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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선정 총체적 부실] 공적책임 등 비계량 항목 후한 점수… 자금능력 의심 불구 승인서울경제

우리옹달샘 2012. 6. 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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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선정 총체적 부실] 공적책임 등 비계량 항목 후한 점수… 자금능력 의심 불구 승인서울경제 | 박현욱기자 | 입력 2012.06.08 17:41

지난달 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상임위원 전체회의에서 방송담당 국장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다. 최시중방통위원장이 약속한 지 1년이 넘도록 종합편성채널(종편)백서가 왜 발간되지 않는지를 따지는 질문이었다. 되돌아온 대답은 "제작 작업은 다 마쳤는데 상임위원들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였다. 지난 2010년 말 정부의 종편사업자 선정은 국내 방통 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상임위원들에게도 보고가 지체될 만큼 민감한 사항이었던 셈이다.

8일 방통위가 차일피일 미뤄온 종편백서를 공개했지만 열람만으로 제한했다. 공개내용도 주주 출자자나 규모 등은 모두 'OO' 표시돼 외부공개를 원천 봉쇄했다. 극히 제한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심사항목과 과정, 점수 등이 고작이다.

공개된 정보만으로도 불공정·졸속 심사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정황들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심사배점은 총 1,000점으로 방송 공적 책임 및 공정성 (250점), 방송 프로그램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 적절성 (250점), 조직 및 인력운영·경영계획적정성(200점), 재정 및 기술적 능력(200점), 방송발전 지원계획(100점)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재정·기술능력에 대한 심사는 계량화가 가능한 항목들이 대부분으로 이병기 심사위원장(서울대 교수)을 포함한 심사위원 14명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기 힘든 부분이다. 나머지 방송 공정성이나 프로그램 능력을 평가하는 항목들은 비계량적 요소로 의도적 조정이 가능하고 실제로 심사위원들의 점수 차이폭도 컸다. 점수 배분도 방송 공적 책임, 프로그램 기획·제작능력 등은 각각 250점으로 비중이 높다. 사실상 미리 정해놓고 짜맞추기를 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실제 세부 심사항목은 총 44개로 계량화된 항목은 9개이며 나머지는 모두 비계량 항목들이다. 자기자본 순이익률, 부채비율, 총자산 증가율 등 재정적 능력에서 JTBC에 이어 2, 3위를 차지한 한국경제의 HUB와 태광의 케이블연합종편채널(CUN)은 모두 종편 사업자로 최종 결정된 채널AㆍMBNㆍTV조선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현금·현금성 자산, 자기자본 대비 투자금액 적정성 등을 따진 자금출자 능력 항목에서도 CUN이 최고였고 MBN이 최하위였다.

비계량적 항목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들은 더 많다. 프로그램 기획·제작계획 적절성 항목에서 MBN은 204.28로 태광의 CUN(180.56)보다 23.72의 큰 점수차로 앞섰다. 하지만 각 신청법인의 사업계획서(시청자 의견청취용)에 따르면 MBN은 차별화된 편성과 3D, 스마트TV 등의 신규 플랫폼 진출 등 다소 추상적 청사진이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CUN은 모든 프로그램을 고화질(HD)방송으로 제작하고 오전시간대의 어린이 프로그램 부활 등 보다 구체적이고 시청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계획을 내세웠다.

방송업계에서는 국내 1위 복수종합유선방송(MSO)과 E채널 등 8개 채널을 운영하면서 방송산업의 풍부한 경험을 가진 태광이 채널AㆍTV조선 등 방송 운영능력과 콘텐츠가 뒤처지는 사업자보다 못한 것으로 평가하는 등 공정성이 결여된 심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똑같은 심사 항목인데도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정반대로 나오는 등 오락가락한 기준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MBN의 심사소견서에는 '프로그램 기획·편성 계획안이 미흡하다고 판단됨'이라는 의견과 '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이 적절함'이라는 상반된 견해가 같이 기재됐다.

이번 종편백서를 통해 제한적이나마 불공정 심사의 흔적들이 나타나 향후 실패한 종편정책에 대한 책임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 투자나 자금모집 과정 등 종편백서에서 밝히지 못한 핵심사항들이 드러날 경우 정부가 전형적인 권언유착과 종편 특혜시비에 재차 휘말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 주관적이고 정성적 판단을 줄이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종편심사는 이 같은 부분이 미흡했다"며 "심사의 공정성과 함께 현재 종편들이 이미 내놓은 계획들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