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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뒤덮은 역전세난 먹구름ㅡ전세 안 나가고 전셋값 못 받아 "아우성

우리옹달샘 2008. 12. 2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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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뒤덮은 역전세난 먹구름
전세 안 나가고 전셋값 못 받아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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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잠실동 99㎡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는 한준수(32)씨. 전세 만기가 5개월 남은 6월 인근의 132㎡ 새 아파트로 옮기기 위해 500만원을 계약금으로 주고 전세 계약을 했다. 그런데 살던 전셋집에서 보증금을 빼지 못하는 바람에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만 손해를 봤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빼줄 여력이 없다며 보증금 반환을 미뤘기 때문이다.

# 서울 종로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9)씨는 요즘 장사가 안되는데다 전셋값 때문에 적지 않은 빚까지 졌다. 2년 전 3억8000만원에 전세를 준 강동구 아파트의 전셋값이 최근 2억원으로 급락해서다. 10월에 세입자에게 차액 1억8000만원을 돌려주느라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다. 아파트를 팔 생각도 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전셋값 못 받아 계약금 날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전셋값이 떨어지고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곳곳에서 ‘역(逆)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 창구에는 요즘 난데없는 집주인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 분당시범단지지점 김강태 계장은 “9월 이후 2000만~3000만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대출을 받지 못하는 주인들은 각서를 쓰는 경우도 있다. 서울 잠원동에 112㎡ 아파트를 임대놓은 유모(60)씨는 2년 전 전셋값 3억원에 세든 세입자와 지난달 2억2000만원에 재계약하면서 차액 8000만원을 내년 1월에 주기로 하고 지불이행각서를 썼다.

집주인과 세입자간에 얼굴을 붉히는 사례도 많다. 법원에는 전셋값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낸 전세금 반환 청구소송이 늘고 있다. 세입자가 이사를 가면서 돌려받지 못한 전셋값을 받으려는 임차권 등기도 늘었다. 이종선 법무사는 “예전에는 1년에 한두건 정도였던 임차권 등기나 전세금반환 청구소송 문의가 요즘에는 하루에도 대여섯 건씩 된다”고 말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평택시 L아파트 계약자동호회는 인터넷을 통해 109㎡의 전셋값을 1억5000만원 이하로 내놓지 말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분당 일부 단지에선 부녀회가 중심이 돼 전셋값 하한선을 정했다.

분당 K공인 관계자는 “세입자를 하루라도 빨리 구하려는 급한 마음에 하한선 이하에 전세를 내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더 얼어붙게 만들어

서울 중계동 을지공인 서재필 사장은 “도배나 욕실수리 등 집수리를 조건으로 재계약하거나 새 세입자를 구하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전셋값이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는 세입자들은 2년인 전세계약 기간을 1년으로 줄여 계약하기도 한다.

역전세난이 매매시장도 더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조만 교수는 “역전세난으로 세입자들이 전셋값을 빼 집을 사는 게 어려워 주택거래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역(逆)전세난=전세를 찾는 사람이 줄어 전셋값이 떨어지고 전셋집이 남아도는 현상을 부동산 업계에서 역전세난으로 부른다. 전세 물량이 모자라고 전셋값이 뛰는 ‘전세난’의 반대 의미다.

Q&A
임차권 등기나 전세권 설정 하고 이사 가야
역전세난 어떻게 대처하나

경기침체 등으로 전셋값을 내려도 세입자를 구할 수 없는 역()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크게 늘고 있다. 집주인들이 제때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기존 세입자에게 전셋값 등 임대료를 돌려주지 못해서다. 전셋값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주인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역전세난 대처법을 알아봤다 

-전세계약 만기가 다 돼가는데 전셋집이 안 나갈까 불안하다. 새 전셋집에 들어가기로 한 날짜에 보증금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출 등 다른 방법으로 보증금을 마련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만기가 되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집주인에게 서면(내용증명)으로 통보한다. 이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아 발생하는 비용(대출 이자 등)은 집주인에게 청구할 것이란 내용도 명시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집주인이 제 날짜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이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해 경매를 통해 보증금과 대출 이자 등을 회수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보증금 일부만 돌려받고 이사를 가게 되면.  

“일부만 받아서라도 꼭 이사를 가야 할 상황이라면 집주인으로부터 언제까지 보증금을 돌려주겠다는 차용증(혹은 각서)을 받아둬야 한다. 이 경우 전출(주민등록표상 퇴거) 전 반드시 해당 주택에 임차권 등기나 근저당 설정을 해야 한다. 당초 전세 계약 때 확정일자를 받았더라도 전출하면 그 순간 대항력을 잃기 때문이다. 등기·근저당을 신청하면 접수돼 효력을 갖게 될 때까지 대개 15일 정도 걸린다. 집주인이 차용증에 적힌 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는 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을 하면 된다.” 

-집 주인이 전출을 먼저 해주면 은행에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한다. 집주인의 말 대로 전출해도 되나.

“세입자가 있으면 은행에서 대출을 안 해주는 경우가 많다. 은행이 후순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이런 요구를 하는 집주인들이 있는데 어쨌든 전출하면 대항력을 잃게 된다. 보증금을 회수할 법적 근거가 없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함부로 응해서는 안 된다.

간혹 보호장치로 임차권 등기나 근저당 설정을 한 뒤 주인 말 대로 전출하면 주인이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전출돼 세입자가 없어도 은행에서 등기·근저당을 이유로 대출을 안 해주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전출을 요구할 경우 집주인의 다른 주택 등 재산에 가압류를 한 뒤 응해야 한다.

-만기가 다가오는데 이사 가지 않고 재계약할 생각이다. 그런데 전셋값이 많이 내렸다.

“집주인과 협의해 내린 만큼 보증금을 돌려받고 재계약하면 된다. 주인이 재계약해놓고 차액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앞선 사례처럼 지급일을 명시한 차용증이나 각서를 받아둔다. 전셋값이 오르지 않고 재계약하는 경우엔 확정일자를 굳이 다시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집주인이 전셋값을 낮춰 주지 않겠다고 하면 기존 전셋값에 그대로 있든지 아니면 더 싼 전셋집을 찾아 나가야 한다. 전셋값이 내렸다고 주인이 주변 시세 대로 조정해야 할 의무는 없다.

-역전세난에 집주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미리 마련해 두는 것 외에 역전세난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그나마 강남 3개 구(서초·강남·송파구) 제외하고는 투기지역에서 해제돼 주택 담보대출 한도가 오른 게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