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천답(心問天答)
/정도전(鄭道傳)
심문(心問)
此篇(차편)
이 편(篇)은
述心問天之辭(술심문천지사)
마음[心]이 하늘[天]에게 물은 말을 서술한 것이다.
人心之理(인심지리)
사람의 마음속의 이치[理]는
卽上帝之所命(즉상제지소명)
바로 상제(上帝)의 명(命)한 바이나,
而其義理之公(이기의리지공)
그 의리(義理)의 공변된 것이
或爲物欲所勝(혹위물욕소승)
혹은 물욕(物欲)의 가린 바가 되고,
而其善惡之報(이기선악지보)
그 선악(善惡)의 보응(報應)이
亦有顚倒(역유전도)
또한 전도된 것이 있어
善或得禍(선혹득화)
선하여도 혹 화(禍)를 얻고
而惡乃得福(이악내득복)
악(惡)하여도 혹 복(福)을 얻어,
福善禍淫之理(복선화음지리)
선을 복주고 악을 벌주는 이치가
有所不明(유소부명)
분명하지 못한 바가 있다.
故世之人(고세지인)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이
不知從善而去惡(부지종선이거악)
착한 것을 좇고 악한 것을 버릴 줄 알지 못하고
唯務趨於功利而已(유무추어공리이이)
오직 공리(功利)에 나가기만 힘쓸 뿐이니,
이는 사람이 하늘에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故托於心之主宰(고탁어심지주재)
그러므로 이에 마음의 주재(主宰)에 의탁하여
以問上帝而質之也(이문상제이질지야)
상제(上帝)에게 물어 질정(質正)하는 것이다.
을묘년(乙卯年) 늦겨울
幾望之夕(기망지석)
14일[幾望] 저녁에
天淨月明(천정월명)
하늘은 맑고 달은 밝은데
온갖 동물들은 휴식에 들어갔다.
늦겨울은
涸陰沍寒之極(학음호한지극)
음이 다하여 심한 추위로 기승을 부리고
而春陽欲生之時(이춘양욕생지시)
봄 양기(陽氣)가 생기려는 때요,
幾望(기망)
기망(幾望)은
月光漸滿(월광점만)
달빛이 점점 가득하여
밝은 것이 다시 둥글게 되는 날이니,
以譬人欲昏蔽之中(이비인욕혼폐지중)
인욕(人欲)이 어둡게 가린 가운데
천리(天理)가 다시 싹트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天淨月明(천정월명)
하늘은 맑고 달은 밝은데
群動就息(군동취식)
온갖 동물이 휴식에 들어갔다는 것은
以譬人欲淨盡(이비인욕정진)
인욕이 깨끗이 없어지고
天理流行(천리류행)
천리가 유행하여
方寸之間(방촌지간)
방촌 사이가
瑩徹光明(형철광명)
형철광명(瑩澈光明)하여
而外物不能以動其中(이외물부능이동기중)
바깥 물건이 그 마음을 움직이지 못함을 비유한 것이다.
한 물건이 있어
상청(上淸)에 조회하여
立于玉帝之庭(립우옥제지정)
옥제(玉帝)의 뜰에 서서
稱臣而告曰(칭신이고왈)
신(臣)이라 일컬으며 다음과 같이 고하였다.
臣受帝命(신수제명)
‘신(臣)이 천제(天帝)의 명령[命]을 받아
爲人之靈(위인지영)
사람의 영(靈)이 되었습니다.’ 하였다.
一物(일물)
한 물건이란
指心而言(지심이언)
마음을 가리켜 말한 것이요,
上淸(상청)
상청(上淸)이란
상제(上帝)가 거처하는 곳이요,
玉帝(옥제)
옥제(玉帝)란
곧 상제(上帝)이니
귀중하게 받드는 칭호이다.
稱臣者(칭신자)
칭신(稱臣)은
心之自稱也(심지자칭야)
마음이 스스로 자기를 일컬은 것이요,
臣受帝命(신수제명)
신(臣)이 상제의 명령을 받아
爲人之靈者(위인지영자)
사람의 영(靈)이 되었다는 것은
心自言其受上帝所命之理(심자언기수상제소명지리)
마음이 스스로 상제의 명한 바 이치를 받아
以爲人之主宰(이위인지주재)
사람의 주재(主宰)가 되어
而最靈於萬物也(이최영어만물야)
만물 가운데에서 가장 신령[靈]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此章(차장)
이 장(章)은
가설적(假設的)으로 내 마음의 주재하는 영(靈)이
상제의 뜰에 조회하여
稱臣而問之也(칭신이문지야)
신이라 칭하고 물은 것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그 조회라는 것은,
豈別有一物爲帝(기별유일물위제)
어찌 따로 한 물건이 있어 제(帝)가 되고
또 한 물건이 있어 조회를 하였겠는가?
方寸之間(방촌지간)
방촌(方寸) 사이에
私欲淨盡(사욕정진)
사욕(私欲)이 깨끗이 없어지면
내 마음의 이치는
곧 하늘에 있는 이치요,
하늘에 있는 이치는
卽吾心之理(즉오심지리)
곧 내 마음의 이치로서
脗合而無間者也(문합이무간자야)
서로 꼭 합하여 간격이 없는 것이다.
其曰朝者(기왈조자)
그 조회라고 한 것은
設言以明之也(설언이명지야)
가설적(假設的)으로 말하여 밝힌 것이다.
사람은 이목(耳目)이 있어
欲色欲聲(욕색욕성)
빛을 보고자 하고 소리를 듣고자 하며,
동(動)하고 정(靜)하고 말하고[語] 침묵하고,
手執足行(수집족행)
손으로 잡고 발로 걷는 등
凡所以爲臣之病者(범소이위신지병자)
신(臣)의 병(病)을 만드는 것들이
日與臣爭(일여신쟁)
날마다 신(臣)과 더불어 다투는 것입니다.
이 장(章)은
言物欲害吾心之天理也(언물욕해오심지천리야)
물욕이 내 마음의 천리를 해롭게 하는 것을 말한 것이다.
대개 온갖 소리와 빛과 형상(形相) 등 천지 사이에 가득한 것이
모두 물건으로,
日與人之身相接(일여인지신상접)
날마다 사람의 몸과 더불어 서로 접촉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에 눈이 있어
莫不欲色(막부욕색)
빛을 보고자 하지 않음이 없고,
귀가 있어 소리를 듣고자 하지 않음이 없으며,
至於四肢百骸(지어사지백해)
사지 백해(四肢百骸)에 이르기까지
안일하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 없다.
故天理雖根於吾心固有之天(고천리수근어오심고유지천)
그러므로 천리는 비록 내 마음의 고유한 하늘에 근본되었으나
而其端甚微(이기단심미)
그 끝[端]이 은미하고,
인욕(人欲)은 비록 물건과 내가 접촉된 후에 생겼으나
而其發難制(이기발난제)
그 발하는 것을 제어하기 어려우니,
是其日用云爲(시기일용운위)
이는 그 일상 행하고 말하는 데 있어서
이치에 순하기는 어렵고 욕심을 좇기는 쉬운 때문이다.
書曰(서왈)
《서(書)》에 이르기를,
人心惟危(인심유위)
“인심(人心;사욕)은 위태롭고,
道心惟微(도심유미)
도심은 미묘(微妙)하다.”하였으니,
이를 말한 때문이다.
또 사람의 이 몸은
不能一日離物而獨立(부능일일리물이독립)
하루도 물건을 떠나 홀로 살 수 없어
조금이라도 삼가지 않으면
則凡外物之害此心者(칙범외물지해차심자)
온갖 바깥 물건이 이 마음을 헤침에
틈을 타 침입하여
공격하는 일이 심히 많으니
此天理之所以病也(차천리지소이병야)
이것이 천리의 병이 되는 것이다.
지(志)는 나[吾]의 장수[帥]요,
氣吾徒卒(기오도졸)
기(氣)는 나의 도졸(徒卒)인데도,
皆不堅守(개부견수)
모두 굳게 지키지 못하여
신(臣)을 버리고 적(敵)을 좇으니,
신(臣)의 미약함으로
고립(孤立)ㆍ단박(單薄)에 이르렀습니다.
志者(지자)
지(志)란
마음의 가는 바요,
나[吾]란 마음이 스스로 자기를 일컫는 것이다.
맹자가 말하기를,
무릇 지(志)는
氣之帥也(기지수야)
기(氣)의 장수요,
“기(氣)는 체(體)의 충만[充]된 것이다.”하였다.
註曰(주왈)
그 주(註)에 이르기를,
志固心之所之(지고심지소지)
“지(志)는 진실로 마음의 가는 바이며
기(氣)의 장수이고,
기(氣)는 또 사람의 몸에 충만(充滿)한 것이며
而爲志之卒徒也(이위지지졸도야)
지(志)의 졸도(卒徒)가 되는 것이다.”하였으니,
心爲天君(심위천군)
마음이 천군(天君)이 되어
以志統氣而制物欲(이지통기이제물욕)
지(志)로써 기(氣)를 통솔하여 물욕을 제어하는 것이,
猶人君之命將帥(유인군지명장수)
임금이 장수에게 명하여
졸도를 이끌고 적을 방어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故曰志吾之帥(고왈지오지수)
그러므로,“지(志)는 나의 장수요
기(氣)는 나의 도졸(徒卒)이다.”한 것이다.
然志苟不定(연지구부정)
그러나 뜻[志]이 진실로 정해지지 않으면
則物欲得以奪之(칙물욕득이탈지)
물욕에게 빼앗기게 되어
이치가 사(私)를 이기지 못하게 된다.
故其志之爲帥與其氣之爲徒卒者(고기지지위수여기기지위도졸자)
그러므로 그 장수가 된 지(志)와 졸도가 된 기(氣)가
모두 그 바른 것을 굳게 지키지 못하고
反棄吾心而從物欲(반기오심이종물욕)
도리어 내 마음을 버리고 물욕을 좇아간다.
故吾之此心(고오지차심)
따라서 나의 이 마음이
비록 한 몸의 주(主)가 되었다고 하나,
卒至孤立單弱而薄劣也(졸지고립단약이박열야)
마침내 고립하는 데 이르러 단약하고 박렬하게 되는 것이다.
誠敬爲甲胄(성경위갑주)
성경(誠敬)으로 갑주(甲胄)를 삼고
의용(義勇)으로 모극(矛戟)을 삼아
사명(辭命)을 받들어 저희 죄를 성토하여
且戰且服(차전차복)
한편으로 싸우고 한편으로 항복시키니,
順我者善(순아자선)
나에게 순종하는 자는 선한 자이고
背我者惡(배아자악)
나를 배반하는 자는 악한 자이며,
賢智者從(현지자종)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는 따르고,
어리석고 불초한 자는 거역하매,
因敗成功(인패성공)
패(敗)함을 인하여 공(功)을 이루고
거의 잃은 뒤에 얻게 되었습니다.
갑주는
몸을 보호하는 기구요,
모극(矛戟)은
所以制敵之物(소이제적지물)
적을 제어하는 물건이다.
이는 윗장(章)의 끝을 이어 말한 것이다.
내 한 마음의 미묘(微妙)함을 가지고
온갖 물욕의 침공을 받게 되어,
雖甚微弱而薄劣(수심미약이박열)
비록 심히 미약하고 박렬(薄劣)하나,
苟能以誠敬爲甲胄而自守(구능이성경위갑주이자수)
진실로 성경으로 갑주를 삼아 스스로 지킬 수 있다면
則所以操存者固(칙소이조존자고)
그 잡은 바가 견고하여
뜻을 빼앗지 못할 것이요,
의용(義勇)으로 모극(矛戟)을 삼아 스스로 보호하면
그 제재(制裁)하는 바가 엄중하여
而欲不得侵矣(이욕부득침의)
물욕이 침입하지 못할 것이니,
內外交相養之道也(내외교상양지도야)
이는 안팎으로 사귀어 기르는 도(道)이다.
제(帝)의 명(命)을 받들어
이치에 어기지 못할 것을 알게 하며,
聲彼之罪(성피지죄)
저[彼]의 죄악을 성토하여
욕심에 따르지 못할 것을 알게 하였다.
彊者戰而勝之(강자전이승지)
강한 자는 싸워서 이기고
약한 자는 항복하여 복종하였으니,
그 내 명령에 순종하는 자는
이치에 합하여 선한 것이 되고,
其背我命者(기배아명자)
내 명령을 배반하는 자는
의리에 어긋나 악한 것이 되며,
선을 알아 복종하는 자는 어질고 지혜로운 자가 되고,
不知而背逆者爲愚不肖(부지이배역자위우부초)
알지 못하여 거역하는 자는 어리석고 불초한 자가 되는 것이다.
저들이 비록 순종하지 않더라도
나는 더욱 이 마음을 권면하였다.
此心幾爲物欲之敵所敗(차심기위물욕지적소패)
이 마음이 거의 물욕이란 적에게 패한 바 되어
至於覆沒(지어복몰)
복멸(覆滅)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然以此心之理(연이차심지리)
이 마음의 이치가
끝내 민멸(泯滅)되지 않았으므로
항상 스스로가 다듬어
마침내 얻은 바가 있었다.
此勉強而行者(차면강이행자)
이는 면강(勉强)하여 행하는 자로
그 성공함에 미쳐서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 급기야 보응(報應)에 이르러서는
事多反復(사다반부)
일의 반복됨이 많았다.
背者壽考(배자수고)
배반한 자는 장수하고
順者夭折(순자요절)
순(順)한 자는 요절(夭折)하며,
좇는 자는 빈궁하고,
거역하는 자는 부귀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이
尤臣之爲(우신지위)
신(臣)의 하는 일을 허물하여
신의 명령을 좇지 않고
惟敵之隨(유적지수)
오직 적을 따를 뿐입니다.
보(報)는 선악(善惡)의 응효(應效)를 이른 것이니,
人有所爲而天報之也(인유소위이천보지야)
사람이 하는 바가 있으면 하늘이 보응하는 것이다.
尤咎責也(우구책야)
우(尤)는 허물하며 책망하는 것이다.
사람이 착한 일을 하면 하늘이 복(福)으로써 갚고
爲惡則天報之以禍(위악칙천보지이화)
악한 일을 하면 하늘이 재앙으로써 갚는 것이,
신하가 전공(戰功)을 세우면 임금이 작록(爵祿)으로써 상을 주고
敗績則君加之以刑戮(패적칙군가지이형륙)
패전하면 임금이 형륙(刑戮)을 가하는 것과 같으니,
이는 이치의 떳떳한 것이다.
今心奉上帝之命(금심봉상제지명)
이제 마음이 상제(上帝)의 명을 받들어
與物欲之敵相戰(여물욕지적상전)
물욕(物欲)의 적과 더불어 싸워,
敵不能勝(적부능승)
적이 이기지 못하여
惟心之命順從(유심지명순종)
마음의 명을 순종하게 되었으면
則是爲有功於天也(즉시위유공어천야)
이는 하늘에 공이 있는지라,
마땅히 부귀와 장수를 누려
선한 복을 받아야 할 것인데도
而反至貧窮夭折(이반지빈궁요절)
도리어 빈궁(貧窮)하고 요절(夭折)하는 데 이르며,
적이 이미 이겨
이 마음의 명을 배반하였으면
마땅히 빈천하고 요절하여
以受爲惡之禍(이수위악지화)
악한 화를 받아야 할 것인데
도리어 부귀와 장수를 누리고 있다.
하늘의 보응(報應)이
이같이 반복되고 어그러지므로
故人之所爲(고인지소위)
사람의 하는 바가
寧從彼敵利害之誘(녕종피적리해지유)
차라리 저 적의 이해(利害)로 유혹하는 데는 따를지언정,
不從其主義理之命(부종기주의리지명)
그 주인[主]의 의리(義理)의 명을 좇지 않으니,
人之所以不能無惑也(인지소이부능무혹야)
사람이 의혹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故下文呼天而問之也(고하문호천이문지야)
그러므로 다음 글에 하늘을 부르며 물은 것이다.
惟皇上帝(유황상제)
“황(皇)한 상제(上帝)가
진실로 하민(下民)을 주재(主宰)하시는데
始終何乖(시종하괴)
시(始)와 종(終)이 어찌하여 어긋나며,
與奪何偏(여탈하편)
주고 빼앗는 것이 어찌하여 편벽됩니까?
신(臣)이 비록 비루하고 어리석으나
생각하니 의혹하는 바가 있습니다.”
皇大也(황대야)
황(皇)은 큰 것이니
尊之之辭(존지지사)
존칭(尊稱)하는 말이다.
이는 상제(上帝)를 부르며 고하는 말이니,
“크도다, 상제여!
實位乎上(실위호상)
실로 위에 있어
하토(下土)의 사람을 주재(主宰)하시니
福善禍淫(복선화음)
선을 복주고 악을 벌주시니
이는 그 이치[理]의 상도(常道)입니다.
始者賦命之初(시자부명지초)
처음에 명(命)을 부여할 때에
반드시 사람에게 인의예지의 성(性)으로써 주신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이 성품을 따라 선을 하게 하고자 한 것인데,
마침내 보응이 나타남에 이르러서는 선악의 효응이 반대되어
反復如此(반부여차)
반복됨이 이와 같으니,
이 어찌 시종(始終)의 명(命)이 어그러지는 것입니까?
彼背且逆而得壽考富達者(피배차역이득수고부달자)
저 명(命)을 배반하며 거역하고도 장수와 영달을 얻는 자는
하늘이 무엇을 사랑하여 후하게 대한 것이며,
此順且從而得夭折貧窮者(차순차종이득요절빈궁자)
명을 순종하고도 요절과 빈천을 얻은 자는
天何所憎而薄之歟(천하소증이박지여)
하늘이 무엇을 미워하여 박하게 한 것입니까?
그 한 번 주고 빼앗는 것도
又何偏而不公如是也歟(우하편이부공여시야여)
또한 어찌 편벽되고 공변되지 못함이 이와 같습니까?
신(臣)의 마음이 비록 심히 비루하나
이에 의혹 있는 바입니다.”하였다.
천답(天答)
此篇(차편)
이 편(篇)은
하늘이 마음[心]에게 대답한 말을 서술한 것이다.
天能以理賦予於人(천능이리부여어인)
하늘이 이치를 사람에게 부여할 수는 있으나,
而不能使人必於爲善(이부능사인필어위선)
사람으로 하여금 반드시 착한 일을 하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이니,
人之所爲(인지소위)
사람이 하는 바가
그 도(道)를 잃는 일이 많이 있어
천지의 화기(和氣)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故災祥有不得其理之正者(고재상유부득기리지정자)
그러므로 재앙과 상서가 그 이치의 바른 것을 얻지 못하는 일이 있으니,
이것이 어찌 하늘의 상도(常道)이겠는가?
하늘은 곧 이(理)요
人動於氣者也(인동어기자야)
사람은 기(氣)에 의하여 움직이는 것이니,
이는 본래 하는 것이 없고, 기(氣)가 용사(用事)하는 것이다.
無爲者靜(무위자정)
하는 것이 없는 자는 고요하므로
그 도(道)가 더디고 항상[常]하나,
用事者動(용사자동)
용사(用事)하는 자는 움직이므로
그 응(應)함이 빠르고 변하니,
재앙과 상서의 바르지 못한 것은
皆氣之使然也(개기지사연야)
모두 기(氣)가 그렇게 시키는 것이다.
是其氣數之變(시기기수지변)
이(理)는 그 기수(氣數)의 변하는 것이
雖能勝其理之常者(수능승기리지상자)
비록 그 이치의 항상[常]한 것을 이기나
然此特天之未定之時爾(연차특천지미정지시이)
이것은 특히 하늘이 정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기(氣)는 쇠하고 성함이 있으나
이(理)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及其久而天定(급기구이천정)
오래 되어 하늘이 정함에 미쳐서는
이치가 반드시 그 항상함을 얻게 되고
기(氣)도 따라 바루어지는 것이니,
선을 복주고 악을 벌주는 이치가
豈或泯哉(기혹민재)
어찌 민멸(泯滅)되겠는가?
제(帝)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아아! 나[予]의 명령을 너[汝]는 들을지어다.
予賦汝德(여부여덕)
내[予]가 너[汝]에게 덕(德)을 주어
在物最靈(재물최영)
만물 중에서 가장 영(靈)하며,
나와 더불어 함께 서서
得三才名(득삼재명)
삼재(三才)의 명칭을 얻었도다.
제(帝)는 상제(上帝)요,
희희(噫_)는 탄식하는 소리이며,
나[予]는 상제(上帝)가 자기를 가리킨 것이요,
너[汝]는 마음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德卽仁義禮智之性(덕즉인의예지지성)
덕(德)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성(性)이니
天之所令而人之所得者也(천지소령이인지소득자야)
하늘이 명한 바이며 사람이 얻은 바요,
三才天地人也(삼재천지인야)
삼재(三才)는 천ㆍ지ㆍ인(天地人)이다.
이 장(章)은
가설적으로 상제(上帝)가 마음[心]에게 대답한 말이다.
歎息而言(탄식이언)
탄식하여 말하기를,
“내[予]가 명하는 바가 있으니
惟汝人心其聽之哉(유여인심기청지재)
오직 너[汝] 인심은 들을지어다.
내[予]가 이미 너[汝]에게 건순(健順)과 오상의 이치를 주었으니
而汝得之以爲德(이여득지이위덕)
네[汝]가 얻어 덕(德)으로 삼아
방촌(方寸) 사이가
虛靈不昧(허영부매)
허령(虛靈)하고 어둡지 않아서
온갖 이치를 갖추어 만 가지 일에 응하므로
만물에 있어 가장 영(靈)한 것이 되었다.
故能與我與地並立而得稱三才之名也(고능여아여지병립이득칭삼재지명야)
그러므로 능히 나와 땅과 아울러 서서 삼재의 명칭을 얻은 것이다.”하였다
또한 일용(日用)의 사이에 있어
洋洋焉開道引迪(양양언개도인적)
양양(洋洋)히 개도(開導)하고 이끌어
使爾不昧其所適(사이부매기소적)
너[爾]로 하여금 그 갈 바에 어둡지 않게 하였으니,
予所以德汝者非一(여소이덕여자비일)
내[予]가 너[汝]에게 덕(德)되게 한 바가 한 가지뿐이 아닌데
汝不是思(여부시사)
너[汝]는 이를 생각지 않고
스스로 명을 저버리는도다.
양양(洋洋)은 유동(流動)하여 충만한 뜻이요,
너[爾]는 역시 마음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이는 위를 이어 말한 것이다.
人倫日用之間(인륜일용지간)
‘인륜(人倫)의 일용(日用) 사이에
莫非天命之流行發見(막비천명지류행발견)
천명(天命)이 유행(流行)하여 나타나지 않음이 없는 것이니,
汝在父子則當親(여재부자칙당친)
네[汝]가 부자(父子)에 있어서는 마땅히 친할 것이고,
군신(君臣)에 있어서는 마땅히 공경할 것이며,
以至一事一物之微(이지일사일물지미)
한 가지 일, 한 물건의 작은 것이나
일동일정(一動一靜)에 이르기까지
모두 각기 마땅히 행할 도리가 있어
流動充滿(류동충만)
유동충만(流動充滿)하여
조금도 결함됨이 없으니
是孰使之然哉(시숙사지연재)
이는 누가 그렇게 하였는가?
모두 상제(上帝)가 이 만민을 개도(開導)하고 이끌어
使之趨善而避惡(사지추선이피악)
선으로 나가고 악을 피하여
그 따라갈 바에 어둡지 않게 한 것이다.
然則上帝之所以爲德于汝者(연칙상제지소이위덕우여자)
그러므로 상제가 너에게 덕되게 한 바가
한둘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인데,
而爾曾不以是而致思(이이증부이시이치사)
너[爾]는 한 번도 생각지 않고
선을 배반하며 악을 좇아
스스로 명을 끊어버리는가?’ 하였다.
풍우(風雨)와 한서(寒暑)는 나[吾]의 기(氣)요,
日月吾目也(일월오목야)
해와 달은 나[吾]의 눈이다.
네[汝]가 한 번이라도 조그마한 실수가 있으면
吾之氣乖戾(오지기괴려)
나[吾]의 기(氣)가 어그러지고
나의 눈이 가려지는 것이니,
汝之病我者亦極矣(여지병아자역극의)
네가 나를 병되게 한 것이 또한 많았는데,
어찌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
문득 나를 책망하는가.
나[吾]는 또한 상제가 스스로 자기를 가리킨 것이다.
풍우와 한서는 하늘의 기(氣)가 되고,
日月爲天之眼(일월위천지안)
해와 달은 하늘의 눈이 되며,
사람은 천지의 마음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하는 일이
한 번 조금이라도 그 바른 도리를 잃으면
則天之風雨寒暑必至於乖戾(칙천지풍우한서필지어괴려)
하늘의 풍우와 한서가 반드시 어그러지게 되고,
日月必至於掩食(일월필지어엄식)
해와 달이 반드시 가려지는 데 이를 것이니,
是人之所以病乎天地者(시인지소이병호천지자)
이는 천지가 병든 이유로 인한 것이니
亦可謂極矣(시인지소이병호천지자역가위극의)
이는 또한 심하다고 할 것이다.
대개 천지만물이
本同一體(본동일체)
본래 동일체(同一體)이므로
사람의 마음이 바르면
則天地之心亦正(칙천지지심역정)
천지의 마음도 바르고,
사람의 기(氣)가 순(順)하면
則天地之氣亦順(칙천지지기역순)
천지의 기도 또한 순하니,
이는 천지에 재앙과 상서(祥瑞)가
진실로 인사(人事)의 잘하고 잘못하는 데 말미암은 것이다.
인사(人事)가 옳으면 재앙과 상서가 그 항상한 것을 따를 것이요,
인사에 실수가 있으면 재앙과 상서가 그 바른 것을 잃는 것이다.
何不以是自反其身(하부이시자반기신)
어찌 이것으로써 스스로 그 몸을 반성하여
以修汝之所當爲者(이수여지소당위자)
너[汝]의 당연히 할 바를 닦지 않고
문득 하늘을 책망하는가?
且以吾之大(차이오지대)
또 나[吾]의 큼으로써
덮어 주기는 하나 싣지는 못하고,
能生而不能成(능생이부능성)
낳기는 하나 성장(成長)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寒暑災祥(한서재상)
한서(寒暑)와 재상(災祥)이
오히려 인정에 한(恨)됨이 있거든
난들 그에 대하여 어찌하겠는가?
汝守其正(여수기정)
너는 그 바른 것을 지켜서
나[吾]의 정하는 때를 기다릴지어다.
대저, 하늘의 체(體)가 지극히 커서
덮지 않는 바가 없으나 싣지는 못하고,
能無所不生而不能成(능무소부생이부능성)
낳지 않는 바가 없으나 성장시키지는 못하는 것이다.
天職覆地職載(천직복지직재)
하늘은 덮는 것을 맡고 땅은 싣는 것을 맡았으며,
天主生地主成(천주생지주성)
하늘은 낳는 것을 주로 하고 땅은 성장시키는 것을 주로 하였으니
천지도 진실로 다하지 못하는 바가 있는 것이다.
當寒而暑(당한이서)
당연히 추워야 하는데 덥고
당연히 더워야 하는데 추우며,
降災降祥(강재강상)
재앙이나 상서를 내리는 데에도
그 바른 것을 얻지 못함이 있으니,
이는 인정(人情)이 천지에 대하여 오히려 한(恨)을 두는 것이다.
대개 천지가 만물에 대하여
아무 생각 없이 화(化)하여 이루어져
그 이치의 자연한 것을 베풀 뿐이요,
그 기(氣)의 혹 어긋나는 것을 이기지는 못하는 것이니,
如彼人之所爲(여피인지소위)
사람의 하는 바가 저 같음에야
비록 하늘인들 어찌할 수 있으랴!
하늘이 마음을 두어 하는 바가 있는 것은 아니니,
汝但當固守其理之正(여단당고수기리지정)
너[汝]는 마땅히 그 이치의 바른 것을 굳게 지켜
하늘의 정하는 것을 기다릴 따름이니,
이른바 ‘요수(夭壽)에 의심치 아니하여
修身以竢之是也(수신이사지시야)
몸을 닦아 기다린다.’는 것이다.
신포서(申包胥)가 말하기를,
“사람이 많으면 하늘을 이기고
天定亦能勝人(천정역능승인)
하늘이 정하면 또 능히 사람을 이긴다.”하였으니,
天人之際(천인지제)
하늘과 사람이
雖交相爲勝(수교상위승)
비록 서로 이길 수 있으나,
사람이 하늘을 이기는 것은
잠시의 일이요 항상(恒常)한 일은 아니며,
天之勝人(천지승인)
하늘이 사람을 이기는 것은
愈久而愈定也(유구이유정야)
오래 될수록 더욱 정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란한 자는 반드시 그 나중을 보존하지 못하고
而善者必有慶於後矣(이선자필유경어후의)
착한 자는 반드시 후일에 경사가 있는 것이다.
蓋一時之榮辱禍福(개일시지영욕화복)
대개 한때의 영욕(榮辱)과 화복(禍福)이
밖으로부터 이르는 것은
皆不足恤(개부족휼)
모두 근심할 것이 없고
惟當力於爲善(유당력어위선)
마땅히 착한 일 하는 데에 힘써
以不獲罪於天可也(이부획죄어천가야)
하늘에 죄를 얻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다.
* 해인풍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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