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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아파트 분양 물량 넘쳐 '과유불급'되나

우리옹달샘 2015. 2. 2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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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 가구 이상 쏟아져 공급과잉 우려 상황
미분양 늘어나면 부동산 경기 회복세 자칫 찬물
매일경제 | 입력 2015.02.24 15:43 | 수정 2015.02.24 15:43
  • "올 상반기는 잘 넘어갈 것 같은데 신규 분양 아파트가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하반기 시장이 물량 압박을 견뎌낼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A중견 건설사 주택사업 임원) 주택 시장에 역대 최대치인 40만 가구 이상이 분양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건설사 상당수가 올 들어 분양 물량을 지난해 말 계획했던 것보다 더 늘리면서 통계를 계속 수정하고 있다"며 "분양 시기를 상반기로 앞당기는 사업지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매일경제신문이 10대 대형사와 주택 사업 비중이 높은 8개 중견 건설사의 올해 공급 계획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절반이 1만 가구 이상(임대주택·오피스텔 제외)분양할 방침을 세웠다. 대우건설은 창사 이래 최대 물량인 3만 가구를 공급하며 이 가운데 2만3502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이어 최근 당초보다 공급량을 확대한 GS건설이 1만9161가구로 두번째 많으며 대림산업(1만6549가구),중흥건설(1만6091가구), 포스코건설(1만3180가구),한양(1만1000가구), EG건설(1만797가구), 현대건설(1만577가구) 등 순이다. 특히 중견 건설사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중흥·한양·EG건설 뿐 아니라 호반건설(9175가구), 우미건설(8881가구),반도건설(7522가구) 등은 대형사의 주무대인'1만 가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건설사들이 공격적으로 분양에 나서는 것은 유례 없는 전세난과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힘입어 신규 분양 시장에 청약이 몰리기 때문이다. 실제 올 1~2월 예년보다 훨씬 많은 물량이 분양됐지만 1순위 마감 행진이 이어질 정도로 열기가 달아올랐다.

    문제는 올해 분양 물량이 정부와 연구기관이 판단한 적정 수준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은 제2차 장기주택종합계획(2013년~2022년)에서 적정 신규 주택 공급량은 연간 39만가구라고 발표했다. 올해 수도권 1순위 청약자격이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고 재건축 이주 수요로 전세난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새 아파트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지만 경제 성장률 둔화로 가계소득이 줄어 주택 구매력이 떨어지고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가 감소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주택 공급량은 더 적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제1차 장기주택종합계획(2003~2012년)에서는 당초 연간 50만가구가 필요하다고 예측됐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이 기간 적정 공급량은 연간 36만가구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수도권에 물량이 넘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설사들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마냥 묵혀뒀던 김포, 남양주, 용인, 평택 등 수도권'재고 사업장'에서 분양을 재개하기 때문이다. 몇년 째 훈풍이 불던 지방에서 주로 분양 실적을 쌓은 중견 건설사가 올해 수도권에 본격 진출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호반건설은 올해 분양 물량 모두 인천 송도, 경기 시흥, 광교,수원, 의정부 등에 몰려 있다. EG건설도 시흥과 화성에, 우미건설도 경기 화성, 용인, 의정부 등에 사업장이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경기지역에서만 올해 13만2552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이 업체가 지난 2000년 공식 집계한 이후 최대치다. 올해 지방에서 나올 물량(14만7921가구)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쉬쉬하고 있지만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건설사가 최대한 빨리 털어내고 싶었던 재고(在庫)가 분양 시장에 풀리는 셈"이라며 "유가 하락 등으로 해외 토목·플랜트 시장 여건이 악화된 것도 주택 사업 비중을 높인 이유"라고 말했다.

    3월 청약 흥행 성적이 올해 분양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봄 성수기라지만 3월에만 올 한 해 분양 물량의 16.1%에 해당하는 5만5000여가구가 쏟아진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건설사들이 연초 세운 계획보다 적은 물량을 실제 분양하지만 일시적으로 물량이 증가하면 주택 시장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택 공급 증가는 부동산 시장 회복의 징후이지만 자칫 공급과잉으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 여건이 달라질 경우 집값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호황기였던 2000년대 초중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서울 강남과 강북역세권 등은 전세난으로 주택 수요가 늘고 있어 경기 서북부 지역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미분양 우려는 높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공급 과잉 우려로 미분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입지와 분양가 등을 따져 경쟁력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신중하게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