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울리는 향기 -영상시모음-

갈대

우리옹달샘 2005. 11. 24. 01:49
728x90

갈대 / 최광림


갈  대
서슬 퍼런 낫부리에
발목이 잘려나가
가냘픈 목덜미를
갯벌에 저당 잡히고
망중한(忙中閑)
어스름녘은
흔적으로 남아만지라.
잔주름같은 이랑으로
폭주하는 분노의 행렬(行列)
기상을 예비하지 않는
쑥대밭 가장자리에
어쩌다
고개를 들고
저려오는 마파람은.
이제 다시 
하늘도 보지 않으리라
손톱에 찌든 때를
황톳물에 행궈내며
살 섞는
이별연습을 
화인(火印)찍어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