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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파고' 이제 시작… 하반기 더 큰 위기 온다

우리옹달샘 2013. 5. 1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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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파고' 이제 시작… 하반기 더 큰 위기 온다

해외시장 日기업 저가 공세
車·선박·철강·석유 등 고전
對 美·日수출 4.6%·9.5% ↓
올 성장률 1%도 장담 못해
세계일보 | 입력 2013.05.10 19:05 | 수정 2013.05.10 22:26
  • 고객센터 이동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돌파하면서 수출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기업들이 엔저(엔화 약세)에 힘입은 일본 기업의 저가공세에 속수무책으로 세계 시장을 뺏길 위험에 처한 탓이다. 자동차, 철강, 기계 등 일본과 경합하는 주력 업종은 연말까지 일본 기업과의 환율전쟁에서 크게 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대기업에 비해 환율 변동 대응이 여려운 중소 수출기업은 존립 자체가 흔들릴지 모를 절박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엔저 파고' 하반기가 고비

    엔저 여파는 이미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대미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 줄었다.

    대일 수출도 엔저에 힘입은 일본 기업에 밀려 무려 9.5% 감소했다. 신흥시장에서도 고전했다. 브라질(-19.9%), 터키(-8.1%), 인도네시아(-7.6%), 인도(-2.9%) 등지에서도 전년 대비 수출 감소세가 뚜렷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이 0.5%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업종별로도 주로 일본과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 주력제품의 수출 둔화가 눈에 띈다.

    자동차는 올 1분기 3.6% 감소했고, 선박해양구조물 부문은 27.3% 급감했다. 철강도 14.5% 줄어 타격이 컸다. 건설기계(-26.3%), 석유화학원료(-18.2%), 합성고무(-15%)도 예외는 아니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엔·달러 환율의 100엔 돌파로 하반기에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환율이 최대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가 우리 수출의 최대 고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3개월 평균 100엔을 기록하면 이후 3개월 동안 선박을 뺀 한국의 총수출은 3.4%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의 목표대로 올해 수출이 전년보다 4.3% 늘더라도 엔저 여파로 1% 성장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조규림 선임연구원은 "환율보다 세계 경기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지만 이마저도 암울하다"며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이 올라 수출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런 원화 약세 현상이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이익보다는 생존이 더 큰 문제"


    엔저 파고에 버틸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에 비해 중소 수출기업은 당장 먹고살 걱정부터 해야 할 처지다. 정부와 금융권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해졌다.

    무협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중소기업의 44%는 엔저를 비롯한 환율 변동성 확대로 수출상담·계약에 차질을 경험했고, 20.4%는 주문 축소 등의 직접적인 피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채산성 악화로 아예 수출을 포기한 기업도 20%에 달했다. 특히 일본 시장 의존도가 큰 중소 섬유업계의 피해가 컸다.

    면직물을 만들어 일본에 판매해온 경북의 A사 관계자는 "엔저로 일본 내수 기업과의 경쟁에서 갈수록 밀리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연구원 홍재근 책임연구원은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환율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저리 대출 등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규림 연구원도 "엔저 피해를 본 기업에 대한 단기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이들 기업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 & D)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원은 "기업도 마케팅 강화, 수출국 다변화를 통해 가격 외적인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계식 기자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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