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에서 시작된 전셋값 급등을 놓고 전세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선 전세대란에 대한 정의를 해봅니다. 연간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20% 이상 될 때를 전세대란으로 정의할까 합니다.
이번 주 닥터아파트(www.DrApt.com) 오윤섭의 부자노트에서는 전세대란은 왜 일어나는가를 과거 사례를 통해 분석해봤습니다. 이를 통해 부자노트 독자님들은 전세대란을 대비하는 힘을 키우도록 하세요.
1999년 전세대란
1999년 전세대란은 알다시피 구제금융 IMF사태에서 비롯됐습니다. 롤로코스터를 타듯 98년 급락에서 99년 각종 규제완화와 금리 하향안정화, 그리고 경기회복 기대 심리로 매매 및 전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급등으로 반전됐습니다.
그해 봄 강남권에서 시작된 전세물건 품귀는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수요자들이 한꺼번에 집을 찾아 나선 여름에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그해 7월 발표된 저밀도 재건축 계획안도 전세대란을 부채질했습니다. 전셋값 급등은 다행히 추석이후 진정됐습니다.
98년 25%나 폭락한 전셋값은 99년에는 30% 이상 급등했습니다.
2001년 전세대란
전세대란은 99년에 이어 2년만인 2001년에 다시 발생했습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IMF사태 직후인 98~99년에 주택공급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주택공급 부족은 2~3년 뒤 2001년부터 전셋값 급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공급에 비해 수요가 크게 늘자 저금리로 돈 굴릴 데가 없던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기 시작하며 전세난이 더욱 악화됐습니다.
또 소형 아파트 임대수요가 독신 및 신혼부부 증가로 지속적으로 늘어난 반면 99년 소형평형의무비율 폐지, 분양가 자율화 등에 따라 중대형 위주로 공급되면서 소형 전세 품귀난도 한몫했습니다.
이에 따라 2001년 전셋값은 서울 20%, 신도시 25%, 인천경기 21%씩 급등했습니다.
2006년에도 전셋값이 쌍춘년을 맞아 신혼부부 전세수요에 강북권 재개발과 경기남부 재건축 이주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전세난에 시달렸습니다. 서울이 11% 상승하고 군포 구리 남양주가 20% 이상 오르며 국지적으로 전세대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2009년 전세대란?
국토해양부 관계자가 최근 강남 전셋값 급등원인을 2008년 일시적으로 급증한 강남 입주물량에 따른 입주대란으로 급락했던 전셋값이 현실화되고 있는 과정일 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정확하지 않지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전셋값이 현실화되고 난 뒤 심각한 상황이 예고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 기준으로 보면 2009년에 8월 현재 전셋값은 평균 4.7% 올랐습니다. 하지만 강동구 포함 강남권 4개구는 11.2%로 이미 두 자리 수를 돌파했습니다.
2009년 전셋값 급등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중산층이하 구매력 감소 △재개발 등에 따른 이주 수요 급증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위한 내집마련 유예 등도 하나의 원인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양적인 공급보다는 질적인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합니다. 수요초과 지역으로는 서울이 대표적이며 특히 강남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2010년 전세대란 ‘쓰나미’ 온다?
교육환경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강남 아파트에 전세를 얻어서라도 이사하려는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반해 공급물량은 급감하고 있어 강남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수급 불균형은 2010년부터 심각합니다. 지난 2008년 일시적으로 급락한 전셋값으로 강남으로 이주한 세입자들은 2년 전세만기가 돌아오는 2010년에 20% 이상 오른 전셋값을 감당 못하고 대부분 강남을 떠나 강북이나 경기권으로 이사해야 할 형편입니다.
강남권 입주물량은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 이후 2008년에 잠실 등 저밀도지구 입주물량이 몰리면서 3만1천4백2가구로 최대 물량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2009년 1만1천6백85가구로 거의 3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2010년에는 3천4백57가구로 다시 3분의 1로 급감합니다. 2008년 입주물량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제 잠실, 청담도곡지구 등 대규모 입주가 마무리돼 강남에서 새 아파트 공급은 거의 씨가 말랐습니다.
강남 아파트는 주택시장에서 매매가는 물론 전셋값도 가격 상승을 선행합니다. 즉 강남 전셋값 상승이 단순히 강남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특히 2010년 이후 강남 세입자들의 ‘엑소더스(대탈주)’가 시작될 경우 그 여파는 수도권 전역으로 번질 것입니다. 아니 이미 번지고 있습니다. 나아가 전셋값이 상승하면 경기가 악화되지 않는 한, 그리고 금리가 급등하지 않는 한 집값은 시차를 두고 오르게 돼 있습니다.
서울에 양과 질면에서 수요에 걸맞는 주택공급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은 재건축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인해 2003년 이후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2008년을 정점으로 2009년부터 수급불균형이 본격화된 것입니다.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2003년 7만가구를 넘었지만 2004년 5만여가구, 2007년 3만여가구로 감소했습니다. 2008년 저밀도지구 재건축아파트 입주러시로 일시적으로 5만가구를 넘었지만 2009년 2만7천가구로 급락했고 2010년 2만6천가구, 2011년 1만가구대로 크게 줄어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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