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울리는 향기-음악감상-

[스크랩] 이것으로 충분하다.....

우리옹달샘 2008. 2. 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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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번을 산 고양이 ... 글, 그림 : 사노요코
 



 

백만 년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살았던 것이죠.
정말 멋진 얼룩 고양이였습니다.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단 한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임금님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임금님을 싫어했습니다.

임금님은 싸움 솜씨가 뛰어나 늘 전쟁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멋진 바구니에 담아
전쟁터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날아 온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습니다.
임금님은 전쟁이 한창인데도 고양이를 껴안고 울었습니다.

임금님은 전쟁을 그만두고 성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성의 정원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뱃사공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바다를 싫어했습니다.
뱃사공은 온 세계의 바다와 온 세계의 항구로
고양이를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배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고양이는 헤엄칠 줄을 몰랐습니다.

뱃사공이 서둘러 그물로 건져 올렸지만
고양이는 바닷물에 푹 젖은 채 죽어있었습니다.
뱃사공은 젖은 걸레 같은 고양이를 안고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그리고 머나 먼 항구 마을의
공원 나무 아래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서커스단 마술사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서커스 따위는 싫었습니다.

마술사는 날마다 고양이를 상자 속에 집어놓고
톱으로 쓱싹쓱싹 상자의 반을 잘랐습니다.
어느 날 마술사는 실수로 고양이를 정말
반으로 쓱싹쓱싹 자르고 말았습니다.

마술사는 반으로 잘린 고양이를 두손에 들고
소리 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다.
마술사는 서커스단의 천막 뒤쪽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도둑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도둑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도둑은 고양이와 함께 어두컴컴한 동네를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다녔습니다.
도둑은 개가 있는 집에만 도둑질을 하러 들어갔습니다.

개가 고양이를 보고 짖는 동안에 도둑은 금고를 털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개에게 물려 죽고 말았습니다.

도둑은 훔친 다이아몬드와 고양이를 껴안고
소리 내어 엉엉 울면서 어두운 밤거리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좁다란 뜰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홀로 사는 할머니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할머니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할머니는 매일 고양이를 껴안고
조그만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보았습니다.
고양이는 온종일 할머니의 무릎 위에서 꼬박꼬박 졸았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고양이는 나이가 들어 죽고 말았습니다.
쪼글쪼글한 할머니는 쪼글쪼글하게 죽은 고양이를 껴안고
하루 종일 울었습니다.
할머니는 정원 나무 아래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어린 여자 아이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아이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여자 아이는 고양이를 업기도 하고 꼭 껴안고 자기도 했습니다.
울 때는 고양이의 등에다 눈물을 닦았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여자 아이의 등에서
포대기 끈에 목이 졸려 죽고 말았습니다.
머리가 덜렁거리는 고양이를 안고
여자 아이는 온종일 울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를 뜰 나무 아래에다 묻었습니다.
고양이는 죽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도 아니었습니다.
도둑고양이였던 것이죠.

고양이는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자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어쨌든 고양이는 멋진 얼룩 고양이였으므로,
멋진 얼룩무늬 도둑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암고양이들은 모두들 그 고양이의 신부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커다란 생선을 선물하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먹음직스런 쥐를 갖다 주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진귀한 개다래나무를 선물하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멋진 얼룩무늬를 핥아 주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말했습니다.

"나는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새삼스럽게 이런게 다 뭐야!"
고양이는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좋아했던 것이죠.



 

그런데 딱 한 마리
고양이를 본 척도 하지 않는 새하얗고 예쁜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으로 다가가
"난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라고 말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그러니." 라고만 대꾸할 뿐이었습니다.

고양이가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안 그렇겠어요? 고양이는 자기 자신을 가장 좋아했으니까요.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너 아직 한번도 죽어 보지 못했지?"
하얀 고양이는 "그래." 라고만 대꾸할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앞에서 빙그르르
공중 돌기를 세번 하고서 말했습니다.

"나 서커스단에 있었던 적도 있다고..."
하얀 고양이는 "그래." 라고만 대꾸할 뿐이었습니다.

"난 백만 번이나...." 하고 말을 꺼냈다가 고양이는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라고 하얀 고양이에게 물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으응"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 늘 붙어 있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귀여운 아기고양이를 많이 많이 낳았습니다.

고양이는 이제- "난, 백만 번이나....." 라고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아기고양이들을
자기 자신보다 더 좋아할 정도였습니다.



 

마침내 아기고양이들이 자라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녀석들, 아주 훌륭한 도둑고양이가 되었군." 이라며
고양이는 만족스럽게 말했습니다.
"네에" 라고 하얀 고양이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야옹야옹 부드럽게 울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조금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한층 부드럽게 야옹야옹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함께
오래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하얀 고양이는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또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울었습니다.

아침이 되고 또 밤이 되고,
어느 날 낮에 고양이는 울음을 그쳤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그리고는 두번 다시 되살아 나지 않았습니다.
 
 
 
 
 

New Trolls ... Andante (Most Dear Lady)
 
 
참 좋아했던 동화.
매 번 읽을 때마다 가슴이 찡하네요.
사랑하는 이를 잃은 도둑고양이 절규가 들리는 듯합니다
 
스스로 선택한 삶에서 느끼는 생생한 즐거움,
선도 높은 행복과 기쁨, 자유로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마저도 온전히 자신의 것이기에
의미있는 삶이 아니었을까요
두 번 살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한 삶
 
정신과 전문의 정혜선씨가 모잡지 인터뷰에서
자신이 걸어 온 삶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이렇게 말했죠..
 
이것으로 충분하다.
 
자신이 가진 고유의 색를 찾아
스스로 의도한대로
현재를 영원인듯 살아가면서 
삶을 마감하는 순간에,
지나 온 일년을 돌이키면서,
아니 살아가는 매순간순간에
자조가 아닌
가슴 속 깊이 차오르는 행복감으로
이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
 
 
선생님 그리고 카페 모든 님들
가족과 더불어 행복한 설 되시길

출처 : 송재용의 부동산 이야기
글쓴이 : 어린 고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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