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亡人 1
- 여강 최재효
거머리 같은 불면不眠에 눌려
영약靈藥 삼백 잔 들고 자리에 누웠는데
빗방울 부서지는 소리에
다시 일어나 옛일을 회상하네
봄날의 꽃비와 가을달 아래에서
일작一酌이 서럽도록 고적孤寂했고
일심一心이 점차 엷어짐에
금슬琴瑟의 끈 끊어질까 걱정했네
사람인연 번개처럼 왔다가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지네
합환주合歡酒 일배一杯에 천륜 맺고
별주別酒 한잔에 몽중인夢中人 떠나지
청사초롱은 천지신명이 걸어주고
연인이 추선秋扇됨은 심중心中의 일이라
비단금침 속에서 맺은 동심결
귀신 질투에 맥없이 풀어지기도 하네
월하노인月下老人 잘못 모셔
어느 봄날 천추千秋의 한恨 쌓이고
텅 빈 원앙금침에 분루憤淚 자국 늘어 가는데
이제는 꽃이 펴도 온통 수심뿐이네
- 창작일 : 2013.01.23. 00:00
[주] 1. 不亡人(아닐 불, 망항 망, 사람 인)
2. 추선 - 가을부채란 뜻으로 사랑을 잃은 여인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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