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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박근혜 전 대표, 그리고 레이건

우리옹달샘 2010. 10. 28.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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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박근혜 전 대표, 그리고 레이건
[이상돈 칼럼]

지난 주말 평화방송 대담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4대강’을 막아 주십사”하고 읍소(泣訴)한 것이 상당한 화제가 된 것 같다. 사실 내가 박 전 대표에게 제발 4대강을 살펴 봐주십사하고 애원한 것은 이미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 봄 수원교구 소속 천주교 사제들이 4대강 반대 모임을 시작할 때 일이다. 나는 그 때도 “이명박 정권은 여론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정권이다. 4대강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박근혜 전 대표다. 박 전 대표를 움직여야 한다”고 신부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그 때 분위기가 좀 썰렁했다. 뭐 저런 말을 하나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종교계와 시민단체에서도 4대강을 막을 유일한 길은 이제 박 전 대표 밖에 없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도무지 이런 정권이 없기 때문이다. 온갖 불법과 부작용이 들어나도 그만이고, 거짓말을 한 것이 들어나도 그만이다. 야당 의원들이 연일 새로운 사실을 폭로해도 그냥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천주교가 교단차원에서 반대운동에 나서고, 스님이 소신공양을 해도 끄덕도 하지 않으니 이런 정권은 정말 처음이다. 이런 정권을 향해 ‘여론전쟁’을 해 보아야 효과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상황이 이러한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니 예산심의가 어떻게 될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4대강 소송이 진행 중이기는 하나 그 진척이 늦고 항소심 등을 거치자면 몇년이 걸릴 수 있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4대강’은 그저 그렇고 그런 하나의 ‘정책’이 아니다. ‘4대강’은 이명박 정권의 알파이고 오메가다. 박 전 대표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을 것이고, 또 청와대는 그 점을 은연중 강조해서 무언(無言)의 압력과 회유를 했을 것이다. ‘4대강 반대’는 사실상 MB와의 결별을 의미할 수 있기에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총선이 내년 4월이라면 그래도 낫겠지만 총선은 내후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현 정권의 말로(末路)가 가시권(可視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현실도 박 전 대표가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원래 대통령제 민주국가에서 집권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2차 대전 후에 미국에선 로널드 레이건만 본인이 재선에 성공했고 부통령이던 조지 H. W. 부시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었다.

로널드 레이건이니까 그게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MB 정권이 ‘MB 2기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것은 농담 치고도 심한 농담이다. 어떤 이는 박 전 대표가 4대강에 반대하고 MB와 결별하면 민주당이나 진보와 다를 것이 무어냐고 묻기도 하지만 그것은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책임있는 정부(responsible government)'를 운영해서 '균형재정(balanced budget)'을 이루는 것은 원래 보수의 정치철학이다. 방만한 공기업을 혁파하는 개혁도 원래 보수의 아젠다이다. 보통사람들의 전통적 삶을 존중하는 것도, 또 법치주의와 원칙을 존중하는 것도 보수의 전통이다. 이 같은 진정한 보수의 철학과 정반대에 서있는 것이 바로 MB 정권이다.

국가안보는 또 어떠한가. ‘병역면제 정권’이 안보가 어떻고 하는 것 자체가 웃을 일이고, 요즘은 오마이뉴스, 시사인 같은 진보매체가 MB 정권 들어서 국방예산이 줄어들었고 군 장비가 낡았다고 걱정을 하고 있다.    

 제네널 일렉트릭(GE) 후원으로 방송 프로를 진행하던 로널드 레이건이 정치에 뛰어 들게 된 계기는 우리나라 ‘4대강’과 비슷한 TVA였다. 레이건은 공기업인 TVA가 ‘큰 정부(Big Government)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가 TVA에 터빈을 공급하던 GE에 의해 해고되어서 정치에 나서게 됐다. 레이건은 1964년에 골드워터를 위한 선거유세를 하면서 이렇게 연설했다. “연방정부는 화물운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테네시 강 지류를 운하로 연결했는데, 그 운하에는 TVA의 화력발전소에 태울 석탄을 싣고 다니는 바지만 다닐 뿐입니다.

그런데 그 운하를 유지·관리하는 비용으로 석탄을 화물열차로 운송하면 열차요금을 다 내고도 돈이 남습니다.” 참으로 명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멍청한 운하가 레이건을 대통령으로 만든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번역이 되어 나온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는 책은 경우에 따라선 작은 힘이 세상에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야말로 박 전 대표가 작은 힘으로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는 바로 그런 절묘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http://leesangdon.com

2010년 10월27일 12:04분 4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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