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서초동 삼성타운 ‘재물이 많은 명당’ LG전자 서초 R&D 캠퍼스 ‘속 깊은 집’
SK 서린동 사옥은‘큰 거북’
이 기업은 건물의 설계 단계에서 저명한 풍수지리학자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회장에게 용역을 줘 사옥 터의 지기를 보충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조언을 구했다. 그 결과 현 상태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거북이 건물을 떠받치는 것이라는 풍수적 ‘비보책(裨補策)’이 나왔고 곧바로 그대로 한 것이다.
거북과 관련해서는 서울 서린동에 위치한 지상 36층, 지하 7층 규모의 SK그룹 본사도 인연이 있다. 변변한 사옥이 없던 시절 고(故) 최종현 회장의 결심으로 1999년 완공한 서린동 사옥 입구에는 아주 특이한 것이 하나 있다. 건물 밑 네 기둥에 거북 발의 문양과 함께 청계천 쪽 정문 앞에는 머리를 상징하는 검은돌에 하얀 점이 8개가 찍혀 있고, 종로 쪽 후문의 현관 앞에는 거북꼬리에 해당하는 삼각문양이 새겨져 있다. 한마디로 SK빌딩이 큰 거북인 셈이다. 청계천 쪽 머리 부분의 검은돌에 새겨진 하얀 점 8개는 ‘하늘천(天)’자를 형상화한 것이다. 고대소설 <숙향전>에는 이마에 ‘天’자가 있고 발에는 ‘王’자가 새겨진 거북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거북을 남해 용왕의 딸 또는 수중동물의 왕으로 묘사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빌딩 정면의 거북머리에 ‘天’자 문양을 새긴 것은 SK그룹이 국내 기업의 선두에 있음을 무언으로 상징한 조형물이다.
서린동 빌딩 부지는 풍수로 보면 신령스러운 거북이 물을 마시는 영구음수형(靈龜飮水形)이지만 불기운이 강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불기운을 누르기 위해 ‘물기운’으로 비보(악한 기운을 막아주는 것)를 해야 했고, 이 때문에 ‘물’을 상징하는 거북을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사옥 정문을 번화한 종로통이 아니라 청계천 쪽으로 낸 것도 물 기운을 확실하게 받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고 최종현 회장은 이 빌딩의 완공을 보지 못하고 98년 타계했지만 이후 SK그룹은 거북 덕분인지 탄탄대로를 걸었다.
이재용 전무와도 궁합 잘 맞아
지난해 말 삼성그룹은 30여 년간의 서울 태평로 시대를 마감하고 ‘서초천도’를 감행했다. 인근의 부동산값은 들썩였고 태평로 주변의 식당과 술집까지도 대거 삼성을 따라 본거지를 옮겼을 정도로 여파가 컸다.
풍수가들은 삼성의 새로운 심장인 서초타운 터를 어떻게 평가할까? 삼성은 고 이병철 전 회장 시절부터 사옥용 터를 정하거나 이전할 때 풍수를 매우 중시했던 터라 서초동 터가 어떤 터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고제희 회장은 “서초동은 취면수(聚面水)의 형상을 하고 있어 예부터 재물이 많은 명당”이라고 요약했다. 취면수란 혈 주변의 모든 물이 혈 앞 명당에 모이는 것을 일컫는 용어. ‘물이 명당 가운데 모이면 누가 그 부귀를 알 것인가’라는 말이 있을 만큼 최상의 터를 이른다. 그는 또 “삼성서초타운의 터는 관악산에서 발원해 우면산을 거쳐 뻗어온 지맥으로 터의 기세가 남쪽(우면산)과 동쪽(역삼역 일대), 서쪽(서초동 법원 일대)이 높고, 북쪽이 낮아서 물이 한강으로 흘러 빠지는 터”라고 설명했다. 또 “이런 곳은 여러 계곡에서 물이 고였다가 천천히 나가는 지역이어서 재물이 모이는 터라고 할 수 있다”라며 “서초동 터 자체가 우면산에서 지맥이 뻗어와 만들어진 곳인데 우면산은 소가 누워 있는 ‘와우(臥牛)’의 형국으로 소가 누워서 밥을 먹을 정도로 재물이 풍성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서초 삼성타운 터는 또 삼성의 차기 후계자로 불리는 이재용 전무와도 궁합이 아주 좋다고 한다. 고 회장은 “이사갈 때 터가 맞느냐 안 맞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생년월일(본명궁)과 이전 방향이 맞느냐 안 맞느냐 하는 문제”라며 “삼성 본관에서 서초타운은 남동 방향인데 이는 1968년생인 이 전무와 연면(連綿), 즉 매우 길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서초 삼성타운 터가 최고의 명당자리긴 하지만 이곳에 입주한 계열사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한 풍수학자는 “취면수는 성격상 재물이 모일 터로 금융업종과는 성격이 맞지만, 연구개발을 하는 창조적인 업종과는 잘 맞지 않는 곳”이라며 “최첨단 기술을 개발해 신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전자업종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서초사옥 A동에는 삼성생명, 삼성테크윈, 삼성중공업,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정밀화학 등이 입주해 있고, B동에는 삼성물산, C동에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코닝정밀유리 등이 입주해 있다. 고제희 회장은 이를 인정하면서 “이에 대한 비보책으로 땅 자체가 소가 누워 있는 곳이니만큼 소를 일으켜 세울 필요가 있다”라며 “소를 잡아서 당길 수 있는 것은 코뚜레이기에 코뚜레 형상을 닮은 조각품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삼성타운의 시야를 가로막는 18층짜리 건물(대각빌딩)에 대해서는 오히려 풍수상으로 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색다른 평도 나온다. 한 풍수학자는 “건물의 높이가 눈썹보다 높으면 흉하다고 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앞바람을 막아주는 안산(案山)이라며 귀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LG 트윈타워 모습 그룹 분할 암시
LG그룹도 건물을 지을 때 풍수적 관점을 고려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여의도의 상징물 중 하나인 LG트윈타워는 LG그룹을 일으켜 세운 구씨와 허씨를 형상화한 빌딩으로 알려져 ‘부부빌딩’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서로 면(面·얼굴을 마주하는 것)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背·등지고 있는 것)하고 있어 흡사 부부싸움을 한 뒤에 토라져 서로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룹이 결국 GS-LG그룹으로 쪼개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풍수적 시각이 있다.
여의도는 예부터 곡식이 잘 자라지 못하는 메마른 모래땅이 많아 쓸모가 적었다. 풍수로 보아 여의도는 백두대간의 정기가 닿지 않는 고립된 곳으로 지기가 쇠약한 독산(獨山)에 해당하며, 여의도처럼 사방이 물로 에워싸인 섬 같은 곳을 풍수는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이라 부른다. 연화부수형의 터는 빈천한 집안에서 훌륭한 인물이 태어나 원만하고 고귀한 생활을 할 군자의 땅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지기의 발동만큼은 강하지 못한 곳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아호인 ‘연암(蓮庵)’을 살펴보면, 여의도에 LG그룹의 신사옥이 건립될 것이 이름으로 예언됐음을 알 수 있다. 호가 ‘연꽃이 핀 초막’이니 연화부수형에 사옥을 짓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LG그룹이 1987년 트윈타워를 건립하고 여의도 시대를 개막한 것은 그만큼 여의도란 땅의 성격과 LG그룹의 기업문화가 잘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 3월 18일 2600억 원을 들여 서울 양재동에 ‘서초 R&D 캠퍼스’를 신축했다. 이 연구소 건물은 연 면적 12만5400㎡(3만8000평)에 지상 25층 규모이며, 수용인원은 4200명에 달한다. 디지털복합기, 홈네트워크, 스토리지 등의 연구개발을 담당한다. LG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시설이며 서울 소재 제반 연구시설 중에서도 가장 크다.
이 건물을 지을 때도 풍수적으로 배려했다는 후문이다. 풍수지리에서 ‘가상(家相)’이란 집의 부지, 구조, 배치, 건축부재, 조경 등이 사람의 길흉화복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방법으로 산천의 순역(順逆)을 쫓아 상생의 방향으로 집을 짓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풍수에서 집의 부지를 정하는 데 ‘길에 접한 면의 너비보다 안쪽으로 깊이 들어선 집이 유복하고 번영한다’라고 한다. 이런 집을 ‘속 깊은 집’이라고 일컫는다. 즉 도로에서 보면 작은 집처럼 보이나 안으로 들어서면 공간이 넓은 집이 복 있는 집이다. 반대로 도로에 접한 면이 길고 너비가 얕은 집을 ‘속 얄팍한 집’이라고 부른다.
중요민속자료 제124호인 화성의 정용채 가옥은 안산인 해운산이 노적봉이라 대대로 재복을 누릴 명당으로 소문난 집이다. 19세기 초에 건립된 이 집이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었지만 온전히 보전된 비결은 건물을 작게 보이도록 앉힌 좌향에 해답이 있다. 50칸이 넘는 큰 집이나 대문에서 보면 집의 한쪽만 보여 작은 집처럼 보인다. 높고 크게만 보이는 집보다 주위와 조화한 높이에 보기는 작으나 실상은 큰 집이 풍수적으로 복 있는 집이라는 얘기다.
‘LG전자 서초 R&D 캠퍼스’도 건물의 여러 설계안 중 풍수적인 검토 끝에 Hi-Tech Tower가 도로와 접한 면이 짧고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장방형의 건물 즉 ‘속 깊은 집’이어서 길하다는 평가를 받아 채택된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적인 논리로만 보자면 ‘속 얄팍한 집’이 부지이용도면에서 유리했지만 풍수적인 컨설팅을 받은 결과다.
서울 용산 국제센터빌딩은 용산에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며 1984년 완공됐다. 당시 지상 28층의 인텔리젠트빌딩으로 독특한 기하학적 구조를 채택해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보여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해 1984년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선정될 정도였다. 그런데 건물 외형에 변화를 시도하다 보니 전체가 9개의 각으로 이루어졌고, 예각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한국에서 사옥을 높게 지으면 기업 운이 쇠락한다는 ‘바벨탑 증후군’이 있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 빌딩은 국제상사에서 한일합섬을 거쳐 이랜드로 주인이 계속 바뀌었고, 그러자 ‘비운의 빌딩’으로 소문이 났다.
그런데 2006년 에너지업체 E1(옛 LG칼텍스가스)은 ‘국제센터빌딩에 입주하면 망한다’는 속설에 고심하다 풍수적 평가를 받은 후 국제상사를 인수하고, 빌딩의 주인이 되었다. E1의 관계자는 “인수 과정에서 풍수사를 통해 풍수지리를 꼼꼼히 따져봤다. 풍수지리상 나쁘지 않게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1은 창원지법에서 정리계획 변경계획안을 인가받아 8551억 원에 국제상사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센터빌딩은 최근 용산미군기지의 지방 이전과 용산 공원화가 추진되면서 새롭게 각광받았고, 가격도 배 이상으로 뛰었다. E1은 인수 직후 국제빌딩을 전면 리모델링해 랜드마크 빌딩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고, 빌딩 이름도 과거의 불명예를 벗어버리고자 ‘국제센터빌딩’에서 ‘LS용산타워’로 변경했다. 사옥명을 변경한 것은 사람 이름을 개명(改名)하는 것처럼 건물의 운을 키우려는 ‘지명(地名)비보책’인 셈이다.
어떤 사람들은 풍수를 두고 ‘귀에 걸면 귀걸리,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하지만 풍수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이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여전히 우리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풍수가 만능은 아니다. 국내 풍수지리학의 대가로 평가받는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조차도 ‘풍수무용론’을 제기한 바 있으며, “풍수란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결국 길지와 흉지를 만드는 것은 자연만의 힘이 아닌 인간과 자연의 조화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한 IT 기업이 지반공사 후 돌거북을 묻고 있는 모습. |
풍수(風水)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바람과 물’이라는 뜻으로 땅과 공간의 해석에 관한 동아시아의 고유사상이다. 자연을 극복 대상으로 생각하는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자연에 순응하며 상생(相生)하는 것이 풍수의 기본철학이다. 음양오행설에 바탕을 둔 동아시아의 자연관이 잘 나타난 풍수사상은 실제로 집터와 묘지, 조경, 건축 등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우리가 인정하든 안 하든 이미 우리의 삶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개인이 이사하거나 집안 인테리어, 묘지 등을 쓸 때 풍수적 요소를 중요시한다. 더욱이 수천, 수만 명의 직원을 먹여살리고 국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대기업들이 그 본산으로 삼는 터를 잡고 건물을 지을 때, 풍수를 중요하게 여기고 실제로 반영하는 일은 빈번한 일이다. 그렇다면 최근 이전하거나 신축한 대기업들의 ‘터’와 ‘건물’에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비밀스런 풍수의 해답이 있을까. 기업과 풍수의 은밀하고도 밀접한 관계를 살펴본다.
SK 서린동 사옥은‘큰 거북’
첨단기술의 집합지인 판교테크노밸리.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한 공사장에서 이색적인 모습이 발견됐다. 한 대기업의 IT계열사인 ㄱ사가 입주할 터에 지반공사를 끝내고 최근 비밀리에 커다란 돌거북 4마리를 들여온 것이다. 상징조형물이라면 1개면 족할 텐데 4개나 만든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돌거북의 용도는 ‘주춧돌’이다. 건물을 올릴 네 귀퉁이에 정성스럽게 돌거북을 묻어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운 것이다.
이 기업은 건물의 설계 단계에서 저명한 풍수지리학자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회장에게 용역을 줘 사옥 터의 지기를 보충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조언을 구했다. 그 결과 현 상태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거북이 건물을 떠받치는 것이라는 풍수적 ‘비보책(裨補策)’이 나왔고 곧바로 그대로 한 것이다.
SK 서린동 사옥의 거북발 모양(오른쪽)과 표지석. |
서린동 빌딩 부지는 풍수로 보면 신령스러운 거북이 물을 마시는 영구음수형(靈龜飮水形)이지만 불기운이 강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불기운을 누르기 위해 ‘물기운’으로 비보(악한 기운을 막아주는 것)를 해야 했고, 이 때문에 ‘물’을 상징하는 거북을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사옥 정문을 번화한 종로통이 아니라 청계천 쪽으로 낸 것도 물 기운을 확실하게 받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고 최종현 회장은 이 빌딩의 완공을 보지 못하고 98년 타계했지만 이후 SK그룹은 거북 덕분인지 탄탄대로를 걸었다.
이재용 전무와도 궁합 잘 맞아
지난해 말 삼성그룹은 30여 년간의 서울 태평로 시대를 마감하고 ‘서초천도’를 감행했다. 인근의 부동산값은 들썩였고 태평로 주변의 식당과 술집까지도 대거 삼성을 따라 본거지를 옮겼을 정도로 여파가 컸다.
풍수가들은 삼성의 새로운 심장인 서초타운 터를 어떻게 평가할까? 삼성은 고 이병철 전 회장 시절부터 사옥용 터를 정하거나 이전할 때 풍수를 매우 중시했던 터라 서초동 터가 어떤 터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고제희 회장은 “서초동은 취면수(聚面水)의 형상을 하고 있어 예부터 재물이 많은 명당”이라고 요약했다. 취면수란 혈 주변의 모든 물이 혈 앞 명당에 모이는 것을 일컫는 용어. ‘물이 명당 가운데 모이면 누가 그 부귀를 알 것인가’라는 말이 있을 만큼 최상의 터를 이른다. 그는 또 “삼성서초타운의 터는 관악산에서 발원해 우면산을 거쳐 뻗어온 지맥으로 터의 기세가 남쪽(우면산)과 동쪽(역삼역 일대), 서쪽(서초동 법원 일대)이 높고, 북쪽이 낮아서 물이 한강으로 흘러 빠지는 터”라고 설명했다. 또 “이런 곳은 여러 계곡에서 물이 고였다가 천천히 나가는 지역이어서 재물이 모이는 터라고 할 수 있다”라며 “서초동 터 자체가 우면산에서 지맥이 뻗어와 만들어진 곳인데 우면산은 소가 누워 있는 ‘와우(臥牛)’의 형국으로 소가 누워서 밥을 먹을 정도로 재물이 풍성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서초 삼성타운 터는 또 삼성의 차기 후계자로 불리는 이재용 전무와도 궁합이 아주 좋다고 한다. 고 회장은 “이사갈 때 터가 맞느냐 안 맞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생년월일(본명궁)과 이전 방향이 맞느냐 안 맞느냐 하는 문제”라며 “삼성 본관에서 서초타운은 남동 방향인데 이는 1968년생인 이 전무와 연면(連綿), 즉 매우 길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서초타운 전경. |
서초 삼성타운 터가 최고의 명당자리긴 하지만 이곳에 입주한 계열사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한 풍수학자는 “취면수는 성격상 재물이 모일 터로 금융업종과는 성격이 맞지만, 연구개발을 하는 창조적인 업종과는 잘 맞지 않는 곳”이라며 “최첨단 기술을 개발해 신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전자업종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서초사옥 A동에는 삼성생명, 삼성테크윈, 삼성중공업,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정밀화학 등이 입주해 있고, B동에는 삼성물산, C동에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코닝정밀유리 등이 입주해 있다. 고제희 회장은 이를 인정하면서 “이에 대한 비보책으로 땅 자체가 소가 누워 있는 곳이니만큼 소를 일으켜 세울 필요가 있다”라며 “소를 잡아서 당길 수 있는 것은 코뚜레이기에 코뚜레 형상을 닮은 조각품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삼성타운의 시야를 가로막는 18층짜리 건물(대각빌딩)에 대해서는 오히려 풍수상으로 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색다른 평도 나온다. 한 풍수학자는 “건물의 높이가 눈썹보다 높으면 흉하다고 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앞바람을 막아주는 안산(案山)이라며 귀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LG 트윈타워 모습 그룹 분할 암시
LG그룹도 건물을 지을 때 풍수적 관점을 고려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여의도의 상징물 중 하나인 LG트윈타워는 LG그룹을 일으켜 세운 구씨와 허씨를 형상화한 빌딩으로 알려져 ‘부부빌딩’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서로 면(面·얼굴을 마주하는 것)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背·등지고 있는 것)하고 있어 흡사 부부싸움을 한 뒤에 토라져 서로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룹이 결국 GS-LG그룹으로 쪼개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풍수적 시각이 있다.
지금은 용산LS타워로 이름이 바뀐 옛 국제센터빌딩. |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아호인 ‘연암(蓮庵)’을 살펴보면, 여의도에 LG그룹의 신사옥이 건립될 것이 이름으로 예언됐음을 알 수 있다. 호가 ‘연꽃이 핀 초막’이니 연화부수형에 사옥을 짓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LG그룹이 1987년 트윈타워를 건립하고 여의도 시대를 개막한 것은 그만큼 여의도란 땅의 성격과 LG그룹의 기업문화가 잘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 3월 18일 2600억 원을 들여 서울 양재동에 ‘서초 R&D 캠퍼스’를 신축했다. 이 연구소 건물은 연 면적 12만5400㎡(3만8000평)에 지상 25층 규모이며, 수용인원은 4200명에 달한다. 디지털복합기, 홈네트워크, 스토리지 등의 연구개발을 담당한다. LG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시설이며 서울 소재 제반 연구시설 중에서도 가장 크다.
이 건물을 지을 때도 풍수적으로 배려했다는 후문이다. 풍수지리에서 ‘가상(家相)’이란 집의 부지, 구조, 배치, 건축부재, 조경 등이 사람의 길흉화복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방법으로 산천의 순역(順逆)을 쫓아 상생의 방향으로 집을 짓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풍수에서 집의 부지를 정하는 데 ‘길에 접한 면의 너비보다 안쪽으로 깊이 들어선 집이 유복하고 번영한다’라고 한다. 이런 집을 ‘속 깊은 집’이라고 일컫는다. 즉 도로에서 보면 작은 집처럼 보이나 안으로 들어서면 공간이 넓은 집이 복 있는 집이다. 반대로 도로에 접한 면이 길고 너비가 얕은 집을 ‘속 얄팍한 집’이라고 부른다.
중요민속자료 제124호인 화성의 정용채 가옥은 안산인 해운산이 노적봉이라 대대로 재복을 누릴 명당으로 소문난 집이다. 19세기 초에 건립된 이 집이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었지만 온전히 보전된 비결은 건물을 작게 보이도록 앉힌 좌향에 해답이 있다. 50칸이 넘는 큰 집이나 대문에서 보면 집의 한쪽만 보여 작은 집처럼 보인다. 높고 크게만 보이는 집보다 주위와 조화한 높이에 보기는 작으나 실상은 큰 집이 풍수적으로 복 있는 집이라는 얘기다.
‘LG전자 서초 R&D 캠퍼스’도 건물의 여러 설계안 중 풍수적인 검토 끝에 Hi-Tech Tower가 도로와 접한 면이 짧고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장방형의 건물 즉 ‘속 깊은 집’이어서 길하다는 평가를 받아 채택된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적인 논리로만 보자면 ‘속 얄팍한 집’이 부지이용도면에서 유리했지만 풍수적인 컨설팅을 받은 결과다.
국제센터빌딩 개명으로 운 키워
최근 완공한 ‘LG전자 서초 R&D 캠퍼스’. |
그런데 2006년 에너지업체 E1(옛 LG칼텍스가스)은 ‘국제센터빌딩에 입주하면 망한다’는 속설에 고심하다 풍수적 평가를 받은 후 국제상사를 인수하고, 빌딩의 주인이 되었다. E1의 관계자는 “인수 과정에서 풍수사를 통해 풍수지리를 꼼꼼히 따져봤다. 풍수지리상 나쁘지 않게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1은 창원지법에서 정리계획 변경계획안을 인가받아 8551억 원에 국제상사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센터빌딩은 최근 용산미군기지의 지방 이전과 용산 공원화가 추진되면서 새롭게 각광받았고, 가격도 배 이상으로 뛰었다. E1은 인수 직후 국제빌딩을 전면 리모델링해 랜드마크 빌딩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고, 빌딩 이름도 과거의 불명예를 벗어버리고자 ‘국제센터빌딩’에서 ‘LS용산타워’로 변경했다. 사옥명을 변경한 것은 사람 이름을 개명(改名)하는 것처럼 건물의 운을 키우려는 ‘지명(地名)비보책’인 셈이다.
어떤 사람들은 풍수를 두고 ‘귀에 걸면 귀걸리,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하지만 풍수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이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여전히 우리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풍수가 만능은 아니다. 국내 풍수지리학의 대가로 평가받는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조차도 ‘풍수무용론’을 제기한 바 있으며, “풍수란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결국 길지와 흉지를 만드는 것은 자연만의 힘이 아닌 인간과 자연의 조화다.
금호아시아나, 망치 물리칠 수경시설 설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택한 방살책은 ‘수경(水鏡)시설’이다. 신사옥의 서쪽에 수경시설을 설치해 살기를 중화시킨 것이다. 망치로 물을 내려치면 물이 출렁거릴 뿐 깨지지 않는다. 물이 망치의 살기를 잘 흡수하는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또 주위 건물의 형상이 물에 비치면 일렁거리는 물결에 따라 날카롭고 불규칙한 살기들이 중화된다. 그 결과 회사는 매우 안정된다는 논리다. |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출처 : 사주명리나라
글쓴이 : 송정 원글보기
메모 :
'풍수 와 인테리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풍수 - 양택가상학(陽宅家相學) - 가상론 4 (0) | 2009.11.13 |
---|---|
[스크랩] 연소혈에 관한 일화 (0) | 2009.11.08 |
[스크랩] 밤하늘속의 오로라 (0) | 2009.09.06 |
[스크랩] 음양합방법(陰陽合房法) (0) | 2009.09.06 |
[스크랩] 국립묘지(현충원)의 명당은? (0) | 2009.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