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짙어진 관망세…“보다 확실한 살 자리 찾아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부동산 투자도 기존 양상과 달라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주거용·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일부 급매물을 제외하고 관망세가 짙어지는 반면 수도권과 주요 지역 신규 분양 아파트는 평균 청약 경쟁률이 세자릿수까지 치솟으며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 재편, 재건축은 휘청= 코로나19 사태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지속으로 서울 주택시장은 무주택자와 1주택자를 비롯한 실수요자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410건으로 전월(8291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작년 5월 4398건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3월 전세거래량 역시 1만375건으로 평년 대비 3분의 2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일일 확진자 숫자가 절정에 달하면서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후폭풍이 조금씩 누그러지면서 현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들의 매수심리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초구 반포동 고속터미널역 인근 A공인중개사는 “2월과 3월에는 (집을 보러) 일주일에 한 팀 정도가 왔었지만, 4월말부터 하루 평균 10팀 정도까지 늘어났다”며 “간혹 급매물이 있지만 상당수 집주인들은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물을 내놓으려 하지 않아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격차가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집이라는 건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코로나19로 오히려 더 좋은 주거를 원하는 심리가 강해졌다”며 “서울의 경우 실수요자가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당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금리와 보유세 강화로 전세가격을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것도 집값을 지탱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강남권 등 주요 지역 재건축 아파트는 투자 성격이 강해서 경기침체와 정부 규제 영향에 따라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약은 ‘파란불’, 갭투자 ‘빨간불’= 청약 시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뜨거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양천구 호반써밋 목동은 138가구 모집에 1만7671건의 수요자가 몰려 평균 12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는 5만8021건의 청약통장이 몰리면서 인천 지역 최다 청약자 기록을 갈아치웠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사이버 견본주택 등 분양홍보 방식이 변화되었음에도 인기단지는 세자릿수 이상의 청약경쟁률을 보이고 있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분양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인기지역은 대면 홍보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함 랩장은 “규제여부와 입지여건 등 조건에 따라 청약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와 관련해서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평가한다. KB리브온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4월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65.1%로 2014년 3월 64.6% 이후 6년 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갭투자는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른다는 전제 아래에서 투자 성격이 강한데 현재와 같이 집값 조정이 길어지면 역전세난이 올 수 있다”며 “시장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유망하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수익형 부동산 당분간 침체 불가피 “투자 신중해야”= 안정적 임대 수익과 자본차익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수익형 부동산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당분간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적지 않다. 다만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의 초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몸집’이 작은 매물들은 수요가 꾸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과 초근접한 수도권 접경 지역 역세권을 중심으로 극소형아파트 등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꼬마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투자 전 주의가 필요하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시중에 풀린 현금성 자산이 많기 때문에 꼬마빌딩이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들어가겠다는 관심수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임대수익률이나 실물경기 흐름을 감안하면 자본차익을 내기 위한 투자는 위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대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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