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소식(투자정보 및 스크렙)

'집값 하락 속 뛰는 전세' 하우스푸어 더 속탄다

우리옹달샘 2013. 8. 8. 12:10
728x90

경향신문 | 최병태 선임기자 | 입력 2013.08.07 22:13
  • 폰트변경하기 경기 용인에 살고 있는 직장인 송각영씨(46·가명)는 10년 이상 끊었던 담배를 두달 전부터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집값, 끝없이 오르는 전셋값을 보고 있자니 마음을 다스리기가 힘들어서다. 몇년 전 대출을 받아 52평 아파트를 장만한 뒤 담보대출 이자를 갚아온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열심히 벌어 빚을 갚아야겠다는 의욕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포자기 상태"라고 털어놨다. 전셋값이 워낙 오른 탓에 아파트를 싼 값에 처분해 빚을 갚더라도 실제로 갈아탈 수 있는 전세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파트를 시가보다 수천만원씩 싸게 내놔도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매수자를 찾기도 어렵다.

    송씨는 2009년 11월 현재의 아파트에 입주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매달 담보대출 이자로 180만원을 꼬박꼬박 내 왔다. 월급 실수령액이 400만원 정도인데 이자를 떼고 나면 세식구가 살기에는 빠듯하다. 지금까지 들어간 이자 비용은 9000만원 가까이 된다.

    송씨가 아파트 분양 계약을 한 것은 2007년 봄이었다. 당시 분양가는 6억8000만원.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던 그가 봤을 땐 다른 지역 아파트에 비해 입지도 좋고 분양가도 경쟁력이 있는 편이었다. 금융권에서 10년 거치 20년 원리금 분할상환 조건으로 금리 5.8%에 3억원을 대출받았다. 잔금은 수원에 갖고 있던 조그마한 아파트를 처분해 충당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계약에서 입주에 이르는 2년 사이에 부동산 시장은 급변했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송씨는 "아파트 입주 전에는 이자를 내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대출 부담도 없었고, 설마 집값이 분양가 밑으로 떨어지겠느냐고 생각했다"면서 "여차하면 아파트 팔고 전세로 살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마음먹고 있었다"고 말했다.

    막상 입주한 뒤 부담은 현실이 됐다. 매달 200만원 가까운 이자를 내는 것도 힘든데다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은 고사하고 분양가에서 버티는 것도 어려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파트를 내놓았지만 대형이라 보러 오는 사람도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는 지난해 초 다니던 건설회사도 그만둬야 했다. 직장을 옮기면서 월급이 줄어드는 바람에 이자 부담은 더해졌다. 생활비 충당을 위해 은행에서 빌려쓴 돈도 5000만원에 이른다.

    견디다 못한 송씨는 올 초 아파트를 내놨다. 시세는 분양가보다 8000만원 떨어진 6억원인데도 5억5000만원에 팔겠다고 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는 "5억5000만원에 팔려도 담보대출금 3억원과 생활자금 5000만원을 갚고 각종 수수료를 제하면 손에 쥐는 돈은 2억원도 채 안된다"면서 "이 돈으로는 용인에서의 전세는 감히 꿈도 못 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요즘은 모든 빚을 정리하고 월세부터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면서 "넓고 번듯한 내 집을 갖겠다던 꿈이 몇년사이에 악몽이 될 줄은 몰랐다"고 씁쓸해했다.

    < 최병태 선임기자 cbtae@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