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23%상승 발표 국민銀지수 2.3%와 큰差 강남 빼곤 대부분 보합세
거래된 아파트만 대상 거래 빈번한 강남 등 일부에 지나치게 좌우돼
"이상하네. 우리 집만 떨어졌나…."
서울 마포 공덕동에 사는 장모(33)씨는 지난 24일 정부의 '아파트 실거래 가격지수' 발표 내용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 지수는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가격변동률을 기준시점(2006년 1월=100)과 비교해 보여주는 것으로, 국토해양부가 이번에 처음 공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평균 23% 오른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정작 장씨가 사는 공덕동 래미안4차(전용면적 60㎡)는 실거래가가 떨어졌다. 작년 말 5억2000만원에 팔렸던 게 지난 9월엔 5억1000만원으로 10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장씨는 "지금은 집이 팔리지 않아 걱정인데 정작 정부가 발표한 지수만 보면 집값이 폭등해 당장 부동산 투기에 나서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정부의 아파트 실거래 가격지수가 시장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새 지수가 실제로 거래된 아파트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거래가 빈번한 서울 강남 등 일부 아파트의 가격 변화에 지나치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 강북이나 지방처럼 거래가 드문 경우에는 지수 자체의 의미가 없게 된다.
◆실거래가 지수 기존 정부 지수와 10배 차이
실거래 가격지수는 정부의 주택가격 공식 통계인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와 최대 10배쯤 차이가 난다. 실거래 가격지수의 경우, 서울은 지난해 12월 116.9였다가 올해 9월 144.6으로 9개월 동안 23.7% 상승했다. 이 기간 국민은행 지수는 2.3% 오르는 데 그쳤다. 실제로도 강남 3개 구(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한 대다수 서울 아파트 가격은 작년 말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노원 중계주공7단지(전용 45㎡)는 연초 1억8500만원에서 9월 1억9400만원으로 900만원(4.8%)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집값이 들썩였던 강남은 상황이 다르다. 강남 대치동 은마(전용 77㎡)는 작년 말 7억5000만원에서 올 9월 2억7500만원이 오른 10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실거래 가격지수 변화율을 훌쩍 넘어서는 상승률(36.6%)이다. 강남의 다른 단지도 비슷하다. 송파 잠실주공5단지(77㎡)는 9억5000만원에서 12억5000만원으로 31.5% 올랐다.
◆거래 많은 지역이 지수 변화 좌우
이런 현상이 나타난 데는 이유가 있다. 실거래 가격지수의 산정 방식, 즉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의 가격변동률만 따지는 특성 탓이다. 예컨대 일정기간에 특정 아파트 단지 500가구 중 2가구만 거래됐는데, 각각 20% 비싼 값에 팔렸다면 실거래 가격지수는 평균 2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국민은행 지수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국민은행 지수는 거래된 주택을 포함한 전체 주택의 가격 변화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거래가 거의 없는 주택의 가격 변화도 지수에 포함되고, 특정 아파트가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면 '예외적인 거래'로 간주해 지수 산정 때는 제외된다.
따라서 새 지수에는 올해 가격이 요동치면서 거래가 활발했던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이 지수에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반면 나머지 아파트는 거래가 드물어 지수 변화에 의미가 없다. 실거래 가격지수가 '강남 가격 지수'가 된 이유다. 따라서 국토부 역시 새 지수가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거래 가격지수는 실제 거래되는 물건의 동향만 나타낼 수 있어 기존 국민은행 지수를 함께 사용해 시장을 분석하고 정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정부 지수가 부동산 투기 부추기나
정부가 발표하는 아파트 가격 지수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거나 시장을 지나치게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새로 발표한 지수에 따르면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하락세를 보였던 지난해 11월·12월 서울 집값은 한 달 사이에 각각 9.2%, 7.5%가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집값이 회복기에 접어들었던 올해 1월·2월에는 곧바로 4.7%, 5.4% 폭등한 것으로 반전됐다.
이처럼 변동폭이 큰 이유는 일반적으로 집값 상승기에는 수익성이 높은 재건축 아파트나 입지가 좋은 지역의 매물이 주변 시세에 비해 다소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집값 하락기에는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나온 급매물 위주로 거래된다. 국민은행 부동산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새로 발표하는 지수에 '실거래'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 소비자들은 보다 현실성 있는 지수로 혼동할 수 있고, 물가보다 몇 배씩 오른 지수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거래 가격지수가 주택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택 가격 지수로 의미를 가지려면 앞으로 3~4년간 데이터가 좀 더 누적돼야 하고, 통계적인 오류를 줄일 수 있는 장치도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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