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울리는 향기 -영상시모음-

최광림 시인의 -한가위-

우리옹달샘 2005. 9. 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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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최광림

어머니,
오늘은
당신의 치마폭에서 달이 뜨는 날입니다

아스라한 황톳길을 돌아
대 바람에 실려온 길 잃은 별들도
툇마루에 부서지는 그런 날입니다

밀랍처럼 곱기만 한 햇살과
저렇듯 해산달이 부푼 것도
당신이 살점 떼어 내건 등불인 까닭입니다

새벽이슬 따 담은
정안수 한 사발로도
차례 상은 그저 경건한 풍요로움입니다

돌탑을 쌓듯
깊게 패인 이랑마다
일흔 해 서리꽃 피워내신 신앙 같은 어머니,

다만 살아온 날 만큼
당신의 고운 치마폭에
두 무릎 꿇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눈물 비친 웃음 한 소절
입김으로 펄펄 날리며
모두가 오래도록 그랬음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