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해로운 동물이나 벌레들을 가까이 올 수 없게 하는 식물들이 많다. 이 식물들을 잘 활용하면 파리, 모기, 바퀴벌레, 뱀, 지네 등으로부터 시달리지 않고 여름을 보낼 수 있다.
모기 물리치는 초피나무
어렸을 적에 글쓴이가 살던 시골 마을에서는 모기를 쫓느라고 멍석을 깔고 누워 쑥 연기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마당 옆에 있는 초피나무 아래 자리를 깔고 누워 있기만 하면 되었다. 모기를 없애려고 살충제를 마구 뿌리는 것이 아니라 마당을 빙 둘러 초피나무를 심었다. 초피나무는 보기에도 아름답고 열매는 양념으로 훌륭하며 잎이나 덜 익은 열매로 장아찌를 담가 먹으며 열매를 따서 팔면 높은 수입을 얻을 수도 있으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나무라 할 만하다. 초피나무와 닮은 것으로 산초나무가 있는데 일본인들이 초피나무를 산초나무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산초가 국제 통용어가 되어버렸다. 미국의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돌아다녀 보면 미국 사람들이 커피에 초피 가루를 넣어 마시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초피를 원료로 하여 새로운 향신료를 개발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남미의 여러 나라에서도 초피를 즐겨 먹고 있다. 일본에서는 천만 평이 넘는 땅에 초피나무를 재배하여 초피 가루를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하여 큰 소득을 얻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초피 열매를 수입해서 가공한 후 다시 역수출하고 있기까지 하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은 초피를 재배하기에 세계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초피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한결같이 한국 지리산 부근에서 나는 초피가 향기가 제일 강하고 품질이 가장 좋은 것으로 꼽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논밭둑이나 길 주변에 자라는 초피나무를 귀찮다고 베어 내는 형편이다. 초피나무의 열매는 추어탕을 먹거나 회를 먹을 때 향신료로도 인기가 있다. 시골에서는 초피나무 껍질을 벗겨 생선을 잡는 데에도 쓴다. 초피나무 껍질을 벗겨 돌로 짓찧어 개울물에 풀면 물고기들이 배를 하얗게 뒤집고 물 위에 떠오른다. 초피나무의 매운 성분과 향기는 사람한테는 거의 독성이 없지만 모기, 파리 같은 곤충이나 생선, 돼지, 오리 같은 동물에게는 독성이 몹시 센 편이다. 초피나무에는 매우 강력한 항균 물질이 들어 있는데 학자들은 에이즈 균을 죽일 수 있는 물질로 보고 있다.
나쁜 균과 벌레 죽이는 삽주
한의학에서 위장약이나 풍습을 없애는 데 흔히 쓰는 약초인 삽주 뿌리 역시 사람한테 해로운 벌레를 죽이는 효력이 탁월하다. 삽주는 우리나라 산에 흔한 약초다. 어린 싹은 나물로 먹고 뿌리는 구황식물로 먹거나 약으로 쓴다. 삽주 뿌리를 캐서 냄새를 맡아 보면 역시 맵고 아린 냄새가 나는데 이 향기 성분 속에 나쁜 벌레나 균을 죽이는 힘이 있다. 삽주 뿌리 40g에 말린 쑥 10g을 섞어서 같이 태우면 공기 중에 있는 결핵균이나 감기바이러스, 황색포도알균, 대장균, 녹농균 등의 갖가지 균이 다 죽는다. 나쁜 균을 죽이는 작용이 포르말린이나 자외선보다 훨씬 세다고 한다. 삽주 뿌리를 태운 연기를 가구나 그릇, 옷, 곡식 같은 것에 쏘이면 장마철에도 곰팡이가 생기지 않고 창고 안에 있는 바퀴벌레나 좀벌레 등이 다 죽는다. 삽주 뿌리를 태울 때 나오는 연기는 사람이나 동물한테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으므로 전염병이 유행할 때 감염을 막을 수 있고 모기향 대신 태우면 모기가 가까이 오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양념으로 흔히 먹는 고추 역시 나쁜 균을 죽이고 파리나 모기, 바퀴벌레 같은 벌레를 내쫓거나 죽이는 효력이 있다. 방이나 창고의 문을 잠가 놓고 그 안에서 고춧가루를 태우면 매운 연기에 취해서 바퀴벌레, 파리, 모기, 빈대, 쥐며느리 같은 것이 모두 죽거나 도망 간다.
된장에 구더기가 생기지 않게 하는 된장풀
제주도의 산과 들에는 된장풀이라는 식물이 자란다. 키는 150㎝쯤 자라고 잎 모양은 콩잎을 닮았는데 그보다는 약간 길쭉하게 생겼다. 풀 같기도 하고 나무 같기도 한 이 식물의 잎과 줄기를 잘라서 조금만 된장에 넣으면 구더기가 생기지 않는다. 된장뿐 아니라 김치를 담글 때 이 식물의 즙을 넣으면 김치가 빨리 시지 않고 오래 보존할 수 있다. 된장풀은 사람한테는 거의 독성이 없고 해로운 벌레나 병원균을 죽이는 데 효과가 있다. 이 식물을 잘 활용하면 천연 방부제를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썩은 간장도 되살리는 회향
방부작용이 뛰어난 식물로는 회향이 있다. 키는 150㎝쯤 자라고, 잎은 코스모스를 닮았으며 여름철에 노란 꽃이 우산처럼 모여서 핀다. 은은하고 단맛이 나는 향이 일품인 이 풀을 마당에 심으면 그 냄새를 싫어하여 개구리, 뱀, 두꺼비 등이 집안으로 잘 들어오지 않고 파리나 모기도 가까이 오지 않는다. 회향은 원래 유럽이 원산지인데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 지금은 간혹 심기도 하고 저절로 자라기도 한다. 회향은 좋은 향기와 단맛이 있어서 맛과 냄새를 좋게 하기 위해 음식이나 약에 넣는다. 회향은 부작용 없이 음식이 빨리 소화되게 하고 밥맛을 좋게 하며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도 있지만 여름철 상하기 쉬운 음식에 넣으면 음식을 오래 보존할 수 있다. 회향이라는 이름도 썩은 간장이나 상한 생선에 회향을 넣으면 냄새가 본래대로 되돌아온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회향 열매에는 2~6%의 정유 성분이 들어 있는데 여기에 진정작용 및 최면작용이 있다. 한밤중에 일어나 우는 아이에게 회향 씨를 달여서 먹이면 신통하게 울음을 그치고 잠을 자게 된다. 입냄새를 없애는 데도 좋다.
천연 방부제 차조기
차조기라는 풀도 뛰어난 방부작용을 하는 식물이다. 차조기는 꽃풀과에 딸린 한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곳곳에 저절로 나서 자라기도 하고 더러 심어서 가꾸기도 한다. 줄기는 네모졌고 잎이나 꽃 등이 들깨를 닮았다. 다만 줄기와 잎이 보랏빛이 나는 것이 들깨와는 다르다. 잎의 보랏빛이 진한 것일수록 약효가 높고 잎 뒷면까지 보랏빛을 띠는 것이 좋다. 잎에 자줏빛이 돌지 않고 좋은 냄새가 안 나는 것을 들차조기라 하는데 약효가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친다. 차조기 씨로는 기름을 짜는데, 이 기름에는 매우 센 방부작용이 있어서 20g의 기름으로 간장 180ℓ를 완전히 썩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차조기 기름에 들어 있는 안키오키슘이라는 성분은 설탕보다 단맛이 2,000배나 강하다. 차조기 잎을 김치를 담그는 데나 음식을 만들 때 넣으면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는다. 여름철에 오이, 양배추로 만든 반찬이나 김치에 넣어 맛을 내는 데 쓰며 일본에서는 매실장아찌를 만들 때 착색제나 방부제로 많이 쓴다. 차조기를 집 주위나 마당에 심으면 파리, 모기 같은 벌레들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 뱀을 물리치는 녹나무와 봉선화 제주도에는 녹나무라고 하는 늘푸른 큰키나무가 있다. 줄기나 잎에서 송진 냄새와 흡사한 향기가 나는데 이 향기 성분이 뱀이나 지네, 개구리 같은 것을 죽이거나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녹나무 잎이나 줄기를 태우면 모기, 파리 같은 곤충이 옆에 오지 못하고 또 주변에 있는 온갖 병원균들이 다 죽는다. 습기가 많고 무더운 중국의 남쪽 지방에는 뱀이 많다. 뱀이 우리나라처럼 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네 한가운데서 어슬렁거리는 것을 예사로 볼 수 있으며 뱀한테 물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뱀이나 개구리, 두꺼비 같은 파충류나 양서류 동물은 봉선화에서 나는 냄새를 싫어한다. 중국 사람들이 봉선화를 마당가에 둘러 심는 것은 뱀이나 개구리 등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우리네 조상들이 장독대 옆에 봉선화를 심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또 뱀한테 물렸을 때는 봉선화 줄기를 짓찧어 물린 자리에 붙이거나 봉선화 씨앗이나 줄기를 달여 먹는 것으로 치료하였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해로운 동물이나 벌레들을 가까이 올 수 없게 하는 식물들이 많다. 이들 식물들을 잘 활용하면 파리, 모기, 뱀, 지네, 바퀴벌레로부터 시달리지 않고 여름을 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에 대해서도 더 많이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