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0대1 청약 경쟁률의 진실은?..건설사 청약 꼼수 백태

1660대1 청약 경쟁률의 진실은?..건설사 청약 꼼수 백태

조선비즈 | 전태훤 기자 | 입력 2013.11.25 16:25

•  

'1660대1, 235대1, 90대1, 1.1대 1….'
요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좀 된다 하는 곳에서는 수십 대 1은 기본, 수백 대 1까지 나오고 있다. 전셋값이 터무니 없이 많이 올라 견디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분양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모두 청약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숫자들. 어떻게 해서 시장 침체에서도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이 나오는 것일까. 시장 불황을 무색케하는 이런 숫자 뒤에 건설사들의 보이지 않는 '꼼수'가 숨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 한 대형건설사 모델하우스 모습/조선일보 아카이브

↑ 한 대형 건설사가 분양하는 모델하우스 앞에 예비 청약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조선일보 아카이브

◆ 인기 있는 평형은 2가구만…평형 쪼개기도 성행
건설사들이 가장 많이 쓰는 꼼수는 평형 쪼개기다.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평면은 1~2가구로 극소수만 공급하는 방식이다. 2가구 공급에 200명이 몰리면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 평균 청약 경쟁률도 껑충 뛰어 오른다.

지난 6월 한 대형 건설사는 위례신도시에서 평균 27.4대 1이라는 경쟁률로 1순위에 청약을 마감했다. 당시 2가구가 공급된 테라스 주택형에는 총 758명이 1순위에 청약했다. 2순위까지 하면 767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383대 1을 기록했다. 해당 단지 평균 경쟁률 역시 이 덕에 껑충 뛰어 올랐다.

다른 건설사들도 비슷한 전략으로 주택 공급에 나서고 있다. 소형 평면 위주로 주택을 구성하고 평면을 A·B·C·D·E·F로 세분화 해 소규모로 가구를 공급한다. 이럴 경우 각 평형 별로 청약 경쟁률이 집계되기 때문에 전체 적으로 평균 경쟁률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울산 우정혁신도시에서 K건설사가 분양한 단지도 전용 84㎡A 타입의 경우 1가구 모집에 1660명이 몰려 최고 1660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84㎡B 타입은 37가구 모집에 1770명이 접수해 47.83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해당 단지의 평균 경쟁률은 90대 1을 기록했다.

◆ "중복 청약해서 좋은 거 선택하세요"
부부가 동시에 청약하는 중복 청약도 청약 경쟁률에 허수가 끼는 또 하나의 이유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씨는 최근 한 대형 건설사의 모델하우스를 들렀다가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분양 상담사는 "사모님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청약하시고, 남편 통장으로 1순위 청약에 넣으세요. 둘 다 당첨되면 둘 중에 동·호수가 좋은 걸 골라 계약하면 되니깐요"라고 말했다. 특별공급은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다자녀 부부들에게 일부 물량을 정식 청약 전에 공급하는 물량이다. 1순위 청약 전에 당첨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다.

박씨는 분양상담사 말대로 특별공급을 청약해 당첨이 됐다. 이후 다음 날 진행된 1순위 청약도 신청했다. 박씨는 "27일 당첨자가 발표될 때 동·호수도 함께 나오는데 좋은 동·호수를 선택하고 하나는 포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기 있는 단지의 경우 박씨 경우처럼 부부가 동시에 청약하다 보니 실제 청약 경쟁률보다 높게 경쟁률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변명도 있다.

문제는 박씨처럼 청약을 부부가 동시에 할 수 있다 보니 실제로 집이 필요한 사람이 집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박씨처럼 부부가 청약해 하나만 계약하고 하나는 미계약이 발생할 경우 계약 기간 중에 추가 접수를 받는다. 입지가 좋은 지역의 경우 추가 접수 기간에 미계약 물량을 잡기 위해 '분양권 전매'를 노린 투자자들이 몰린다. 분양권을 사지 못한 계약자는 추후에 웃돈(프리미엄)을 주고 계약을 하기도 한다.

◆ 3순위 청약을 이틀이나?
청약일정을 조정해 3순위 청약을 이틀 동안 받는 단지도 있다. 이달 중 서울에서 분양할 예정인 대형 L건설사가 대표적인 예다. 이곳은 당초 28일 1·2순위, 29~30일 3순위 청약을 받을 계획이었다. 다른 곳과 달리 3순위 청약을 하루 더 진행한다.

3순위 청약은 별도로 청약통장이 필요 없다. 누구나 청약 할 수 있다. 대신 마감 할 경우 '순위 내 마감'이라는 인기 단지만이 갖는 별명을 얻을 수 있다.

청약 미달이 거의 확실시 되는 현장인데도 석연찮은 청약 경쟁률로 순위 내 청약을 마감한 단지들은 이른바 '통장 작업'이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양 마케팅업체 한 관계자는 "청약 미달이 날 것으로 예상되면 건설사 임직원이나 그 가족, 미리 확보해두었던 중개업소 등을 3순위 청약에 동원해 청약률을 어떡하든 만들어 내는 것이 분양 시장의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단지의 경우 청약 경쟁률은 보통 1대1을 갓 넘겨 발표된다. A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순위 내 마감을 못하면 미분양 단지로 낙인이 찍혀 분양에 애를 먹는 경우가 꽤 된다"며 "중개업소 등을 통해 미리 작업해둔 통장을 3순위 청약에 집어 넣어 미분양 오명에선 벗어나야 영업에 지장을 덜 받는다"고 귀띔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