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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타령,건설경기 부양 '유혹' 안된다

우리옹달샘 2007. 12. 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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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타령, 건설경기 부양 ‘유혹’안된다
고분양가·밀어내기식 배짱 분양이 미분양 증가 불러
미분양 아파트 증가의 뉴스 홍수 속에 또다시 부동산 정책 완화와 건설경기 부양의 ‘유혹’이 넘실거리고 있다.

최근 지방에 이어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IMF외환위기 직후 수준을 넘었으며, 건설업체 대량 부도 사태가 우려되고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눈에 띈다. 경제지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건설업체 연쇄부도’, ‘연말 미분양 대란’, ‘미분양 아파트 환란직후 수준 육박’, ‘미분양 공포 현실화’ 등과 같은 제목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량 부도 사태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미분양이 쌓이는 상황에서, 건설업계는 연말까지 10만 가구를 더 분양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내년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기존에 누렸던 고분양가에 따른 고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밀어내기식 분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11월20일자 매일경제는 미분양, 건설업계 부도가 악화되고 있다면서 “부동산 정책을 지역별 수급 특성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수요자 고분양가 아파트 외면, 밀어내기식 분양 강행

일부 언론은 미분양 사태의 원인이 정부의 규제 때문이라며 그 해결책으로 분양가상한제, 전매제한 등 부동산 정책의 대폭적인 수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직설적으로 보면, 아파트 분양가 거품을 빼고 주택시장을 투기적 목적이 아닌 주거 목적의 실수요자 위주로 정착시키기 위한 주요 정책을 완화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미분양 물량 증가의 원인이 모두 정부의 규제 때문일까. 물론 아무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아파트값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매를 내년으로 미루고 있어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현상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현실화되면 지금보다 더 저렴한 아파트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실수요자들의 현명한 선택이지, 이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 미분양 문제가 IMF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니, 규제를 풀어서라도 거래를 활성화해 건설사 부도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 같은 주장은 미분양 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체들이 앞으로 연말까지 10만 가구의 아파트를 계속 내놓을 계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일부 언론은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자, 분양가상한제, 전매제한 등이 원인이라며 이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미분양 진짜 이유-비싸면 강남 아파트도 안사

실제로 최근 높은 가격으로 분양한 아파트와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은 아파트 간의 분양실적으로 보면, 미분양의 진짜 원인이 무엇이며 주택분양시장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최근 경기도 용인 흥덕지구에서 분양된 아파트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고 계약 후 7~10년간 팔지 못하지만 공급면적에 상관없이 모두 1순위에서 30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로 마감됐다.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20~30% 싸다는 게 크게 작용했다.

반면 흥덕지구와 같은 택지지구인 양주 고읍지구 단지들은 주변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에 발목 잡혀 청약률이 저조했다. 또 서울 강남구 도곡 리슈빌파크는 강남이란 입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순위까지 청약에서 32가구 모집에 12명이 신청했다. 3.3㎡당 4000만원의 사상 최고 분양가가 원인이었다.

실수요자들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지금보다 저렴한 아파트 공급을 기대하고 내집 마련을 미루고 있는 상황인데, 건설업계는 정부 정책과 최근 주택분양 시장의 흐름에 아랑곳없이 제도를 피해 예전과 같이 고분양가로 아파트를 내놓고 있어 ‘수요-공급’ 불일치 현상이 미분양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1년 새 분양가 상승률 매매가 상승률에 비해 2배 넘어

미분양의 근본 원인은 아파트값 거품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긴 주택업체들이 터무니없는 분양가로 수요를 초과한 공급을 해왔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가 분양가 상승률과 매매가 상승률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전국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2006년 한 해 전국 평균가 대비 2007년 1~10월 평균가 비율)은 23.56%로, 일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10.88%)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방광역시의 경우 매매가는 1.77% 오른데 비해 분양가는 16.86%나 뛰어 무려 9.5배나 차이가 났다. 닥터아파트는 건설업체의 고분양가 책정이 미분양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건설업체들이 배짱 분양을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아파트가 30%만 분양되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고 100% 모두 분양되면 엄청난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게 상식처럼 통한다. 구태여 정상적인 분양절차를 통해 100% 다 소화할 필요도 없다. 미분양 물량은 경품 이벤트와 중도금 무이자 행사 등을 통해 밀어내면 됐다.

가격 하락 기대 큰 데도 고분양가 배짱 밀어내기…미분양 초래

이러한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아파트 구매를 뒤로 미루고,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로 투기수요도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분양가 인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와 요구는 뒷전인 채 정부 규제만 탓하며, 규제를 풀어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주택수요에 대한 판단과 주택시장의 환경변화에 대한 고려 없이 무대책으로 쏟아내는 건설업계의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국가와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 또 불거진 규제 완화-건설경기 부양 요구, 그 부당성

건설업계에서 올 연말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기 위해 대량 물량을 쏟아낸다고 하니 미분양 증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덩달아 미분양 문제 해결책으로 분양가 상한제, 전매제한,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의 제도 완화 요구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제도 완화 요구 국민이 수용 가능한 주장인지 먼저 판단해야

건설업계의 ‘밀어내기식 분양’, ‘배짱 분양’으로 인해 늘어나는 미분양 문제를, 지금까지 힘들여 다져놓은 제도 변경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국민들이 수용가능한 주장인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와 전매제한은 치솟는 분양가의 거품을 빼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서민들에게 저렴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데 밑거름이며, 과거 투기수요가 장악했던 주택시장을 실수요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장치이다.

조선일보 2003년 12월 10일자. 2003년 10.29대책으로 집값이 잠잠해지자 지방건설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 제도들은 그동안 브레이크 없는 분양가 장사로 이익을 누렸던 건설업계와 투기수요에게는 규제가 되겠지만, 실수요자들에게는 지금보다 낮은 수준의 가격에서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기회이자 주택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기회이기도 하다.

건설업계의 고분양가 책정과 밀어내기식 분양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정부의 제도를 먼저 손질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동안 일관된 신호를 보내왔던 부동산 정책을 크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분양가 인하를 기대해 왔던 실수요자들의 희망을 꺾는 것이다.

시장의 잘못된 유혹 때문에 규제를 완전히 풀었다가 부동산 투기열풍을 초래한 과거의 경험이 이를 잘 말해준다. IMF 외환위기 이후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추진된 대대적인 규제완화가 결국 부동산 투기 부활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보다 앞서 1980년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는 등 경기침체가 가속화되자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여러 차례 양도소득세를 내리거나 각종 건축규제를 풀었다가, 1982년부터 한동안 잠잠했던 투기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건설업은 경기부양 효과가 크기 때문에 경기부양의 단골 메뉴로 사용돼 왔고 과도한 건설투자는 경기부양이라는 반짝 효과는 크지만 장기적인 성장동력 확충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건설부양 반짝효과, 성장동력 확충엔 효과 없어

건설투자(특히 주택부문)를 통한 반짝 경기부양 효과는 아직까지도 건설업계와 정치권에게 향수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극심한 투기열풍과 고분양가로 한국 사회 전체가 몸살을 앓았던 과거를 생각한다면 건설업에 대한 제도 완화와 경기부양 주장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정부가 지방의 미분양 문제에 대해 투기과열 우려가 없는 지역에 한해 투기과열지구 또는 투기지역에서 해제하고 미분양 아파트는 공공임대주택 건설계획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매입해 국민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심스럽게 풀어나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분양 문제에 대응할 때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분석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과거와 같이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은 또다시 부동산 시장을 투기광풍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선경철 (sunnyboy@korea.kr) | 등록일 : 2007.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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