줄이 앞뒤로 다 막힌 꼴이 된다”고 토로했다.
또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회사채 신용등급이 트리플B 이상 되는 업체들만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9~10월 두 달 동안 회사채 발행을 한 건설업체는 현대건설이 발행한 3년 만기 300억원(9월)짜리와 1년 만기 598억원(10월)밖에 없다. 부동산펀드 역시 분양시장 위축으로 PF대출형 펀드보다는 실물자산투자형 펀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자금줄이 마르다 보니 상당수 건설업체들이 당초 올 연말에 실시할 계획이었던 아파트 분양을 내년 봄 이후로 연기하고 있다. 실제로 청약실적도 신통치 않아 ‘연기’만이 대안이라는 분위기다. 대한주택보증의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주택업체들의 분양보증 건수는 총 65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88건)에 비해 무려 26.1%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7. 대체투자상품 ‘물 만났다’
썰렁한 분양시장과 달리 부동산펀드 등 간접투자시장은 펀드활황에 힘입어 동반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맵스자산운용이 지난 9월 실물투자형 부동산펀드 ‘맵스프런티어사모부동산14’(445억원)를, 10월에는 ‘맵스프런티어사모부동산15’(155억원)를 연이어 설정했다. 굿앤리치자산운용도 부동산경매에 투자하는 ‘굿앤리치부동산경매투자회사 2호’를 판매하고 있다.
부동산투자펀드에 재투자하는 부동산증권펀드도 활발하게 판매 중이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이 전세계 분산돼 있는 각종 부동산증권에 투자하는 글로벌부동산증권을 판매 중이고 맥쿼리펀드운용그룹의 맥쿼리IMM글로벌리츠재간접투자신탁과 삼성증권 등이 동으로 판매하는 삼성제이리츠펀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도 골프장에 들어선 주택, 위락시설 등은 틈새 투자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강북 뉴타운과 인접한 곳에 들어서 있는 상가주택들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들 주택은 향후 상업용 부동산으로 용도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뉴타운 개발 후 높은 시세차익을 거두기에 유리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의 토지도 여전히 투자수요가 많다. 또 기존용적률은 180% 미만이지만 서울시 재건축 기본계획발표 후 허용용적률이 250% 이상으로 변경된 고밀도 아파트에도 투자자들의 문의가 활발하다.
특히 골프회원권 등 대체투자상품은 오히려 부동산 규제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은 케이스다. 골프회원권정보제공업체인 에이스회원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남부CC 회원권값은 12억7,000만원으로 9월 초에 비해 무려 7,000만원이나 상승했으며 송추CC는 2,000만원, 기흥CC도 두 달 만에 900만원 가량 값이 뛴 것으로 조사됐다.
8. 경기가 어떻든 ‘난 내 고집대로 해’
경기와 상관없이 ‘묻지마 투자’를 계속하는 세력도 여전하다. 안명숙 우리은행 PB사업단 부동산팀장은 “쇠심줄 고집으로 세금이나 경기상황을 고려치 않고 막무가내식 부동산투자를 하는 세력이 여전히 있다”면서 “주로 수십년간 부동산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한 고령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또 무주택자 등 내집마련에 목마른 서민층 중에서도 ‘침체기를 이용해 보자’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일부 기획부동산은 경기에 개의치 않는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활동을 재개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 발표도 잠시 위축된 양상을 보였지만 발표 후 석 달째 접어들면서 다시 투자자 모집을 조심스럽게 준비 중이다. 최근 기획부동산들은 좀더 치밀해지고 조직화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서울 강남에서 활동 중인 한 기획부동산은 “남들이 주춤할 때 투자해야 돈을 번다”는 말을 앞세워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종전과 달리 투자금액을 2,000만~3,000만원대로 낮춰 결심을 유도하는 방법을 쓰는 것도 특징이다.
임수만 전원클럽 이사는 “투자자 모집도 무작위방식에서 친인척과 지인들을 끌어들여 수당을 받는 다단계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규제와 관계없이 강남 재건축에 입질하는 패턴도 여전하다. 특히 이러한 ‘나대로’식 투자는 특히 1주택자나 무주택자들에게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봉길 세무사는 “관리처분이 떨어진 재건축ㆍ재개발 단지는 주택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8ㆍ31대책 이후 값이 크게 떨어진 물량을 중심으로 집중매수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기존 주택을 팔고 전세로 입주해 무주택 상태로 재개발ㆍ재건축 후 입주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9. 경매시장 ‘차라리 낙찰 포기할래’
경기가 좋지 않을 때 ‘호황’으로 전환하는 종목이 바로 경매다. 하지만 최근 경매시장에서는 낙찰 포기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경매정보제공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 동안 재입찰된 물건은 총 652건으로 8ㆍ31대책 이전인 8월의 574건보다 무려 78건이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10월에는 637건으로 9월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8월 이전과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재입찰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낙찰받은 경매물건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낙찰자들이 낙찰을 포기하는 이유를 한두 가지로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무엇보다 경기를 예측할 수 없어 낙찰받은 물건의 투자성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 10월31일 열린 서울 동부지원 경매 3계에는 재경매된 물건만 6건이 나왔다. 이 밖에 휴대전화 하나만 들고 대리입찰을 하며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브로커들과 일명 ‘아줌마부대’들이 크게 줄어든 것도 최근 경매시장의 변화된 모습이다. 그만큼 경매 수요자가 줄고 매력 역시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다. 경매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면서 지난 10월 서울ㆍ경기ㆍ인천지역 입찰경쟁률은 3.66대1로 전월에 비해 4.19% 하락했다. 또 낙찰가율도 10월 70.56%를 기록, 전월에 비해 2.40%포인트 내렸다.
10. 다운계약서ㆍ업계약서 ‘동시입장’
최근 재개발지역에서는 다운(Down)계약서와 업(Up)계약서가 함께 등장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북 뉴타운 등 서울시내 주요 재개발구역에서는 투자자들이 점차 몰리면서 주택, 토지를 매입하려고 하는 쪽에서는 매입가격보다 높은 금액에 계약서를 작성하는 ‘업(UP)계약서’가 등장했다. 이는 추후 되팔 때 양도차익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반대로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시세보다 낮게 계약서를 쓰는 ‘다운(Down)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빈번하다. 물론 실제 거래되는 금액도 크게 낮춘다. 따라서 내야 할 양도세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특히 2006년부터는 재개발 입주권도 주택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일부 급매물을 ‘다운’해 거래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 3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일부 지역에서는 다세대주택을 헐고 다가구로 분양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서울시 조례는 재개발예정지에서 다세대에서 다가구로 지분을 쪼개 파는 경우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이를 피해 아예 다세대 주택을 헐고 소유권이 나눠진 다가구로 다시 지어 투자자를 모집하는 편법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판교신도시 대체후보지로 검토 중인 송파신도시 인근 마천ㆍ거여 뉴타운 예정지는 투기수요가 가세하면서 곳곳마다 다가구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받으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전영진 예스하우스 실장은 “3차 뉴타운만 해도 다세대에서 다가구로 바꿀 경우 건축허가가 난다는 점을 이용해 투기세력이 시장을 선점해 둔 상태”라고 밝혔다.
sjpark@kbizweek.com realso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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