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경(無量壽經) 第7/중생들의 번뇌와 고통■
세상 사람들은 하잘 것 없는 일들을 다투어 구한다.
악과 괴로움으로 뒤끓고 있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 때문에 허덕이며 겨우 생계를 꾸려 나간다.
신분이 높거나 낮거나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남녀 노소를 가릴 것 없이 모두 돈과 재물에 눈이 어두워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이 있거나 없거나간에
근심 걱정은 떠날 날이 없다.
불안 끝에 방황하고, 번민으로 괴로워하며, 엎친데 덮치고,
욕심에 조금도 마음 편할 때가 없는 것이다.
논밭이 있으면 논밭 때문에 걱정하고,
집이 있으면 집 때문에 속상하며,
가축과 하인과 돈과 재물, 의복, 음식, 세간살이에 이르기까지
이것 저것 걱정 아닌 것이 없다.
있으면 있다고 걱정하고,
없으면 없다고 해서 걱정하며 한숨짓는다.
때로는 뜻밖에 수해나 화재 혹은 도둑을 만나
재산을 잃어버리고 원통해 하고 슬퍼한다.
이런 생각이 맺히면 마음이 멍들어 심기가 전환되기는 썩 어렵다.
만약 벌을 받아 재산이나 목숨이 위태하게 되면
그는 모든 것을 고스란히 버리지 않을 수 없다.
누구 하나 그를 따라가는 이도 없다.
아무리 신분이 높고 부자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이렇듯
괴로움과 근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이와 같은 고통 끝에 죽는 일이 있다.
그들은 일찍이 선한 일을 행하지 않고
도를 닦거나 덕을 쌓지 않았으므로
죽은 뒤에는 혼자서 외롭게 어두운 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가 가는 세상은 선업이나 악업의 결과에 따라 받는 과보다.
그럼에도 이 선악에 대한 인과의 도리마저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가족이나 친척들은 서로 공경하고 사랑할 것이며,
미워하거나 시기해서는 안된다.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은 서로 보살피며 돕고,
재물을 탐하거나 아껴서는 안된다.
항상 부드러운 말과 화평한 얼굴로 대해야 한다.
만약 마음속에 남을 미워하는 생각을 두면
금생에는 비록 조그마한 말다툼일지라도
다음 세상에는 그것이 큰 원수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당장에는 충돌이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마음 속으로는 깊은 원한을 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사를 되풀이하면서 서로 앙갚음을 하는 것이다.
인간은 애욕 속에서 혼자서 태어났다가 혼자서 죽어간다.
즉 자신이 지은 선악의 행위에 따라 괴로움과 줄거움의 경계에 이른다.
자신이 지은 행위의 과보는 그 누구도 대신에 받아 줄 수 없다.
착한 일을 한 사람은 좋은 곳에,
악한 짓을 저지른 사람은 나쁜 곳에 태어난다.
태어나는 곳은 달라도 과보는 처음부터 기다리고 있으므로
그는 혼자서 과보의 경계로 가는 것이다.
멀리 떨어진 다른 세계로 따로따로 가버리기 때문에
이제는 서로 만날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사람들은
세상의 지저분한 일을 버리지 못하고,
몸이 건강할 때 부지런히 착한 업을 닦아
생사가 없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려고 하지 않는가.
무엇때문에 사람들은 길을 찾지 않는가.
이 세상의 어떠한 즐거움을 꿈꾸고 있는 것인가.
이와같이 세상 사람들은 선한 일을 하면 선한 과보를 받고,
도를 닦으면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사람이 죽으면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고,
은혜를 베풀면 복이 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이처럼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는 바른 생각을 가졌다고 내세운다.
선배나 후배, 부모와 자식도 서로 보고 배워서
잘못된 생각을 내려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덕을 쌓을 줄도 모르고 몸과 마음이 어리석어서
죽은 뒤의 세상이나 선악의 과보도 알 수 없을 뿐더러
당장 좋은 일 궂은 일을 당하고 있으면서도
누구 하나 그것이 선악의 과보임을 생각하지 않는다.
나고 죽는 일은 하나의 상식이다.
부모는 자식을 여의고 통곡하며,
자식들은 부모를 잃고 운다.
형제와 부부도 서로 죽는 것을 슬퍼한다.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 없이
언제 먼저 죽을지 모르는 것은 무상의 본질이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항상 그대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도리를 말해 가르쳐도 믿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그칠 새 없는 미혹의 세계를 헤매고 있다.
이와같이 사람은 미망으로 눈이 어두워
여러가지 엇갈린 생각으로 경전의 가르침을 믿지 않는다.
장래의 일을 생각지 않고 눈앞의 쾌락만을 따르며,
애욕에 빠져 인륜을 알지 못하고,
화를 내면서 재물과 색을 탐한다.
그렇기 때문에 깨닫지 못하고 자꾸만 나쁜 경계에 빠져
괴로워하고 어리석은 삶을 되풀이 하게 된다.
참으로 애통하고 가엾은 일이다.
한 집안 식구 중에서 누군가가 먼저 죽게 되면,
남은 사람은 슬픔에 잠겨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가버린 사람을 못잊어 한다.
날이 지나고 해가 바뀌어도 그 슬픔은 가시지 않는다.
세상의 덧없는 도리를 말해 주어도 마음의 문은 열리지 않고,
먼저 가버린 사람과의 정리를 생각하면서
마음은 어둠에 싸이고 미망에 덮여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깊이 생각하고 마음을 돌이켜 오로지 진리만을 따르고
세간사를 버리려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머뭇머뭇 하는 사이에 일생을 마치게 된다.
마침내 명이 다하게 되면 도를 얻을 수 없고,
그 길마저 끊기고 만다.
세상이 어지럽고 인심이 거칠어지고 애욕을 탐하게 되며,
진리를 등지는 사람은 늘고 그것을 깨닫는 사람은 줄어든다.
세상은 항상 어수선하여 믿고 의지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거나 낮은 사람이거나,
가난한 사람이거나 부자거나 세상일에 얽매이고
저마다 가슴에는 독기를 감추고 있다.
그러한 독기 때문에 눈이 어두워 함부로 일을 저지른다.
천지의 도리를 등지고 인륜에 순종하는 생각이 없으므로
나쁜 짓을 하게 되고 마침내 죄의 갚음을 받게 된다.
또한 명이 다하기도 전에 비명횡사하여 지옥에 떨어지고,
수천억 겁을 두고 갖은 고통을 받으면서도
나올 기약이 없는 것이다.
그 고통은 말로는 다 나타낼 수 없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부처님은 다시 미륵보살과 천인과 여러 대중을 향해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까지 세간사에 대하여 말하였다.
사람들은 세속 잡사에 얽매여서 도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깊이 헤아리고 생각하여 온갖 나쁜 일을 멀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착한 일을 찾아 노력을 아끼지 말고 행해야 한다.
애욕과 영화는 오래 갈 수 없는 것,
언젠가는 내게서 떠나가고 말 것들이다.
참으로 이 세상에서 즐길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제 다행히 바른 법을 만났으니 부지런히 닦아라.
마음 속으로부터 무량수불의 수승한 국토에 왕생하려는
원을 세운 사람은 반드시 밝은 지혜를 얻고
뛰어난 공덕을 갖추게 될 것이다.
욕심에 팔려 가르침을 어기고 남에게 뒤져서는 안된다.
만약 이 대중 가운데서 마음에 의문이 있어
내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이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묻도록 하여라.
나는 그를 위해 말해 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