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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4·1 부동산 대책 40일, 눈치싸움 극심

우리옹달샘 2013. 5. 1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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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 입력 2013.05.13 11:02
정부가 4·1 부동산대책을 발표한지 40일이 지난 요즘,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한국감정원 주택가격 조사에 따르면 1월 대비 주택 거래량은 5배 늘었고 지방도 증가세다. 집값도 13개월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모든 지역의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 강남과 강북의 편차가 큰데다 매도 매수 세력간 눈치싸움이 심한 것도 특징이다. 집값이 오르면서 추가상승을 기대한 매도측이 매물을 거둬들였고, 매수측도 망설이며 관망세로 돌아선 것. 향후 부동산 경기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하반기에 갈수록 4·1 대책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피로회복제에 불과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부디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라고 주기도문이라도 외우고 싶은 심정이다"
5월 4일 만난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주택 거래가 늘고 있다는데 재미를 못봤냐는 질문에 "그건 급매물이 팔린 거다. 여기저기서 문의 전화는 오지만 실제 거래는 뜸하다. 재미보는 곳은 강남 쪽이지 여긴 아니다"

서울 지역 여러 곳 부동산 중개업소를 취재한 결과, 마포·금천 광진 등 강북권과 강남지역간 거래 활성도는 눈에 띄게 차이가 났다. 서울 외곽지역은 거래가 더 한산한 편이다. 김포 한강신도시 A 공인중개사는 "4월 중순 이후 오히려 거래가 끊겼다. 먹고 살기 힘들어 전업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일산 지역의 중개사들도 "4·1 대책이 나오기 전과 거래량이 비슷하며 약보합세인 지역이 대부분"이라고 평했다.

◆강남 강북간 거래 활성도, 큰 편차

4·1 부동산 대책 최대 수혜자는 강남, 그중에서도 잠실 5단지, 개포 주공아파트 등 재건축 지역이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4·1대책 이후 수도권 아파트 중 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잠실 주공5단지로 119㎡ 경우 11억9000만원선이며 4월 초 대비 1억500만원 올랐다. 박미진 닥터아파트 주임연구원은 가격 상승 원인에 대해 "잠실 주공 5단지의 경우, 최고 50층까지 재건축이 가능해진데다 양도세 면제대상에 포함되면서 거래가 많이 늘었고 매매가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개포 주공1단지 41㎡ 경우, 4월초에 비해 5000만원 가량 올랐다. 거래가 가장 활발한 가격대는 6억원대였으나 호가가 오르면서 지금은 매도 매수 측 모두 '관전 모드'에 들어간 상태다. 개포 주공 B중개사는 "문의 전화는 불티나게 오는데 거래량은 손꼽을 정도다. 집주인과 투자자들간에 눈치싸움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전했다.

향후 전망은 어떨까. 전문가들의 시각은 반반이다. 작금의 훈풍이 시장 정상화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1년짜리 한시적 대책에 불과할 것으로 보는 이도 있다.

정상화로 보는 쪽은 '아파트값 바닥론'을 든다. 그간 논란의 대상이 됐던 부동산 거품이 걷힌데다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매매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 여기에 4·1 대책이 촉매제로 작용해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측한다.
반짝 효과에 그칠 것으로 보는 쪽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 한 4·1 대책은 약발이 오래 못 갈 것으로 전망한다. 하우스푸어,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앰플 주사'를 한방 놨다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질 것을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라는 지적이다.

◆가계부채 증가할 소지 있어 유의해야

4·1대책과 가계부채의 함수관계는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금융기관 및 민간경제연구소의 견해가 엇갈린다는 사실이다. 4·1대책이 가계부채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4·1부동산 대책 중 하우스, 렌트 푸어 지원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부동산시장 뿐 아니라 내수시장의 탄력성을 제약하고 있는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4·1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담보대출 등 가계부채를 기본적으로 늘릴 소지가 있다. 부동산 경기 회복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전체 가계 부채 수준을 떨어뜨릴 정책을 균형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4·1대책 후 국내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미국의 주택시장이 떠오른다. 미국은 2007년 8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주택 가격이 곤두박질치며 금융위기를 맞았다. 이후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는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의 주택담보대출을 대폭 줄이는 등 하우스푸어 문제와 금융권의 부실을 동시 해결하려고 갖은 애를 써왔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미국 주택 가격은 금융위기 전에 비해 상당히 회복됐다. 미국 주요 20대 도시의 주택가격을 반영하는 S & P 케이스 실러 지수를 살펴보면, 전년 대비(3월 기준) 9.3% 상승했다.

◆미국의 주택시장과 한국의 부동산 시장

최근 미국의 집값과 관련해 워렌 버핏이 한 발언은 의미 있게 볼 대목이다.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워렌 버핏은 3만5천명의 주주들이 우르르 몰려든 주주총회에서 "집값이 올해보다 정체되지 않겠지만 크게 뛰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새로 태어난 세대들은 이전보다 더 큰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워렌 버핏은 금융위기로 고통을 겪은 미국민들에게 위로와 함께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한국이 처한 경제 상황은 미국과 여러모로 다르다. 그렇지만 집값 하락으로 소비가 어려움을 겪는 등 고전하는 현실은 대동소이하다. 주목할 점은 미국의 처방전은 인위적인 부양책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MB정권 내내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써왔던 점과 비교된다. 5년이 지난 지금 한미 양국 주택시장의 상황은 판이하다. 미국 주택시장은 미국 경제 회복의 희망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한국의 주택시장은 첩첩산중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