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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의 월력 앞에서 / 최광림
섣달의 월력 앞에서 / 최광림 거추장스러운 육신의 탈 벗어 던지고 달랑 한 잎, 섣달의 월력은 입에 문 불덩이 같다 문지방 흩는 칼바람 헬렌 켈러는 설원의 투사가 되어 외줄 타기, 그 아슬한 곡예를 즐기고 유리벽에 감금된 고흐는 제 귓볼을 제단 하거나 혹은 난자하며 콧물 같은 매캐한 웃음을 흘린다 집 없는 빈 들 서성이다가 실로 얼마만의 장렬한 해후인가, 무명화가의 중절모를 눌러쓰고 담벽을 기어오르다 끝내 추락하는 수우전, 겨울은 이들의 모반으로 마침내 객사하고 만다 화려함 뒤에 오는 쓸쓸한 증후군들 그 끝은 언제나 빈민촌의 전신주에 꽂히는 달빛의 비애, 바로 그것이다 이제 십 이월의 월력 끝엔 봄이라고 이름해도 좋을 십 삼월의 헤진 바람이라도 걸어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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