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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퍼플오션의 변증법

우리옹달샘 2006. 3. 1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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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오션의 변증법

 

한참 블루오션 전략이 유행하더니, 어느덧 새로운 경영 트렌드로 ‘퍼플(purple)오션’ 전략이 뜨고 있다는 소식이다.

 

블루와 레드를 섞을 때 섞는 비율에 따라 나오는 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푸른빛이 많이 도는 보라색으로 영어로는 바이올렛(violet)이라고 하며, 또 하나는 붉은빛이 많이 도는 보라색으로 우리는 흔히 자줏빛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영어로 퍼플이라고 한다. 그러니 퍼플오션 전략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자줏빛 바다’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블루오션 전략에서 ‘블루오션’은 ‘레드오션’에 대비되는 개념이었다. 레드오션, 즉 붉은 바다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시장으로 점유율 경쟁에서 앞서야 할 뿐만 아니라, 기존 업체는 물론 신생업체와도 싸워야 하는 살벌한 시장을 뜻한다. 섬뜩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피바다’라고나 할까.

 

이에 반해 블루오션, 즉 파란 바다는 아무도 목표로 삼은 적이 없으며 거대한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미개척시장을 뜻한다. 이 시장의 개척자는 아젠다와 이니시어티브를 갖추고 경쟁과는 무관하게 자유로우며 높은 수익을 거두게 된다. 깊고 푸른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면서 풍부한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는 거대한 고래가 연상되는 시장이다.

 

하지만 그러한 거대한 블루오션을 어떻게 찾을 것이냐가 문제다. 다행히 이미 블루오션에 있는 기업이라면 몰라도, 레드오션에서 힘겹게 싸워나가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실 그러한 마음의 여유조차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전략에서 제시하고 있는 실행의 원칙 또한 그 실천을 위해 노력하려는 의지마저도 갖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경쟁 상황에 직면한 기업에는 그리 녹록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설사 노력한다 해도, 결국은 미개척시장이나 신사업을 추진하는 일이다. 그런데 리스크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붉은빛을 많이 띠는 보랏빛을 자줏빛이라고 한다고 했는데, 퍼플오션 전략은 이처럼 완전히 푸른빛 바다로 넘어가지 힘든, 그래서 여전히 붉은빛 바다에 머물러 푸른 바다를 모색해야 하는 기업을 위한 전략이 아닌가 한다. 한 분야에서 히트를 치면 이를 집요하게 다른 분야로 확장시켜 리스크와 비용은 줄이고 수익은 극대화한다는 게 이 전략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만화 영화에서 성공하면 이를 영화로 만들고 다시 드라마로 만드는 식이다. 히트를 친 분야를 바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찾는 것보다 쉽고, 또 그만큼 리스크도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푸른 바다는 아니다. 기존에 히트한 부분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한 붉은 빛이 감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적에서 청으로, 그리고 적과 청을 결합한 자주로 이어지는 생각의 발전을 보면서, 변증법의 핵심을 이루는 정반합의 원리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변증법에서는 자연 및 사회, 그리고 인간의 사유가 정(正)·반(反)·합(合)의 3단계를 거쳐 발전된다고 주장한다. 정(正)은 애초에 있는 것으로 자신 속에 이미 모순, 즉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지만 아직 그것이 드러나 있지는 않은 상태다. 반(反)은 그 모순이 자각되어 밖으로 드러나는 단계이며, 합(合)은 정과 반이 지양(止揚)이라는 과정을 거쳐 도달하는 제3의 단계다. 이때 지양은 ‘막는다’는 뜻의 지(止)와 ‘높인다’는 뜻의 양(揚)이 나타내는 바와 같이 정과 합의 모순, 즉 문제점은 막아 없애고, 둘의 장점만을 가져온다는 뜻이다. 그러니 제3의 단계인 합은 둘의 장점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퍼플오션은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의 변증법적인 지양으로 얻어진 제3의 결과인 것이다.

 

변증법에서 핵심이 되는 정반합의 원리가 재미있는 것은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을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변증법을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고리’ 식의 법칙이라고 무시하는 철학자도 있기는 하지만, 형식논리가 설명하지 못하는 변화와 운동의 법칙을 꽤나 잘 설명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자동차 산업을 보자. 사실상 자동차 산업의 시작은 포드(Ford)에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포디즘(Fordism)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포드 식의 대량생산체제가 만들어지기 전, 자동차 산업은 아직 산업으로 발전하기 전이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포드가 자동차 산업을 시작할 당시 그에게는 꿈이 있었다.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그는 “여러분의 차가 무슨 색일지 상상해 보세요. 원하는 색이 무엇이든 여러분은 그 색상의 차를 가질 수 있습니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좋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은 모두가 원하는 가치임에도 둘은 서로 모순적인 관계에 있다. 좋은 품질의 차를 생산하려면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고, 값비싼 부품이 들어간다. 당연히 가격은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포드가 원했던 것은 품질과 가격 둘 다를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철학적으로 표현하면 가격과 품질의 변증법적인 ‘지양’을 원했다고나 할까.

 

그런데 포드는 포디즘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제품의 표준화, 부품의 표준화, 이동조립라인이라는 세 가지 방법을 통해 이를 달성할 수 있었다. 가격과 품질이 포디즘을 통해 변증법적으로 결합된 것이다. 그것이 자동차 산업을 탄생시켰고, 대량생산시대를 개막시킨 것이다.

 

10년쯤 전의 이야기지만, LG전자의 사내 슬로건이 ‘스피드(Speed) 퀄리티(Quality) 팀워크(Teamwork)’인 적이 있었다. 사실 속도와 품질은 정과 반의 관계, 즉 모순 관계에 있다. 제품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일에 있어서도 그렇다.

 

빨리 하다 보면 품질이 떨어지고, 품질을 높이려다 보면 속도가 떨어진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둘을 포기할 것인가?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둘 중에 하나라도 포기하는 것은 곧 경쟁에서 낙오된다는 뜻이다. 그러면 방법은 무엇일까? 슬로건을 본다면 ‘팀워크’가 아니었을까 한다. 팀워크를 통해 스피드와 퀄리티를 함께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상당히 의미심장한 슬로건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지양해야 할 수많은 모순을 가지고 있는 모순의 집합체다. 품질과 속도, 권한 위양과 효율성, 세계화와 지역화, 투명성과 이익극대화, 조직의 통일성과 개인의 창의성, 매출 극대화와 이익 극대화 등. 이러한 모순을 ‘지양’해서 ‘합’을 구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이 위대한 기업으로 발전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성공했다고 끝은 아니다. 변증법에 따르면 합은 그 자체가 다시 정이 된다. 그리고 다시 반이 생기고, 합이 생긴다. 합이 곧 정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정체하고 만다. 영속하는 하는 기업은 끝없는 정반합의 변화를 따라가는 기업이다.

 

그러니 이제 색상표를 찾아볼 일이다. 퍼플의 보색(反)은 무엇일까?.

출처 : 나루터의 재미있는 경영이야기
글쓴이 : 나루터 NARUTER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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