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적시는 그리움

[스크랩] 가시나무새의 슬픈 사랑이야기 / 나태주

우리옹달샘 2009. 7. 2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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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새의 슬픈 사랑이야기

                                     /  나 태 주

 

 

 

 

 

  1.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모를 것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변방의 둘레를 돌면서

  내가 얼마나 너를 생각하고 있는가를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까마득 짐작도 못할 것이다.

  겨울 저수지의 외곽길을 돌면서

  맑은 물낯에 산을 한 채 비춰보고

  겨울 흰 구름 몇 송이 띄워보고

  볼우물 곱게 웃음 웃는 너의 얼굴 또한

  그 물낯에 비춰보기도 하다가

  이내 싱거워 돌멩이 하나 던져 깨드리고 마는

  슬픈 나의 장난을





2.

솔바람 소리는 그늘조차 푸른빛이다.

솔바람 소리의 그늘에 들면 옷깃에도

푸른 옥빛 물감이 들 것만 같다.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너를 생각하는 마음조차 그만

포로소롬 옥빛 물감이 들고 만다면

어찌겠느냐 어찌겠느냐.



솔바람 소리 속에는

자수정빛 네 눈물 비린내 스며 있다.

솔바람 소리 속에는

비릿한 네 속살 내음새 묻어 있다.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 마음조차 그만

눈물 비린내에 스미고 만다면

어찌겠느냐 어찌겠느냐.





3.

나는 지금도 네게로 가고 있다.

마른 갈꽃내음 한 아름 가슴에 안고

살얼음에 버려진 골목길 저만큼

네모난 창문의 방안에 숨어서

나를 기다리는

빨강 치마 흰버선 속의 따스한 너의 맨발을 찾아서

네 열게 발가락의 잘 다듬어진 발톱들 속으로.



지금도 나는 네게로 가고 있다.

마른 갈꽃송이 꺾어 한 아름 가슴에 안고

처마 밑에 정갈히 내건 한 초롱

네 처녀의 등불을 찾아서.

네 이쁜 배꼽의 한 접시 목마름 속으로

기뻐서 지줄대는 네 실핏줄의 노래들 속으로.
 

 

 

 

 

 

 

           

 

 

                                           * 해인풍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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