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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두 얼굴

우리옹달샘 2012. 4. 3.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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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두 얼굴 서울신문 | 입력 2012.04.02 02:46

[서울신문]"매매계약서 써 본지 세 달도 넘은 것 같습니다. 일대 중개업소 대부분이 실장(중개보조인)을 해고하거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서울 서초구 잠원동 B중개업소 관계자)

"시기를 잘 맞춘 덕분인지 아직은 먹고살 만합니다. 수도권에서 손님 찾기가 어려워 부산으로 내려왔는데 이곳에선 수요가 꾸준한 편이지요."(부산 해운대구 S중개업소 관계자)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지역·주택별 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괴리뿐만 아니라 같은 서울 강남 지역 안에서도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중이다. 중개업자나 이사업체 등의 희비도 함께 엇갈리고 있다.

# 강남권… 대치·도곡 썰렁 vs 청담·논현 후끈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봄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급속한 분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곳은 중개업소들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N중개업소 관계자는 "한창 재개발이다 뉴타운이다 하면서 지분 장사를 하는 부동산들이 우후죽순 늘었지만 영업하는 곳은 몇 안 된다."면서 "벌어놓은 돈으로 겨우 먹고살고 있다."고 말했다.

강화된 재건축 규제와 비싼 가격 때문에 재건축 단지 거래가 급격히 위축된 강남권 중개업소들도 마찬가지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중개업소마다 3곳 이상의 정보업체 체인에 가입했으나 요즘은 1곳도 가입하지 않은 곳이 수두룩하다."며 "한 달 10만원의 가맹비도 부담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부산이나 대전의 일부 중개업소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부산 서구의 K중개업소 측은 "당분간 지방의 신규 단지만 따라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원룸, 도시형생활주택 전문 중개업소들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소형주택의 전·월세 계약은 1년 단위인 데다 계약도 빈번해 인터넷을 통한 영업만으로도 고객이 충분히 모인다.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 강남 주택시장에서도 이 같은 양극화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기존 집값이 하락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신규 분양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는 상태다.

또 초고층 주상복합이 찬밥 신세로 전락한 반면 저층 단독주택은 다시 각광받는다. 침체에 빠진 주택시장과 달리 오피스시장은 최고의 호황기에 근접했다. 지역별로도 대치·도곡·개포지구는 쇠퇴한 반면 청담·압구정·논현·신사·삼성지구는 대접받는 분위기다.

# 착한 분양가 속출… 주변 시세보다 10% 싸게 분양
강남이 이렇다 보니 서울과 수도권에선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아예 '착한 분양가' 아파트가 대세를 이룬다. 실수요 위주의 시장 재편으로, 새 아파트 분양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10% 이상 싼 곳도 나왔다.

예컨대 마포구 용강2구역 재개발 아파트인 래미안 마포 리버웰은 3.3㎡당 분양가가 2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인근 래미안 공덕5차의 3.3㎡당 매매가가 220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200만원가량 싸게 책정됐다. 은평구 응암3구역 재개발 아파트인 녹번역 센트레빌도 3.3㎡당 분양가가 1300만원대로 인근 백련산 힐스테이트의 3.3㎡당 매매가 1450만원에 비해 150만원가량 싸다.

반면 도시형생활주택은 공급이 급증하면서 건설사 간 각축장으로 돌변했다. 분양가도 점차 오르는 추세다. 역세권 등 입지를 강조하던 것에서 벗어나 브랜드화된 고급주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대문구 대현동의 GS건설 자이엘라는 테라스·와이드·콤팩트 타입 등으로 나뉘어 공급됐고,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라건설 비발디 스튜디오도 지역 내 고급형 도시형생활주택을 지향해 지어졌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건설사별 특화기술과 첨단시설이 브랜드형 소형단지에 투입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흐름은 시장 전환기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저금리·고령화시대의 도래로 투자 및 주거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변화는 상당 기간 구조적으로 진행되면서 서울시나 정부의 주택정책과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지방과 수도권, 소형과 대형,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에 3대 주택 양극화 현상을 기반으로 세분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