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께 날씨가 제법 쌀쌀한 어느 가을 저녁.
코끝을 감도는 와인 향의 유혹을 더 이상 뿌리칠 수 없다. 부부,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프랑스로 와인 여행을 떠난다. 또 어떤 이들은 전통 맥주의 진한 맛에 이끌려 독일행 기차를 탄다.
시속 500㎞로 달리는 TKR(한반도종단철도)과 TCR(중국횡단철도)에 몸을 싣고 24시간을 달리면 아시아의 반대편인 유럽에 다다른다. 더 이상 유럽은 먼 이웃이 아니다.
꿈의 철도시대가 열린다. 초고속철도망 구축은 이런 미래를 가능케 할 것이다.
앞으로 20년 후면 각국의 초고속철도망 구축으로 서울~동경~북경~상해 등 주요 도시는 물론이고 그 주변지역까지 1일 생활권이 확대될 것이다. 서울에서 점심을 먹고, 상해에서 리셉션에 참가한다.
최근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이 대구지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는 환승 시설과 문화, 상업, 업무의 환승 지원시설 등을 복합으로 개발하는 시설이다.
동대구역세권 개발은 대구발전의 전환점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전문가들의 따끔한 지적도 나온다.
행정당국이 동대구 복합환승센터를 포함한 주변 역세권지역을 총괄하는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교통, 건축, 도시계획, 도로, 조경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TF(Task Force)팀의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하위 등급의 ‘F수준’인 동대구역 주변 도로의 교통량 처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복합환승센터의 진·출입로를 교통체계와 수요에 맞게 설치할 필요가 있으며 주변 도로의 용량 증대가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지켜보면 대구시와 동구청의 대응방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소극적이다.
왜 문제인식의 차이가 큰 것일까. 한마디로 향후 발전될 동대구역의 위상과 위력을 미처 상상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대구시는 향후 동대구역세권을 대구의 ‘신도심’이자 영남권의 ‘역세권’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시각이 ‘우물안 개구리격’이다.
로마가 세계의 중심이었던 당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었듯이 앞으로는 ‘모든 길은 고속철로 통할 것이다’. 이것이 트렌드다. 복합환승센터를 필두로 한 동대구역세권 개발은 대구와 영남권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를 뛰어넘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고속철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고속철은 세계를 움직이는 중요한 키(key)다.
당연히 이곳은 국제적인 중심 업무 및 상업지로 떠오를 것이다. 동대구역세권의 향후 비전과 역할을 제대로 인식할 수만 있다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안들은 자연스레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
동대구역세권 개발에서 불거진 교통량 분산과 터미널 확장, 후적지 개발 등은 당연히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복합환승센터의 진·출입로를 교통체계와 수요에 맞게 설치할 필요가 있으며 주변 도로의 용량 증대가 필요한 실정이다. 신설 도로는 필수적이다. 또 진입 교통량과 진출 교통량을 원거리에서 분산처리시켜야 한다.
교통 몸살을 앓는 동대구역이 과연 영남권의 교통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현재 코앞에서 벌어지는 교통대책은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수정돼야 하고, 복합환승센터의 건너편은 지구단위계획을 통한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대구의 도약은 동대구역세권 개발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더 큰 시야,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동대구역세권의 향후 발전가능성을 제대로 알고, 느껴야 해법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