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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 몰린 건설업계

우리옹달샘 2008. 8. 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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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몰린 건설업계
위기의 건설업(上)/"외환위기 수준"…경제 전반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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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산 기장군에 조성되고 있는 정관 신도시. 415만㎡에 모두 2만8747가구가 들어선다. 4개 단지 3324가구의 첫 입주가 11월 시작되지만 건설업체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단지에 따라 최고 40%가 미분양 상태이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 기존 계약자들 가운데 잔금을 못내 실제 입주자는 더욱 줄어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29일 오전 서울의 B건설회사. 대구에서 올라온 일용직 10여 명이 이 회사의 협력업체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일한 아파트는 올 3월 완공됐지만 700여 가구 중 30%인 210가구가 아직도 팔리지 않고 있다. 
 
▲ 29일 저녁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한 아파트엔
날이 저물었는데도 불 켜진 가구가 많지 않다.
지난 5월 입주가 시작된 이 아파트의 경우 전체의
10% 이상이 미분양된 데다, 잔금을 제때 못 낸
계약자도 많아 실제 입주가 이뤄진 가구는 절반에
그치고 있다.
이 회사 주택사업본부장은 “미분양으로 630억원 가량의 분양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가 미분양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돈줄이 마르면서 부도업체가 늘고 있다. 지방일수록 심각하다. 이 여파가 다른 분야로도 확산돼 국내 경제에 낀 먹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약 13만 가구에 이른다. 업계가 피부로 느끼는 경기실사지수는 이달에 51.7(기준 100)로 2001년 이후 최저다. 올 상반기 부도 업체는 180개로 지난해 동기(125개)보다 44% 늘었다. 자진폐업까지 합치면 718개에 달했다. 2006년 한해 수치(534개)를 훌쩍 넘어섰다.
 
 
"앞으로가 더 걱정"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업체들은 당장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건설회사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56%에서 올 3월 168%로 높아졌다.

대한건설협회 조준현 실장은 “외환위기 때 못지 않은 불안감이 업계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건설경제연구실장은 “경기 불황까지 겹쳐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업계가 미분양 해소에 주력하고 신규 투자를 자제하면서 올 들어 투자금액이 지난해에 비해 5882억원 줄었다. 박진욱 한국은행 국민소득팀 차장은 “실질 경제성장률이 올 2분기 4.8%로 낮아졌는데, 건설투자 감소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일자리도 줄었다. 전체 취업자 중 건설업 비중이 2003년 8.2%에서 지난달 7.8%로 떨어졌다. 미분양이 심각한 부산과 대구에선 건설 일용직 감소로 1년 새 취업자 수가 각각 2만4000명, 2만명 줄었다. 건설취업사이트 콘잡에 따르면 올 상반기 건설산업 채용인원이 3만5885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6만3384명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경제생산ㆍ고용 등에 파장

자연히 주택공급량도 줄어들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주택건설 실적은 11만1627가구로 지난해 연간 실적(55만5792가구)의 20%에 불과하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 가량 되고 고용효과가 큰 건설산업은 어느 산업보다 내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도 고통
“한달에 보름 일하기도 어려워”
건설경기 참체에 성남 인력시장 ‘찬바람’

29일 오전 4시20분 경기 성남시 태평동 태평고개 앞. 아직 새벽어둠이 남아있는 이 곳은 아침마다 인력시장이 열리는 곳이다. 30여명의 건설 기술일용직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배를 피며 초조하게 하루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4시 반이 조금 넘자 어느새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며 30여명에 불과하던 사람들이 배로 늘어나 70여명 가까이 모여들었다.

“오늘도 보아하니 글러 먹었군.” 20여 년간 현장 일을 했다는 김씨(61)는 볼멘 소리를 냈다. 오전 5시가 조금 넘자 여기저기서 푸념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봉고차를 기웃거리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묵묵히 쪼그리고 앉아 애꿎은 담배만 물었다. 이날 일감을 찾은 사람들은 70여명 중 40여 명에 불과했다.

철근 및 콘크리트 기술을 가졌다는 강모(45)씨는 “요즘 일거리가 없어 허탕치는 날이 많아 사람이 많이 줄었다”며 “기술을 가져도 쓸 데가 없다”고 말했다.

 올들어 건설경기가 더욱 침체되면서 인력시장을 찾는 사람도 올 초 하루 200여명에서 지금은 반 이상 줄었다. 올해 초에는 인부를 태워가려고 온 봉고가 사람보다 더 많을 정도였다고 한다.

기술직 노동자들은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다. 가까운 모란사거리는 하루 일당 5만~7만원에 허드렛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모이는 곳으로 사정은 더 심하다. 이곳에서도 새벽마다 50여명이 모이지만 하루 일감을 못 구해 남아있는 사람만 30여명에 이른다.

남양주에 사는 강모(60)씨는 “특별한 기술도 없고 딱히 아는 사람도 없어 나와봐야 뻔하지만 식구들 눈치에 어쩔 수 없이 새벽마다 나온다”고 했다. 동료라고 하는 50대 남자는 “일을 골라하던 지난해와는 달리 요즘은 한 달에 보름 일하기도 힘들다”며 “IMF때보다 체감 수준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일자리뿐만 아니다. 물가상승에 비해 10년 전과 비슷한 임금이 일용직 노동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고 한다. 지난 주 내내 일손을 못 잡았다는 조씨(42)는 “많이 받아야 7만~8만원인데 인력사무소 수수료에 차비 빼면 집에 가져가는 돈은 고작 6만원이다”고 말했다.

6시30분이 되자 묵묵이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한쪽에선 이미 안주도 없이 소주 판이 벌어졌다. 50대로 보이는 한 남자는 “돈 없어도 오히려 물가 싸고 자리 많았던 IMF때가 낫다”며 “(임금을) 덤핑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에 자리도 뺏기고 집에도 못 들어가고 이게 무슨 꼴이냐”며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