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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최광림
어머니,
오늘은
당신의 치마폭에서 달이 뜨는 날입니다
아스라한 황톳길을 돌아
대
바람에 실려온 길 잃은 별들도
툇마루에 부서지는 그런 날입니다
밀랍처럼 곱기만 한 햇살과
저렇듯 해산달이 부푼
것도
당신이 살점 떼어 내건 등불인 까닭입니다
새벽이슬 따 담은
정안수 한 사발로도
차례 상은 그저 경건한
풍요로움입니다
돌탑을 쌓듯
깊게 패인 이랑마다
일흔 해 서리꽃 피워내신 신앙 같은 어머니,
다만 살아온 날
만큼
당신의 고운 치마폭에
두 무릎 꿇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눈물 비친 웃음 한 소절
입김으로 펄펄
날리며
모두가 오래도록 그랬음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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