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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 이경국
- “한 푼이라도 덜”
보험·부동산… 구멍 찾아 아이디어 전쟁 세무 당국은 규정 고쳐 막고 또 막고…
2002년 이전에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종신보험을 상속세 절세 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선전하면서 팔러 다녔다. 종신보험은 사망했을 경우에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이다. 당시 보험설계사들은 “자녀가 보험료를 내고 부모가 사망했을 때 자녀가 보험금을 받는 조건으로 종신보험을 들면 상속세를 내지 않고 거액의 보험료를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자녀가 낼 보험료를 부모가 대신 내주면 부모가 상속해 줄 재산도 줄어드니 좋은 절세 전략 같았다. 상속세는 누진세제이므로 상속 재산이 줄면 납세자로 봐선 이득이다.
상속세및증여세법(상속세법)은 “보험금 수취인과 보험료 불입자가 다르면 보험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료 불입자가 보험금 상당액을 보험금 수취인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는 보험료 내는 사람과 보험금 받는 사람이 같으면 증여가 아니라고 해석됐다. 법에 열거되지 않은 방법을 이용해 절세를 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국세청 등 세무당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정부는 2002년 12월 상속세법을 개정해 보험금을 받을 사람이 ‘금전’을 증여 받아 보험료를 낸 경우엔 보험금에서 보험료를 뺀 금액도 증여로 보고 세금을 내도록 규정을 바꿔 버렸다. 1년이 지난 2003년 12월에는 다시 법을 개정하면서 ‘금전’이란 단어를 ‘재산’으로 바꿨다. 재산에는 현금뿐만 아니라 부동산도 포함된다. 한 세무사는 “누군가가 부동산을 증여 받아 현금화한 후에 종신보험에 가입해서 보험금을 타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들의 절세 전략과 세무 당국의 과세 전략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부자들이 절세 방법을 찾아내면 ‘사후 약방문’처럼 법을 개정하고 있다. 절세는 법 테두리 안에서 세금을 줄이는 것으로 법을 어기는 탈세와는 다르다. 미술품이나 금붙이 등을 신고하지 않고 증여나 상속하는 건 탈세에 해당한다.
“한 푼이라도 더” 예전엔 증여 유형에 해당할 때만 세금 포괄주의 도입… 실익 땐 무조건 징수
2004년 상속세법이 완전 포괄주의를 채택하면서 부자들의 절세 전략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이 없어지기는 했다. 완전 포괄주의 이전에는 증여의 유형을 열거해서 이에 해당하는 것만 증여로 간주했지만 이제는 증여의 실익이 발생되면 모조리 증여로 간주하고 있다. 종전엔 재산을 증여할 때 증여 시점에만 세금을 내면 그 이후에 증여 받은 재산의 가치가 늘어나도 추가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5년 이내에 일정한 사유가 생겨 증여 받은 재산이 급격히 불어나면 추가로 증여세를 내야 한다. 형질 변경, 공유물 분할, 개발사업 시행, 사업 인·허가, 상장, 합병, 보험사고 발생 등이 대표적인 사유다.
기존엔 자녀가 아버지 회사에서 돈을 빌려 아버지 회사의 주식을 산 경우에 상장 등으로 인해 시세 차익이 생겨도 증여세를 낼 필요가 없었다. 돈을 빌리는 것은 증여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A씨가 아버지 회사에서 10억원을 빌려 아버지 회사의 주식을 샀다가 1년 뒤에 회사가 상장돼서 주가가 100억원이 됐다면 자신은 자산 100억원대의 부자가 됐지만 세금은 한 푼도 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돈을 빌려 상장이 예정돼 있다는 내부정보를 통한 시세차익(90억원)은 증여 받았다고 보고 증여세(40억원)를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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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부동산을 담보로 해서 자녀 명의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아버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법인의 주식을 산 경우에 1년 뒤 이 주식이 상장돼 주가가 올랐다고 하면 예전에는 세금을 부과할 수 없었지만 이젠 가능하게 됐다.
이밖에도 많이 쓰이던 부자들의 절세 전략인 증여한 땅의 가치를 사후에 높이는 방법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예컨대 5살짜리 자녀에게 시가 1억원의 임야를 증여해 증여세 850만원을 내고, 몇 년이 지난 후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로 형질 변경을 해서 땅값이 20억원으로 상승했다면 가격 상승분에 대해선 세금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가 형질 변경을 주도하고 실질적으로 20억원짜리 땅을 증여했다고 보고 증여세 6억원을 추가로 과세한다.
한편 대기업들이 오너 자녀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도 포괄주의의 입장에서 본다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국세청은 작년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기업 세무조사 시에 거래의 실체, 유형, 방법 등을 면밀히 파악해 증여, 부당행위 요건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에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증여한 지 5년 이내에 가치가 증가한 경우에만 추가적인 세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5년 이후에 가치가 증가하면 괜찮다는 것이다.
토씨 하나에도 신경전 ‘건물’→‘부동산’, ‘금전’→‘재산’ 단어따라 법 적용 범위 달라져
2003년 12월 개정한 법 내용 중에는 전문가도 눈치 채지 못하게 미세하게 바꾼 부분도 있다.
기존 상속세법 37조엔 “‘건물’을 소유하기 위하여 특수 관계에 있는 자의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경우로서 (중략) 당해 토지무상사용이익을 토지소유자로부터 증여 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아버지 소유의 땅에 자녀가 건물을 짓고 임대료를 자녀가 받으면 땅을 공짜로 쓴 부분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게 법 개정으로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함에 따라 (중략)”로 바뀌었다. ‘건물’ 대신 ‘부동산’이란 단어가 들어간 이유는 자녀 소유의 땅에 아버지가 건물을 짓고 임대료는 자녀가 받아가는 경우가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한편 최근 삼성 특검에서 자주 거론됐던 전환사채를 이용한 증여세 절세 방법에 대해선 1996년 12월 법을 개정하면서 규제 조항이 이미 만들어졌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인 전환사채를 발행해서 시중에 거래되는 주가보다 싼값에 넘기는 경우에는 그 차액을 증여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다. 삼성 등 대기업의 부자간 증여 과정에서 증여세를 내지 않을 수 있는 구멍이 있다는 게 뒤늦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1997년 11월에는 시행령에 전환사채뿐만 아니라 신주인수권부사채, 교환사채 등과 신종 금융 상품도 증여로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었고, 1999년 12월에는 비상장 회사의 주식을 싸게 넘겨준 직후에 상장하는 방식에 세금을 물릴 수 있게 법을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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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 작전
‘사전 증여’ 10년 합산 규정 피해 50대부터 20~30년 걸쳐 나눠 증여
포괄주의가 도입된 이후에도 여전히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일 방법을 찾는 부자들의 문의는 끊이질 않는다. 현재 부자들이 절세 전략으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게 ‘사전 증여’다. 국세청에서 발간하는 ‘세금 절약 가이드’ 책자에서도 “증여 재산 공제 한도 내에서 배우자나 자녀에게 미리 증여를 해두라”고 조언하고 있다. 상속세는 누진세이기 때문에 사전에 증여해서 상속액을 줄이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절세 방법인 것이다.
그런데 사전 증여를 하더라도 10년 동안은 증여액을 합산해 누진해서 상속세를 과세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망 전 10년 동안은 사전 증여를 하더라도 그다지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국세청은 합산 기간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면서 부자들의 절세 전략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합산 기간은 1953년 1년으로 처음 도입됐다. 1975년 3년, 1991년 5년으로 늘어났으며 1999년 10년이 됐다.
그러나 거꾸로 보면 10년 기간을 지키면 세금을 내지 않고 합법적으로 증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뜻이다. 증여할 때 공제 한도는 배우자 6억원, 자녀 등 직계 존·비속 3000만원(미성년자의 경우 1500만원)이다. 70살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50세부터 20년간 증여를 두 번 할 수 있어 배우자에겐 12억원까지, 자녀에겐 6000만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다. 또 부동산 등은 나중에 가치가 오를 것을 감안하면 사전 증여가 유리하다. 남시환 오성회계법인 대표는 “증여 합산 기간이 늘어나면서 최근엔 50대 때부터 재산이 향후 20년 동안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를 예측해 이를 상속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과거 절세 전략으로 인기가 많았던 ‘부담부 증여’는 현재도 가능하지만 매력이 많이 떨어졌다. 부담부증여란 부채도 같이 증여하는 방식이다. 시가 5억원짜리 주택을 증여하면서 담보 대출금이 2억원 들어 있다면 대출을 뺀 3억원에는 증여세를 내고, 2억원은 양도한 것으로 보아 양도소득세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1가구3주택자의 경우는 양도소득세가 60%가 되면서 증여세율(5억원까지 20%)보다 높아 차라리 5억원을 증여하는 게 낫게 됐다. 예전에 대출금을 부모가 갚아주기도 했지만 국세청에서 부채 원리금 상환 내역을 전산 관리하면서 이것도 불가능해졌다.
부자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PB)들에 따르면 최근엔 아파트, 땅보다는 상가 등을 증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임대료 수익이 나는 상가 등을 물려줘야 자녀가 세금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황재규 신한은행 세무사는 “아예 현금을 증여해서 종자돈으로 삼아 펀드 등 수익이 나는 재산에 투자하도록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은 계속된다 상가로 펀드로 끊임없는 新절세법 찾기 바뀐 증여세법 이용해 양도세 줄이기도
상속세법의 구멍을 찾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국세청에는 외국에 살고 있는 손자에게 국내에 있는 부동산을 증여하는 경우에 할아버지가 증여세를 대신 납부해도 되는지 질의가 들어왔다.
통상적으로 증여세를 대신 납부하면 증여세를 증여한 것으로 보아 또 다시 증여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엔 증여세를 낼 의무가 있는 손자가 국내에 있지 않아 증여세를 받을 길이 없으니 할아버지가 대신 내도 추가적인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아직까지는 국세청이 해석이다.
올해부터 배우자에 대한 증여세 공제 한도가 3억원에서 6억원으로 올라가면서 엉뚱하게도 1가구2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줄이기에 이용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만약 1억원에 구입한 아파트가 6억원으로 올랐다면 1가구2주택자는 차익 5억원에 대해서 양도소득세 50%를 내야 한다. 하지만 6억원짜리 아파트를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증여세는 한 푼도 안 내고 아파트의 취득가액이 6억원으로 바뀌게 된다. 증여할 때 가격이 새로운 취득가액이 되기 때문이다. 집을 파는 경우 양도소득세율은 여전히 50%지만 양도차액이 줄어 세금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 증여하고 나서 5년 이내에 매매하면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부당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 원래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니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10억원 이하를 상속 받는 경우에도 상속세 신고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각종 공제로 인해 10억원 이하를 상속 받는 경우엔 대부분 상속세를 안 내도 되지만 나중에 아파트 등의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한 절세 전략이다. 부동산의 경우 상속세 신고를 하면 상속가액이 취득가액으로 바뀌게 된다. 상속세 신고를 하면 오른 집값으로 취득한 것으로 바뀌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
정유근 신영세무법인 대표는 “보통사람들은 부자들이 거액의 상속세를 내는 게 뭐 큰일이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태도가 현재의 부자를 만든 것”이라며 “부자들의 절세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방현철 기자 bangh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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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원: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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