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동안 강을보며 살아왔다
강물을 따라왔던 것들은 눈부셨고 강물을 따라 가버린 것들도 눈부셨다
아침 강물은 얼마나 반짝이고 저문 물은 얼마나 바빴던고. 그러면서 세월은 깊어지고 내 인생의 머리 위에도
어느덧 서리가 내렸다
나는 강가에 서있는 산처럼 늘 흐르는 물에 목이 말랐다
그러면서도 나는 흐르는 강물에 죽고사는 달빛 한조각을 건지지 못했다
들여다 보면 강물은 얼마나 깊고 인생은 또 얼마나 깊은가 손 내밀어 삶은 그 얼마나 아득한가
아, 때로 강가에서 저물지못해 외롭고 적막하고 쓸쓸했던 세월
저무는 일 하나가 너무나 쓸쓸해서 타박타박 내 발소리 들으며 어둠 속에 내가 묻힐 때까지 걷던 길들,
나는 풀꽃이 진 자리에 앉아 산그늘로
뜨거운 내 젊음을 덮어 식히곤 했다
아, 길, 내 인생의 길에 푸른 산을 그리던 빛줄기들, 빈 산을 그리던 성긴 눈송이들,
참으로 인생은 바람같은 것이었다
어느 날 강을 건너다 뒤돌아 보았더니 내 나이 서른이었고 앉았다 일어나 산 보니 마흔이었고
감았던 눈을 떴더니 나는 쉰 고개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김용택의 산문집 '人生'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