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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연말에 임직원들의 승진인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연초에는 보직인사가 뒤따르곤 합니다. 예전에는 직장에서 빨리 승진하는 것만이 출새하는 길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게 많이 바뀌었습니다. 승진도 완급조절을 잘 해야 목숨을 오래 부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승진을 빨리 하게 되면 그만큼 빨리 옷벗고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 들은 이미 장차 사장감이나 중요 임원들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줄을 잘 서서 힘있는(?) 오너나 오너의 후계자에게 연줄을 대어 승승장구하는 사람들도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오너나 오너의 후계자와 이런 저런 인연으로 묶여진 사람들이 태반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들은 대개 친족, 외족, 처족 등 혈연으로 엮어진 게 다반사이고 학연, 지연으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오늘은 법륜스님의 설법을 또 하나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승진'에 관한 내용입니다. -無相-
▲ 질문에 대답하시는 법륜스님
요즘 정토회라는 곳에서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좌>라고 해서,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자신의 질문을 하고, 법륜스님이 거기에 맞는 대답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강좌를 하고 있습니다.
연말연시인 관계로 승진에 관한 질문이 많았나 봅니다. 어느 40대 중반 남성분이 승진에서 떨어진 것에 대해 상사를 원망하고 혼자서만 속앓이를 하다가 법륜스님에게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질문》
이번에 직장에서 승진 발표가 있었는데 저는 탈락했습니다. 분명히 승진 대상자였는데도 제 상급자가 근무 평점을 좋지 않게 줘서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노조활동을 했기 때문이란 것을 저도 알고 있지만 억울하다는 생각에 괴롭습니다. 상급자가 원망스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답변》
내가 승진이 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승진이 안 되니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지요?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바라는 대로 안 됐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 사람이 나의 기분을 나쁘게 한 건 아닙니다. 내가 기분이 나쁜 것은 내가 승진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인 것입니다.
내일 아침에 등산을 가려고 마음을 먹으면 날씨가 맑았으면 하고 기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비가 오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이럴 때 날씨가 나를 기분 나쁘게 한 게 아니지요. 나는 날씨가 맑기를 바랐는데 내 바람과 어긋나게 비가 오니까 기분이 나빠지게 된 것이란 얘깁니다.
마찬가지로 그 상사가 나를 기분 나쁘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게 아닙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 관점에서 나를 보고 점수를 매긴 것입니다. 내가 그 사람을 보고 나쁘다고 하듯이, 그 사람은 그의 관점에서 나를 보고 ‘저 인간은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내가 노조활동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노조활동을 해서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 않겠는지요. 상사의 행위를 보고 내가 기분 나쁘고 마음이 답답하고 잠이 잘 안 오듯이, 그 상사도 내 행동을 보고 기분이 나빠 잠을 못 이루거나 술을 먹었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당신을 잘라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온갖 생각을 했을 그 사람을 우리가 이해해야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다 말하지 않듯이, 그 사람도 자기 생각을 다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 사람이 꼭 노조활동 때문에 평점을 나쁘게 매겼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기분 나빠 점수를 낮게 줬다는 건 내 생각이지 그 사람은 그런 감정 없이 점수를 매겼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기분 나빠하면 누가 가장 손해를 불까요? 그건 바로 내가 가장 손해를 본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 이렇게 기분 나빠하면 내가 손해입니다.
그 사람 꼴도 보기 싫고, 직장도 나가기 싫고, 이 문제에 더 사로잡히게 되면 사표까지 내고 싶어집니다. 그런데도 밥벌이 때문에 다녀야 하면 보통 괴로운 게 아닐 것입니다. 이러면 자기가 자기의 삶을 자꾸 괴롭히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마음의 갈등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승진에 대한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합니다. 승진에 대한 욕심을 내면 이럴 때 괴로움이 오고, 승진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으면 괴로움이 오지 않습니다.
또, 내가 승진에 대해서 집착 안 한다고 해서 승진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승진에 대해서 집착한다고 해서 승진이 되는 것도 아니지요. 다만 우리는 각자 최선을 다해서 살 뿐이어야 합니다.
또 열 명을 승진시키자고 하는데 지원자가 스무 명이면, 누가 빠지든 열 명은 빠져야 하지 않습니까. 이때, 점수를 매기는 건 그 상사의 권리에 속합니다.
내가 노조 활동을 하는 것이 내 권리에 속하듯이, 그 사람이 어떤 평점을 매기든 그것은 그 사람의 권리에 속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왜 나한테는 점수를 작게 주느냐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지금 기분 나빠하지 마시고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셨으면 합니다. 승진에 구애받지 말고 노조활동을 하든지, 승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상사의 비위를 좀 맞추든지 하셔야 합니다.
입장정리를 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어요. 그것은 누구한테나 다 해당이 되는 경우입니다. 규칙을 정해놓고 이렇게 해라 했는데 규칙을 안 지키고 자기 맘대로 하면 그런 사람을 이쁘게 봐 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면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규칙을 지키는 방법과 안 지키는 방법이 잇을 것입니다. 세 번째 길도 있군요. 규칙도 안 지키고 나가지도 않는 방법입니다. 속된 얘기로 이런 경우를 두고 개긴다고 그러지요.
그런데 세 번째 길을 택할 경우에는 갈등이 생깁니다. 그러면 갈등의 과보(過報)를 받게 됩니다. 그처럼 입장 정리를 안 하면 계속 괴로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지속되는 과보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걸 아셔야 합니다.
출처 : 無相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글쓴이 : 無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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