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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 300만원에 삽니다" 전매제한 완화에 불법거래 기승

우리옹달샘 2014. 3. 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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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 강도원 기자 theone@chosun.com | 입력 2014.03.27 16:19

↑ 서울 마포구 아현동 전신주에 붙은 청약통장 매매 광고 전단지/강도원 기자

↑ 서울 마포구 대흥동 전신주에 붙은 청약통장 매매 광고 전단지/강도원 기자

"5년 동안 10만원씩 꾸준히 납입한 경우에는 통장 원금 600만원에 300만원을 더 얹어서 드릴 수 있습니다. 기간이 더 길면 당첨확률이 높아지니 좀 더 드립니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전신주에 붙어 있는 '청약저축·예금 삽니다'라는 전단지를 보고 호기심에 전화를 걸었다.

통장 매매 중개인은 이씨에게 청약통장 종류, 납입기간, 나이, 결혼 여부, 부양가족 수, 배우자와 본인이 주택을 샀던 경험 등을 꼼꼼히 물어봤다. 통장 매매 중개인은 "조건이 좋아 300만원 정도 돈을 얹어 줄테니 일단 만나자"며 "불법이라고 말이 많지만 단속되는 경우는 없으니 걱정마라"고 말했다.

◆ 전매제한 단축에 늘어나는 불법 청약통장 매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26부동산 대책에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가 포함되면서 불법 청약통장 매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약통장 매매거래란 개인이 보유한 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종합통장 등을 중개인이 웃돈을 주고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통장 중개인은 사들인 청약통장으로 아파트에 청약해 당첨될 경우 분양권을 프리미엄(웃돈)을 받고 전매해 차익을 남긴다. 또 직접 청약 하지 않을 경우 청약 통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중개인들은 주로 1순위 접수를 해볼 수 있는 청약저축과 청약예금, 만능통장 등을 사들인다. 현재 가입기간과 부양가족 수, 통장가입기간, 무주택 기간 등을 고려한 청약가점에 따라 100만~300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과거에는 최고 1000만원 가까이 프리미엄을 주고 청약통장을 사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중개인들은 공공택지 중소형아파트 청약 자격을 주는 청약저축은 '명의 이전' 기간이 길어 상대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청약을 해서 당첨이 안 될 경우 당첨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청약한다. 한 중개인은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이 많으며 10만원씩 5년 이상 꾸준히 납입한 경우의 통장이 비싼 이유는 그만큼 당첨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청약통장 매매 환경은 과거보다 좋아졌다. 수도권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1년에서 6개월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6개월만 지나면 분양권을 팔아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위례·마곡 등 입지가 좋은 대규모 택지 개발지구에서 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있고 분양 물량이 많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줬다. 한 중개인은 "요즘에 금리도 낮아져서 그런지 문의 전화가 많이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 "인터넷으로 청약, 절대 안잡혀"…국토부 사실상 손놓고 방치

청약통장 거래는 불법 행위이다. 국토교통부는 주택법 39조와 97조에 따라 청약통장 거래 당사자는 물론 이를 알선한 자와 광고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도 처벌하고 있다.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계약취소, 10년 동안 청약을 제한한다.

그럼에도 청약통장매매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불법 행위를 잡아낼 뚜렷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청약은 금융결제원 주택청약 인터넷 사이트(www.apt2you.com)를 통해 진행된다. 과거에는 현장에서 청약해 본인 여부 확인 등을 통해 불법 청약을 비교적 쉽게 잡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사실상 확인할 방법이 없다.

청약통장 매매 중개인은 "불법이라고 말이 많지만 절대 잡힐 일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청약통장 불법매매 단속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처벌을 강화했고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주택투기 단속반을 구성·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 단속에 적발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처벌 규정 등을 충분히 강화해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로 규제 방안 등을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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