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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이 걸러낸 ‘죄송 내각’…김태호·신재민·이재훈 줄사퇴

우리옹달샘 2010. 8. 3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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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이 걸러낸 ‘죄송 내각’…김태호·신재민·이재훈 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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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입력 2010.08.29 18:20 | 수정 2010.08.29 22:30 | 누가 봤을까? 40대 남성, 전라 

[한겨레] 김태호 "국민들께 심려 끼쳐 매우 송구"…청와대 사의 수용



MB "능력있는데…아쉽다"…'허술 검증라인' 수술대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잇단 '거짓말'로 비판받던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스스로 사퇴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사퇴할 뜻을 밝혔고 청와대는 이를 수용했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을 사전에 알고도 임명했다던 청와대는 문제 후보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민심의 거센 물결 앞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관련기사 3·4면

김 총리 후보자는 이날 오전 광화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의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는 누가 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총리 후보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지 21일 만으로,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것은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 장상, 장대환 후보자에 이어 세번째다.

김 후보자의 사퇴회견 직후 신재민, 이재훈 후보자도 청와대에 자진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청와대는 이들의 사퇴 의사를 수용하고, 곧바로 후임 후보자 인선에 착수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모두가 능력과 경력을 갖춘 사람들인데 안타깝고 아쉽다"면서도 "국민의 뜻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고 사퇴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전했다.

김 총리 후보자 등의 사퇴는 국민적 비판 여론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청문회 이후에도 '문제 되는 장관 중 일부는 바꾸고 총리는 살린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임 대통령실장은 총리 청문회 다음날인 26일 이런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상대로 이런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 후보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이 청와대에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됐다. 복수의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난 금요일부터 당이 청와대와 김 총리 후보자를 상대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퇴를 압박했다"며 "청와대도 더 이상 버티는 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지역구를 다녀본 의원들은 민심의 싸늘함을 잘 안다"며 "이대로 갔다간 다음 총선은 전혀 가망이 없다는 생각에 의원들이 27일께부터 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당의 핵심 당직자도 "(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민심이 워낙 거셌기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더 늦지 않게 사퇴한 것이 다행일 지경"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27일 밤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만나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30·31일 의원연찬회에서 당청 관계 개선과 이번 개각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본격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청와대의 인사 검증 라인을 전면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며 "연찬회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김 후보자 등의 사퇴를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면서도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조영택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사필귀정"이라며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안창현 황준범 기자 bl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