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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대출 관리하랬더니 아예 중단"…은행에 책임 전가

우리옹달샘 2011. 8. 1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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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대출 관리하랬더니 아예 중단"…은행에 책임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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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입력 2011.08.18 18:33 | 누가 봤을까? 30대 남성,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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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계대출 전면 중단
금융위 "영업 안하면 은행법 위반" 시정 지시
은행들 "주식 사려는 대출 몰려…선제적 조치"
고객 "당장 돈 급한데…사채 쓰란 말이냐" 분통


은행에서 가계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가 가계대출 급증세 억제를 위해 은행을 강하게 압박하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의 여신 · 자금 담당 부행장들을 두 번이나 소집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준에서 관리하라"고 지시하자 농협 우리 신한 등 일부 은행들이 지난 17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 창구에선 대출을 받으러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등 고객 불편이 적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행위는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은행법에 정면으로 저촉된다"며 "감독당국을 통해 즉각 시정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농협이 대출 중단 주도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가계 여신을 중단한 곳은 농협이다. 농협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신규 대출을 이달 말까지 한시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전산망 마비사태로 영업력에서 타격을 입은 후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가계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는데 금융당국의 경고를 받자 일시에 중단했다는 후문이다.

농협에서 대출받지 못한 고객이 타행으로 옮기면서 대출 수요가 급증하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여신 중단 조치에 동참했다. 신한은행은 특히 엘리트론과 같은 직장인 신용대출에 대해선 무기한 중단하고 중점 관리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가계대출의 본부 심사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방식으로 신규 대출 억제에 나섰다. 담보든 신용이든 대출 용도가 '생활자금'이나 '주식 투자'라면 원칙적으로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 하나은행도 비슷한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위 "이건 아닌데…"


금융당국은 은행의 대출 중단에 당황하고 있다. 지난주 부행장들에게 가계대출 억제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이렇게까지 하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당국의 방침을 과도하게 해석해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취급 전면 중단이라는 무리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지난주 두 차례 회의를 소집한 것은 7,8월의 가계대출 급증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위 당국자는 회의에서 농협중앙회와 단위조합이 8000억원씩 1조6000억원이나 가계대출을 늘렸고,신한은행에서도 비정상적으로 가계대출이 많았던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은행들이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이달 말까지 가계대출 중단이라는 무리수를 뒀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대출을 전면 중단한 은행들이 즉각 시정하지 않을 경우 특별검사를 벌여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고객 불편…항의 빗발


은행권이 한꺼번에 신규 대출을 억제하면서 소비자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한 시중은행 창구를 찾은 한상구 씨(48)는 "아이들의 2학기 대학 등록금 등을 알아보려고 은행 두 곳에 들렀는데 신규 대출이 아예 안 된다고 하더라"며 "은행들이 담합해서 한꺼번에 대출을 금지하면 서민들은 사채를 쓰라는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회사원 김모씨(32)도 16일 저녁 거래하던 은행으로부터 '금감원 가계부채 억제 정책으로 제1금융권은 8월17~31일 대출이 중단됐으며,기존 접수된 대출은 9월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현재 대출은 제2금융권에서만 가능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김씨는 "아파트 입주가 당장 열흘 뒤인데,아무 얘기도 없다가 갑자기 대출이 취소됐다고 하면 어쩌라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류시훈/조재길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