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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월세 임대소득 과세, 전세난 키운다

우리옹달샘 2016. 5. 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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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월세 임대소득 과세, 전세난 키운다

경향신문 | 전병역 기자 | 입력 2016.05.07. 18:59
[경향신문]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 과세’보다 월세 받고 경비·공제 혜택이 유리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이 말은 조세정의의 ‘원칙’일 뿐, 현실에는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월세 같은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다. 해마다 임대소득으로 수천만원을 벌어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서 세금은 한 푼도 안 내곤 한다. 다만 전세를 놓은 사람에게는 세금을 어떻게 매겨야 할지 논란이 있다. 나아가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 방침이 월세로의 전환을 부추긴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전세난도 잡고 세수도 늘릴 묘책이 있기는 할까.

지난해 10월 유엔의 ‘세계 주거의 날(10월 첫째주 월요일)’을 맞아 전국세입자협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입자의 현실을 풍자한 ‘밑 빠진 독에 월세 붓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지난해 10월 유엔의 ‘세계 주거의 날(10월 첫째주 월요일)’을 맞아 전국세입자협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입자의 현실을 풍자한 ‘밑 빠진 독에 월세 붓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먼저 국내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얼마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지 보자. 이자·배당소득 등으로 연 1500만원 버는 사람이 집을 임대로 놓고 월세 100만원을 받는 경우라면 이렇다. 연간 임대수익 1200만원을 거두는데도 올해까지는 연 2000만원까지는 세금이 없다. 3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이후에도 연간 2000만원까지는 과세방식을 유리한 쪽으로 고를 수 있다. 임대소득에다 근로소득·이자소득 등을 더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종합소득과세(누진세율 6~38%)가 아니라 ‘분리과세’를 선택해 단일세율(14%)을 적용받을 수 있다.

분리과세를 하면 임대소득의 60%(720만원)는 집수리·유지에 따른 ‘필요경비’로 인정받아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추가로 400만원은 ‘기본공제’로 과세에서 또 빠진다. 결과적으로 이 경우 임대소득 80만원에 대해서만 분리과세를 적용받아 11만2000원만 내면 된다.

근로소득이든 이자소득이든 임대소득이든 합산해서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게 조세정의 원칙에 부합한다. 그러나 정부가 뒷문을 열어준 격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2015 한국 인권보고서’를 보면, 국내에 2주택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는 총 136만5000명이다. 이 가운데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1만1000명이다. 국세청에 주택임대소득(2013년 귀속분)을 신고한 납세자 수는 10만3000명으로, 다주택자 중 7.5%에 그쳤다. 이들이 신고한 총수입금액도 1조6793억원뿐이다. 전·월세 임대가구 747만 가구에 연평균 600만원 간주임대료를 적용하면 임대소득이 약 45조원에 이른다는 이론적 추산이 가능하다.

이에 정부는 2014년 2월 26일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라는 전·월세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임대소득만으로 생활하는 노부부의 ‘세금폭탄론’을 앞세운 집주인들 반발 앞에 3월과 6월 두 차례 보완책을 내놨다. 일단 과세시기는 2017년 임대소득분부터 적용키로 3년 늦춰줬다.

결국 임대소득이 연간 1000만원 이하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월세로는 83만원 이하(전세는 8억7500만원 이하)에 해당한다. 또 1000만원 초과~2000만원 이하(월세 83만 초과~167만원)는 ‘분리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임대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과세를 적용받는다. 또한 1주택 소유자는 기준시가가 9억원 이하까지는 월세 소득이 얼마이든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처럼 특례를 인정해주는 것은 조세정의에 어긋난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이 2014년 2월 ‘과세자료의 제출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아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 141만1396건을 살펴봤더니 전세 83만8809건, 보증부월세 57만2587건을 제외한 월세 임대인이 38만7878명이었다. 월세 임대인 중 96.8%의 월세소득이 월 167만원(연 2000만원) 이하였다. 월세 임대인 대다수가 분리과세를 택할 가능성이 크고 ‘필요경비’와 ‘기본공제’를 받으면 상당수가 과세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흔히 부동산에서 얻는 소득에 비판적인 이들은 이를 ‘불로소득’이라고 일컫는다. 여기서 주목하는 임대소득을 보자면, 월세 세입자의 소득 상당수를 임대료로 주면 집주인에게는 소득이 되고 합당한 세금을 매겨야 돈의 선순환이 생긴다. 여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신고를 안 하거나 특례를 만들어 제외시켜주면 지하경제가 양성되는 셈이다. 김유찬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은 “근로자는 소득을 원천징수하는 반면 임대소득은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조세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편리하게 간접세인 담뱃값 인상을 통해 지난해에만 3조6000억원의 세금을 더 거뒀다. 조세의 역진성이 커진 셈이다.

정부가 임대소득 과세를 제대로 하려면 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개편이 먼저라는 지적도 있다. 등록도 제대로 하지 않는 데다 정부의 대책은 오히려 절세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크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임대사업자 등록은 늘어나고 있다. 2014년 말 임대주택사업자는 10만3927명(170만8716가구)으로 2년 전보다 약 2배 늘었다. 민간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5년 이상 의무임대하면 취득·재산·양도소득세 등을 면제 또는 감면받을 수 있어서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확정일자 신고자료 등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임대사업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 알 수 없고, 신고를 안 하거나, 금액을 적게 적는 경우도 많아서 실제로 어떤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전·월세 임대소득에 세금을 매기면 집주인의 부담이 커지고, 서민에게 전·월세 비용이 가중되는 식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특히 새누리당에서 정책을 후퇴시킨 주요 이유였다. 김유찬 위원장은 “부동산처럼 공급이 제한된 재화는 세금을 수요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고스란히 공급자가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며 “집주인은 세금을 내든 안 내든 최대한의 임대료를 받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세와 월세는 과세의 영향이 다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수요가 더 많은 전세는 세금을 매기면 공급을 줄이고 보증금을 올려 세입자에게 부담이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임대보증금에 대해 과세를 조문화했다가 2001년 비과세로 바뀐 이유도 이런 점이 감안됐다. 반면 그는 “공급이 늘어난 월세는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는 되짚어볼 부분이 몇 가지 있다. 보증금에 대한 과세는 ‘가상의 소득’에 대한 과세 성격이 있다. 보증금은 돌려줘야 할 ‘빚’이기도 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을 한 채 가지고 있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한 채를 상속받은 경우 전세 1억원을 끼고 있어서 사실 빚인데 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세보증금 과세는 당초 2·26 대책 때는 2주택자까지 포함시키려 했으나 여론이 나빠 3주택자 이상으로 대상을 줄였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현금으로 장롱에 쌓아두지 않는다면 어떤 형태로든 수익을 얻는다. 은행 예금에 넣었다면 이자, 주식투자로 수익을 얻었다면 배당소득에 세금을 내게 된다. 전세보증금에 일정한 이율을 계산해 임대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긴다면 이자·배당소득세와 이중과세 문제가 불거진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기본적으로 저금리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전세보증금 과세라는 정책 방향이 이를 더 부추겼다는 시각도 적잖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월세로 유도해서 임대소득에 대한 조세수입을 늘리려는 계산된 행동으로 의심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올해 2월 ‘주택임대소득 과세의 정상화 연구’ 보고서를 통해 “소유주택 수별 및 고가 여부에 따라 차별적으로 부과되는 간주임대소득 과세는 폐기하고 월세임대소득에 대해서는 신고의무가 수반되는 종합소득세 내 사업소득으로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영훈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이는 월세 전환을 늦춰 전세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의원은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에게는 세입자에게 빌린 ‘차입금’으로, 보증금의 용도를 모르는 상태에서 월세 상당액을 간주임대료 산정방식으로 추정과세하는 것은 빚에 과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위원은 또 “반전세나 보증부월세 증가로 전세난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전세보증금에 대해 간주임대소득 과세하는 것은 전세공급만 줄이도록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유찬 위원장은 “부동산 임대소득 과세는 조세정의에 부합하는 것이지만,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 시기를 늦추는 데는 찬성한다”며 “이 경우 집주인이 월세로 전환하지 않고 전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져 서민에게 도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시장만 보면 월세와 전세는 일종의 대체재다.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커지게 된다.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의 약효가 떨어졌다면 더 그렇다. 전세보증금 과세 방침으로 월세로 전환이 늘어났다는 게 만약 사실이라면, 진짜 원인은 집주인이 전세 대신에 분리과세 등 빠져나갈 곳이 많은 월세로 피난처를 찾은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월세 전환에 따른 서민 부담을 줄이려면 월세소득에 엄격하게 과세해 전세에 머물게 하는 게 지름길로 평가된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박지웅 변호사는 “부동산 임대소득은 ‘사업소득’이 아니라 ‘자산소득’으로 봐야 하며, 폭넓은 필요경비나 기본공제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자산소득 증가율이 근로소득 증가율보다 빠르면 부의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토마 피케티의 지적을 되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세수 확충을 노리는 정부로서는 딜레마가 생길 수 있다. 전세를 월세로 많이 전환해야 월세 임대소득에 대한 세수가 늘어난다. 하지만 월세 과세 강화로 집주인의 기대수익이 줄어들면 전세에 남거나 준전세 형태로 돌아설 것이다. 특히 세금을 내지 않는 월 83만원(연간 1000만원) 이하 준전세로 유지할 가능성도 크다. 이런 현실을 보자면, 이번 과세 방침은 ‘월세 83만원까지는 세입자들이 별로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세입자들이 동의해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