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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위의 집' 속출… 한국판 서브프라임 오나

우리옹달샘 2011. 4. 5.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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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위의 집' 속출… 한국판 서브프라임 오나 조선비즈 | 입력 2011.04.04 03:41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6)씨는 지난 2008년 3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2억원을 대출받았다. 3년 동안은 이자만 내고, 그 뒤 5년 동안은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는 조건이었다. 당시 박씨의 월수입은 600만원. 매달 110만원의 이자를 감당할 여력이 충분했다. 그는 집값이 오를 거라고 기대했고, 여차하면 아파트를 팔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상황은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바뀌었다. 우선 수입이 월 400만원으로 줄었다. 두 자녀의 학비 대기에도 빠듯해진 박씨는 아파트를 팔아 대출금을 갚으려 했다. 하지만 집값이 3000만원쯤 떨어진 것은 물론, 거래마저 끊겼다. 그러던 사이 3년이 지났고, 올해부터는 이자 외에 원금도 갚아야 해 매달 은행에 370만원을 내야 한다. 박씨는 "매달 은행 빚을 갚고 나면 생활비도 남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5년간 이렇게 살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직장인 10명 중 3명 "나는 하우스푸어"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가난을 못 벗어나는 이른바 '하우스푸어(house poor)'가 만들어지는 현장이다. 지난해 잡코리아가 직장인 4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29.9%)이 스스로를 하우스푸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들 '하우스푸어' 직장인들은 이자로만 소득의 23%를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부 정모(32)씨는 2008년 30년 만기로 1억7000만원을 대출받아 2억8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다. 이자만 무는 거치기간 3년이 올해로 끝난 정씨는 지금은 매달 105만원을 은행에 갚고 있다. 수입의 3분의 1이다. 그는 "저축은 꿈도 못 꾸고 친정에서 매달 도움받는 50만원이 없으면 숨도 못 쉴 정도"라고 말했다.

하우스푸어가 몇 명인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늘어날 것이란 것만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집값이 예전처럼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가 김모(45)씨는 2007년 대출금 6억원을 포함해 15억원을 주고 서울 용산구 주상복합아파트를 장만했다.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 사업이 어려워진 김씨는 이자조차 내기 어려워졌고, 결국 은행이 아파트를 지난해 4월 경매에 넘겼다. 아파트의 감정가는 15억5000만원이었지만, 3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달 10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떨어진 집값과 이자를 합쳐 5억원 이상 손해를 본 셈이다.

◆하우스푸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어
한국에 하우스푸어가 양산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재테크를 부동산에 올인하는 습관이 첫 번째 이유다. 한국 가계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보통 79.6%에 달해 미국이나 일본의 두 배 수준인 데다 무리한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대출 방식도 문제다. 350조원에 달하는 국내 주택담보대출 중 이자만 갚는 거치기간에 있는 대출이 작년 기준으로 무려 84%에 달한다고 금감원은 집계했다. 거치기간이 끝나면 원금도 같이 갚아야 해 가계의 부담이 3~4배로 급증한다. 국내 은행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거치기간을 2~5년 연장해줬는데, 이때 연장한 만기가 올해와 내년에 집중적으로 돌아온다.

주택담보대출의 92%가 변동금리 방식이라는 것도 문제다. 미국(26%)이나 일본(20%)에 비해 월등히 높다. 금리가 올라도 은행은 문제가 없지만, 대출자들이 모든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현재 5%대인 대출금리가 7.5%를 넘어서면 이자를 감당 못해 대거 아파트를 매도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출 경쟁을 벌이는 은행들은 이자만 갚는 거치기간이 끝나가는 다른 은행 고객들을 뺏어오는 경쟁을 벌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하우스푸어들이 '갈아타기'를 안 하면 곧바로 연체자가 될 수 있어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치 2003년 카드대란 때 카드사들이 출혈 경쟁을 벌여 카드 이용자들이 돌려 막기를 하던 상황과 비슷하다.

김태현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가계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우스푸어(house poor)
집을 한 채 가졌지만 오히려 그 집 때문에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 하우스푸어들은 대부분 집값이 계속 오르던 시절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는데, 집값이 하락하고 금리가 오르는 바람에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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