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
여태 살면서 누군가를 사랑했느냐고 바람이 당신에게 묻는다면 새벽기차를 타고 주저없이 떠나라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간 허수아비를 사랑했고, 저 만치서 따라 오는 구름향기를 사랑했고, 손톱 끝을 갉아먹는 봉숭아 꽃물을 사랑했으며, 덜컹거리는 고래 안에서 이름 모를 소녀의 눈망울을 사랑했었노라고 말하여라
그러고도 다시 바람이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했었느냐고 따지듯 또 다시 묻는다면 그 때는 주저없이 당신의 무릎을 바쳐라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할 수 있음을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살 수 있음을 그리하여 다 퍼 주고,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음을 하염없이 고백하여라
그러고도 또 바람 같은 그 사람이 당신에게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했었느냐고 다시금 묻는다면
그 때는 뒤돌아보지 마라 이제는 먼 길을 떠나지 마라 늘 그렇듯 사랑은 가까이에 있는 법 꽃은 가슴에 고인 눈물로 피워야 하기에, 이제 너의 모든 것으로 사랑하여라 당신에게 사랑을 묻는 그 사람이 두 번 다시는 만나지 못할, 이 생에서 단 한 번 뿐인 인연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꼭 만나야 할 사랑인지도 모를 일이다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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