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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존경하는 사찰음식.. '비움' 배우러 또 왔죠"

우리옹달샘 2015. 8. 19.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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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존경하는 사찰음식.. '비움' 배우러 또 왔죠"

미국 유명 셰프 에릭 리퍼트 '백양·진관·통도사 체험' 마쳐"세 사찰엔 방아잎 장떡·메밀국수·복숭아 김치 맛이 일품" 경향신문 | 임아영 기자 | 입력 2015.08.18. 22:16 | 수정 2015.08.18. 23:12

“사찰음식은 지구를 존경하는 음식입니다. 요리사이자 수행자로서 깨달음에 가까워진다고 느낍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 중 한 명인 에릭 리퍼트(50)가 사찰음식을 배우기 위해 4일부터 일주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프랑스 태생인 리퍼트는 17세에 파리의 400년 전통 레스토랑 ‘라 투르 장’을 시작으로 프랑스 요리계의 살아있는 전설 조엘 로부숑의 레스토랑 ‘Jamin’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4년부터는 미국 뉴욕의 레스토랑 ‘르 베르나르댕’에 합류했다. 미국에서 ‘요리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스 상’을 받았고, 이후 세계 최고의 셰프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에릭 리퍼트(왼쪽)가 경남 통도사에서 두부를 만들어보고 있다. |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그가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불교 수행을 시작하면서다. 1990년대 후반부터 관련 책들을 접하기 시작했고, 2003년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처음 들은 이후 법문을 청해 들었다.

“불자가 된다는 것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생 동안 나아지는 것이니까요.”

3년 전에 사찰음식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처음 온 그는 “그때 체험이 계시 같았다”고 말한다. “사찰음식은 동물을 죽이지 않아서 고통이 없는 음식이고, 건강에 좋은 지속가능한 음식이죠. 또 우리의 마음을 밝혀줍니다. 사찰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수행을 통해 깨달음에 가까워질 수 있기에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생선 요리로 유명한 셰프이지만 그동안 “불자니까 물고기를 죽이는 것 때문에 갈등을 많이 느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지난 2월 그가 진행하는 <아벡 에릭(Avec Eric)>이라는 PBS-TV 프로그램에 사찰음식이 3회에 걸쳐 소개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그가 세계 곳곳의 음식과 사람을 직접 만나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제작되는 것이다. 전남 백양사 천진암 정관 스님이 출연해 사찰음식의 진수를 소개했다. 그는 “올해는 즐기고 배우러 왔다”며 백양사, 경남 통도사, 서울 진관사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그는 세 사찰의 차이에 대해 백양사는 ‘어머니 같은 원초적 전통’, 진관사는 ‘세련된 전통’, 통도사는 ‘창조성’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음식이 맛있었지만 특히 백양사에서는 방아잎 장떡, 진관사에서는 메밀국수, 통도사에서는 복숭아 김치를 꼽았다. 그러면서도 “1, 2, 3등을 매기기 힘들다. 사찰 세계는 경쟁이 없다”며 웃었다.

리퍼트는 사찰음식의 매력에 대해 “음식을 아주 맛있게 만들 수는 있지만 만들면서 집착과 중독을 만들어내지 않기는 어렵다”며 “세 사찰 모두의 공통점은 영혼이 충만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선(禪)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는 시간이었다. “사찰음식은 스님이나 재가불자 모두에게 수행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데 특히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게 재료를 준비하든, 요리를 하든 현재에 집중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돌아가서는 이번 체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메밀 국수와 살짝 구운 참치를 결합한 에피타이저, 흑임자 리조토 등의 메뉴를 개발할 예정이다. “사찰음식은 비움과 나눔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 음식은 탐욕과 로비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어요. 비만자가 늘어나고 당뇨와 암이 많아지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 흐름을 바꾸고 싶어요. 지구에 올바른 것이 나에게도 올바른 것을 가져온다는 것, 그것이 건강한 삶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