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 혼란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세계 증시가 바닥을 모른 채 하락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투기지역 해제 및 건설업계 자금 지원 등 대대적인 대책을 발표한 후 수도권에서는 지역적으로 호가를 낮추어 매도를 서두르는 지역들이 늘고 있으며 지방은 적체된 미분양으로 인해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정책을 뒤로 한 채 하향 곡선을 이어가 하락폭이 커지고 있는 버블세븐지역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더 늘었고, 서울 강북권 등 수도권 기타 지역도 거래 안 된 매물 가격이 추가로 하향 조정되는 분위기로 급매물 증가와 가격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에서 시작된 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취약 국가들과 우리나라 일부 지방도 지역적인 지자체 부도우려까지 가세하면서 금융시장은 위험자산을 염가에 손절매하는 등 대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바닥이 보인다고 기대했던 많은 투자자들은 위기의 실물경제 확산이 너무 빨리 진행되는 데다 그 골이 예상보다 깊고 클 것이라는 우려가 지표로 확인되면서 바닥 밑에 끝 모를 지하가 있다는 공포 속에 앞다퉈 매물을 내던지고 있다.
기업도시 공사도 건설사의 자금 압박으로 인해 중단되고 있어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기업도시나 혁신도시ㆍ관광도시 등의 지방 개발은 상당기간 공사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라”
경기둔화와 기업실적 악화로 인해 투자자들이 위험회피 및 현금확보를 위해 대거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경제가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함에 따라 소니를 비롯한 삼성ㆍ볼보ㆍ아마존 등 전세계 주요 기업들은 업종을 불문하고 실적 하락을 시인했다. 지금 상황은 통상 패닉으로 규정할 수 있어 모든 뉴스를 나쁜 뉴스로 여기는 등 스스로를 폭락으로 몰아가는 상황이다.
지난 5년간 미국과 유럽이 아시아지역에 투자했던 돈을 한꺼번에 빼내가고 있다. 자산 디플레 충격이 한국 경제를 강타함에 따라 주택시장도 최근 들어 호가가 하락했다. 1달 동안 1/3토막, 1년 만에 반토막 난 주식과 그간 비교적 잘 버티던 부동산시장도 버블 논쟁이 한창이고 경매시장에까지 찬바람이 불며 반값 경매도 흔히 볼 수 있다.
설령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하더라도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원화 가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어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금융위기에 이은 디플레 고통이 오랜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자산가치 하락에 이은 가계소비 위축ㆍ기업 구조조정과 투자 기피가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1930년대 세계 경제 대공황이나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 때도 세계 경제는 이런 과정을 거쳤다.
경기도 아파트 가격이 2007년보다 1억원 빠진 4억원까지 떨어졌는데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려 놓고 눈치를 보고 있으나 강북이나 경기이북 및 인천지역은 이제부터 진짜 하락의 시작이라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며 매물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
경부축 버블세븐지역은 2007년부터 호가가 낮아졌기 때문에 정중동인 상황이지만 강북이나 경기 이북지역과 서북부 및 인천지역은 이제 하락의 시작이라는 위기감이 경부축보다 더 팽배해 있다.
집주인들이 금액을 1000만~2000만원 정도 올리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을 봤을 때 이제 거의 바닥인 것 같다는 신호가 경부축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행히 한때 10%안팎으로 떨어져 도미노 식의 하락을 상당 부분 만회했고 미국 증시도 예상보다 선방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완벽한 불신 속에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어 언제든 다시 패닉이 재연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엔캐리 트레이드를 급격히 청산하는 경향에 따라 급등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다.
최근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던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재건축단지는 대책 발표 이후 일부 급매물 거래가 이루어졌으나 이는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며, 서초구도 재건축 하락세가 두드러져 보합세를 유지하던 재건축 사업장이 점차 위축되는 부동산 경기 탓에 문의도 없고 매물 거래도 어려운 상태다.
노원이나 도봉구 등의 강북권역도 중소형이 내림세로 전보다 이를 찾는 발길이 큰 폭으로 줄어 들었다. 전세시장도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매매와 함께 거래가 별로 없다. 수도권은 하락세를 보였고 신도시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침체의 골이 너무 깊다 보니 정부의 연이은 대책 발표에도 매수자들이 거래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운 상태이며 매수 우위 속에 수도권 아파트시장은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자산가격 하락ㆍ이자부담 증가 ‘이중고’
국내 자산가치 붕괴의 시발점은 주가 폭락으로서 1년 전 펀드 가입을 했다면 평균적으로 투자액의 절반은 까먹었으나 부동산은 지난 6년간 40~100% 오른 값의 조정으로 2006년도에 구입한 사람이 아니라면 상대적으로 주식이나 펀드만큼의 큰 손실은 없는 상황이다.
2006년 주택구입자들은 20억이상 5억, 15억이상 4억, 10억이상 3억, 5억이상 2억, 5억이하에선 1억정도의 투자손실을 입었고 주식이나 펀드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뒤 또 다시 펀드 재투자에 나선 많은 투자자들은 자산 가격 하락과 이자부담 증가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기준이 되는 CD금리가 소폭 인하됨에 따라 많은 대출을 떠안고 집을 구입한 사람들은 이제서야 겨우 한숨을 돌리고 있다.
살고 있는 아파트 값은 계속 내려가고 있고, 새로 분양 받은 아파트의 대출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처분조건부대출을 1년 더 연장도 해주고 금리도 인하해 준다고 하니 다소 늦은 감이 없진 않으나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유동성 지원을 받게 된 건설업계도 숨통이 트이게 돼 단기적인 자금압박에 대해 유동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새로운 완화나 지원정책에 대해 회사가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연구 중에 있는 건설사들이 지원방안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
최근 잇따른 규제 완화로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이 풀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불경기에 발목이 잡혀 있다.
부동산시장도 충격을 받아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급매물이 늘고 집값 하락세가 이어져 한 지역이 떨어지면 다른 지역은 오르던 식의 가격 구조가 전체적인 대세 하락 기조로 변해 바닥을 모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거래가 없어 집값 하락폭이 크지 않지만 대출 부담을 견디지 못한 매물들이 터져 나오면 가격 대폭락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순 없다. 한국인의 자산 중 평균 80%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대폭락은 주식 대폭락보다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며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경제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